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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Feb 10. 2024

화이트와 스파클링의 시대


한국에서 와인 판매를 해보거나 유통을 하는 업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와인을 처음 시작하는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남성 소비자들의 경우에는 좀 더 강한 맛의 칠레나 미국의 카베르네 소비뇽 계열을 선호하고, 20대 여성 소비자들이면 달콤한 화이트 계열 등을 좋아한다는 어느 정도의 사전 정보들을 갖고 있다. 만약에 소비자들이 약간 더 와인을 마신 것으로 파악된다면 그 다음 단계로 중고가의 레드 와인을 권한다. 마지막으로는 화이트 와인중 좋은 것을 권하게 되는데, 이 때 소비자들의 반응이 반반으로 나뉜다. 한 계층은 레드 와인의 강하고 진한 맛으로 완전히 돌아서고, 나머지 소비자층은 화이트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화이트 와인에 빠지는 소비자는 레드와 화이트를 번갈아가며 와인을 마시게 되며, 대개는 식전으로 화이트 와인, 중요한 메인에는 레드 와인을 마시게 된다. 이러한 소비자들은 대개 좀 더 심각한 와인 소비자가 되어서 그다음 마지막 단계인 스파클링, 엄밀히 말하면 샴페인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다. 알다시피 샴페인은 기본 가격대가 상당하다. 그리고 RM 계열 하우스로 넘어가게 되면 그가격이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 세계에 들어서게 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와인 애호가들끼리 농담삼아 이야기 한다.     


이 발전과정은 사실 와인시장의 흐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재미있는 점은 전세계적으로 레드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왔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의 트렌드는 술을 덜 마시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제 와인 협회(OIV: International Organisation of Vine and Wine)에서 2023년 발간한 “EVOLUTION OF WORLD WINE PRODUCTION AND CONSUMPTION BY COLOUR(세계 와인 생산 및 소비의 색상별 추세)”라는 문서에서 레드 와인의 소비 감소 추세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참고로 이 차트에서 스파클링이 없는 이유는 OIV의 경우 포도 생산 기준으로 통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이트 범주에는 스파클링 제조에 사용되는 화이트 포도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전세계 색상별 와인 소비 추세(출처: EVOLUTION OF WORLD WINE PRODUCTION AND CONSUMPTION BY COLOUR, OIV)

한국의 경우에도 수입 물량에서 화이트와 스파클링의 비중이 꾸준이 높아져 왔다. 특히 2023년의 경우에는 레드의 비중이 60% 아래로 내려갔다. 전세계적으로는 2000년~2004년 레드와인 생산의 비중이 47.6%였으나 2017~2021년 사이에는 42.6%로 떨어졌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49.3%까지 증가하였고 로제 역시 8.1%까지 높아졌다. 향후 50%까지 화이트의 생산이 늘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 시장에서도 레드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한국의 종류별 물량 시장 비율 추세


화이트 와인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진화하면서 발생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 소비 패턴이 더욱 발전하면 스파클링으로 발전한다. 스파클링 역시 거의 대부분이 화이트 와인에 기반하는 것이므로 그 소비 저변이 매우 커졌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한 번 와인 시장에 진입한 소비자는 바깥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상품 선택의 폭이나 다양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며, 문화적 관점에서 주는 여러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 생산자들의 경우에도 한국 와인 시장의 이러한 경향을 감안하여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화이트 와인을 소개하는 노력이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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