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화이트 와인을 레드 와인에 비해 약 두 배 정도 마시고 있다. 내 와인 소비 패턴은 화이트가 60%, 레드가 30%, 스파클링이 10% 정도 될듯싶다. 간혹 로제(타벨과 같은)도 마시기는 하나 시장에서 많지 않기에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화이트는 정말로 접근성이 좋다. 맛에 있어서, 요리와의 궁합(마리아주)에 있어서, 그리고 가격 면에서도 레드에 비해서 훨씬 좋은 접근성을 제공한다. 시장에서도 이런 화이트 와인의 장점이 점차 드러나면서 화이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입사들도 품질 좋은 화이트 와인을 찾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시장 전체로 보았을 때 무조건 좋은 소식인가에 대해서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팔고 난 뒤, 이익이 남아야 하는 것은 사업의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고가 와인의 목록을 생각해보자. 그 중에서 화이트 와인은 어디쯤 있을 것 같은가? 로마네콩티, 보르도 최고 등급 다섯 와인, 도멘 르호아, 사시카이아, 마세토, 스크리밍 이글, 콜긴 등 세간에 이름을 올리는 최고 등급의 와인들을 생각해보면 대부분 레드 와인임을 알 수 있다. 왜 화이트가 없는 것일까? 화이트가 뛰어나지 않다는 이야기인가? 아니다. 앞서 내가 둔 전제, 즉 가격에 있다. 로마네 콩티나 보르도 1등급 와인들의 가격은 이미 내가 손을 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어지간한 강심장이라 하더라도 한 번 개봉하고 나면 그 돈은 뱃속으로 홀연히 사라지는데 쉽사리 그 와인을 구매하거나 마실 수 있을까? 화이트는 그보다 좀 낫다.(물론 여전히 내가 손을 댈 수 있는 가격은 아니지만 말이다)
2024년 8월까지 통계 정보를 기준으로 한국에서 화이트 와인의 물량 점유율은 28.19%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와인 시장이 크게 호황이었던 2021년 기준 21.82%였으니 2021년의 시장 구조와 지금의 시장 구조도 크게 다르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스파클링의 비율은 2021년 9.82%에서 현재는 12.92%이니 스파클링의 시장 비중도 크게 늘었다고 보아야 한다. 2024년 시장은 2023년과도 많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화이트 와인은 다음의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병당 단가가 레드 와인에 비해서 낮다. 우선 앞서 설명한 “화이트 와인의 물량 점유율 28.19%”를 기억하자. 금액 비율은 21.57%에 불과하다. 즉, 물량 점유율 대비 금액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이 원인은 병당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내가 시장 분석시에 사용하는 가격 인덱스(금액을 박스 단위로 나눈 것)를 살펴보면 보다 정확해진다. 2024년 기준 레드 와인의 가격 인덱스는 85.3이지만 화이트는 67.3에 그친다. 스파클링이 135.3인 것을 생각하면 스파클링 가격의 50% 수준, 레드 와인의 79% 수준이다. 레드 와인에 비해서 가격이 싸기 때문에 적정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물량을 유통해야 한다. 즉 단가 대비 유통 비용이 증가하고 자연스럽게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둘째, 유통 기간이 레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 화이트 와인은 신선할 때 마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4~5년 지나면 어지간한 고급이 아닌 이상 색이 진하게 바뀌고(누군가는 숙성이 되었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맛이 꺾인 경우가 더 많다) 산미의 균형, 풍성한 과실의 느낌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유통 관점에서 시간이 오래 된 화이트 와인은 유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숍 입장에서도 고민이다. 화이트는 일부 와인의 경우 별도의 냉장고를 두어서 시원하게 고객이 가져갈 수 있도록 판매해야 한다. 병당 판매 단가는 낮은데 냉장고를 가동해야 하니 공간도 차지하고 비용도 당연히 더 들 수밖에 없다. 관리도 까다롭고 단가는 낮으니 역시 수익률이 낮다.
셋째, 레드 와인 고객은 화이트 와인 고객이 될 수 있으나, 최근 화이트 와인 고객은 레드로 쉽게 오지 않는다. 최근 뉴질랜드 와인의 경우 화이트 와인의 지배종이 되었다. 2024년 8월까지 누적 기준 뉴질랜드의 물량은 20,594헥토리터로 2위 칠레 15,497헥토리터 대비 25% 가량 더 많다. 프랑스는 11,342 헥토리터 수입으로 4위까지 떨어졌는데 금액 기준에서는 18,278천 달러로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의 경우 고급 화이트로 시장 중심이 급격하게 바뀌어버렸고, 뉴질랜드는 저가 화이트 시장을 석권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소비층이 주로 소비할까? 남성 소비자 보다는 여성 소비자들이 주로 소비한다고 볼 수 있다. 남성은 레드에서 시작하여 화이트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으나, 젊은 소비층이 화이트를 소비했다면 레드로 옮겨오게 될까? 그 비율은 소비자 성향 조사를 해보아야 하겠으나, 아마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것이 현재 레드의 감소와 화이트의 증가를 설명하는 하나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본다. 물론 향후 통계 정보가 더 축적되고 별도의 설문이 필요할 것 같다.
넷째, 화이트 시장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성장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 화이트가 늘어도 레드의 비중이 줄어드는 한계점은 50%로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 와인시장에서 중량 기준 레드-화이트-스파클링 비중의 최종 도착지는 5:3:2(레드-화이트-스파클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이 예측에 상당부분 근접하고 있으며 그 완성 시점은 2026~2027년 가량이 되지 않을까 본다. 시장이 안정되면 여러 가지 예측이 가능해지기에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용이해진다. 국내의 소주와 맥주 시장이 안정화 되어 있는 것처럼 와인 시장도 그 결을 따르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았을 때 화이트 와인의 시장은 성장하되 그 한계점은 명확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네 번째 견해는 아직 통계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니 섣불리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화이트 와인의 증가가 마냥 즐겁게 받아들일 요인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레드를 희생하여 생기는 규모 만큼 실제 수익성을 개선시키지는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따라서 혹시라도 화이트 와인을 대폭 늘려 영업 전략을 마련한다면(수입사, 숍 등), 이런 점을 면밀히 검토하여 시장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