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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Mar 18. 2024

와인 가격에 나쁜 영향을 주는 요인들

 얼마 전 최근에 수입된 부르고뉴 와인들의 가격표를 받을 일이 있었다. 눈을 약간 의심했는데 앞자리 숫자가 대부분 바뀌어 있었다. 사람들마다 느끼는 부분이 모두 다르겠으나, 내가 체감하는 가격 상승 비율은 30~40% 수준이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으며, 와인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원인


환율: 달러 환율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로화에 대한 원화 환율 상황이 좋지 않다. 2024년 3월 11일 기준 유로화의 매매 기준율은 1,444원인데, 2023년말 1,415원에 비해서도 오름세에 있다. 2022년까지 1,350원 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유로화는 2023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정세불안: 2024년 1월 유럽에서 오는 와인들의 통관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지정학적 문제를 이야기 할 수밖에 없다. 수에즈 운하를 통하여 들어오던 상품들이 중동지역 정세 불안정으로 인해 희망봉을 경유해서 오고 있다. 2023년 연말부터 계속된 현지 정세의 불안은 지금까지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연히 현지에서 선적되어 출발된 와인들은 경로가 바뀔 수밖에 없다. 동유럽산 와인들도 수출 항구 등을 찾기 위하여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유럽에서 출발하는 와인들이 한국으로 오는 데에는 많은 난관이 있는 셈이다.


생산지 물가 상승: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모든 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유럽의 에너지 가격과 함께 여러 가지 물가를 압박했는데, 2023년 5월 기준 OECD 평균 물가 상승률은 6.5%, 프랑스의 물가 상승률은 5.1%였다. 2024년 들어 물가 상승률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유럽 여행하면서 차량 주유해본 이들은 알겠으나 상상을 넘는 에너지 가격에 놀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비용은 고스란히 와인의 가격에 반영된다. 특히 생산자들이 생산하고 창고에 보관해둔 와인들은 그대로 유지비용이 들어가는데 물가가 오를수록 이 비용은 그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일부 빈티지의 생산량 감소 혹은 작황 불안정: 부르고뉴 지역의 경우 2023년의 작황이 매우 좋았다고는 하나 2020년 이후 전체적인 생산량 감소에 시달렸다. 특히 매우 어려웠던 부르고뉴 2021년의 경우 90~95만 헥토리터가 생산되었는데 이는 평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생산량은 줄어서 판매할 수 있는 와인은 적은데 기본 비용(생산비용, 인건비, 금융비용, 세금 등)은 동일하게 나가야 하니 포도원 입장에서는 이를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지구 환경 변화가 급변하는 시점에서 포도원들도 생존 전략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된다.


전망


이러한 네 가지 이슈는 와인 자체의 문제 보다도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묶여 일어난 복합 상황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현상으로 인해 앞으로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


단기적인 가격 상승에 따른 시장 위축: 그나마 시장을 지탱해주고 있던 고급 와인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가격 저항이 적은 고소득층이라 하더라도 매일 수십만원짜리 와인을 마실 강심장은 많지 않다. 좋은 와인은 좋은 날 마실 것이고 평소에는 본인의 소득 수준을 생각하여 와인을 고를 것이다. 같은 와인이라도 새로운 빈티지의 가격이 크게 상승되는 입장에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거나 관망세로 돌아서지, 더 낮은 급수의 와인을 같은 비용으로 지출하려는 경향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프리미에 크뤼 와인 가격으로 빌라쥐급 와인을 사서 마셔야 하는 입장이라면 오히려 더 낮은 가격대의 와인을 찾게 될 확률이 높다.)     


시장 회복 시기의 지연: 기존 시장 보고서에서 예측하기로 2024년 4분기가 되어야 시장이 회복하는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 예측하였으나, 저가 와인은 그 자체로 시장이 위축된데다가 고급 와인의 시장에서도 부정적 요소들이 증가하고 있기에 빠른 기간 내에 이 수치들이 반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유럽에서 도착하는 와인들의 국내 통관시기의 지연, 운송 및 제반 비용의 급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과 소비자 선택권 축소는 시장 성장을 지연시키는 요소가 된다.


우리가 어떤 소비재를 소비하든 그 바탕에는 여러 관계자들이 얽혀 있으며, 물가는 이들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오르거나 내린다. 하나의 요인이 바뀌어도 물가는 연쇄작용처럼 작동하여 최종적으로 큰 파도가 되어 닥친다. 작은 요인에도 물가가 요동치는 것이 지금의 세상인데,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일어난 지금 시점은 오죽하겠는가? 생산자도 가격을 올리고싶어 올리는 것이 아니고, 해운운송하는 선사도 원해서 희망봉을 돌아 오는 것이 아니며, 수입사도 원해서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수용할 수 있는 가격 이상으로 가격이 올라버리면 모두 다 불행해지는 셈이다. 어떻게든 지금 시기가 빨리 지나가고 수입와인시장에도 길에 핀 벚꽃처럼 따스한 봄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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