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장이 3분기를 지났고 2024년 10월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돈 나갈 날은 빨리 오고 돈 들어올 날은 더디게 온다. 누구든 말하는 “자고 있어도 돈이 벌리는” 그런 사업은 어디에 있을까? 없거나 매우 드물기에 우리 모두 지금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 나도 그렇고 글을 읽는 독자도 그럴 것이다. 열심히 돈을 벌고 와인을 알리려는 꾸준한 노력이 쌓인 덕분에 시장에는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신호들이 보이고 있다. 정치경제적인 요인들이 강하게 영향을 주었던 2024년 1분기를 지나고 여러 재고들이 처리되어 가는 과정에서 물량의 부담감이 여전하기는 하나 많이 해소되는 분위기다.
2024년은 3분기(1~9월)까지 33만 7천 헥토리터, 금액으로는 3.3억달러 가량 수입되었다. 2023년이 3분기까지 37만 헥토리터, 3.7억 달러 가량 수입된 것을 비교한다면 중량은 –10%, 금액은 –12%로 줄어들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전체적으로 와인 가격이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물량 감소 대비 금액 감소 비율이 좀 더 크다는 것이다. 실례로 2022년의 경우 2021년 대비 물량은 –8% 줄어들었으나, 금액은 오히려 6.3% 늘어났다. 2023년의 경우에도 물랑은 –23%가 줄었으나 금액은 –11% 그치는데 불과했다. 물량 감소율 대비 금액 감소율이 더 큰 것을 추측해보자면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수입 과정의 유통 물류 비용이 감소했을 수 있다. 둘째, 더 저렴한 와인을 수입하는데 집중했을 수 있다. 셋째, 두 번째와 연결될 수 있는데 상대적 저가 와인 생산국의 수입이 늘었을 수 있다.
현재 전세계적인 운임이나 여러 제반 환경을 보았을 때 첫 번째 요인은 아닐 확률이 높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설득력이 있는데 1분기 수에즈 운하 문제로 유럽산 와인(고급 포함)의 국내 유입에 차질이 있었고, 그 덕분에 환태평양권 국가들의 와인 수입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는 것이다. 시장 수치에서 별로 좋지 않은 정보라는 것이다. 다만 다행인 점은 하락이 멈추었다는 강한 증거들이 나타나는 점이다.
2024년은 1분기, 2분기가 각각 전년(2023년) 대비 물량은 –26%, -14% 줄어든 것에 반해 3분기에 15% 증가로 돌아섰다. 금액은 1% 증가하였다. 이전 분기들과 비교해도 중량 기준 2분기가 1분기 대비 17% 증가하였고 3분기도 2분기 대비 4% 증가하였다. 아쉬운 점은 증가율이 꺾였다는 점인데, 2분기의 17% 증가는 수에즈 운하 문제로 야기된 물동량 문제가 안정화 되면서 나타난 착시효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보고 판단할 때, 1~9월까지 물량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더 악화되지 않고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국가별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회복세가 돋보이고 있다. 반대급부로 칠레와 미국은 약간 주춤하는 형태다. 계속 주목할 것은 뉴질랜드다. 2024년 지금까지 화이트 와인 물량 기준에서는 뉴질랜드가 23,050헥토리터로 이변이 없는 한 1위를 할 것이다. 금액에서는 프랑스가 전체 기준 1.28억 달러로 미국의 55백만 달러를 큰 폭으로 누르고 압도적인 1위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연말에 와인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서 시장에 영향을 주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미 시장은 충분히 성숙되어 있고, 한국 국민들이 소비할 수 있는 와인의 양은 제한적이다. 소비자들이 구매한 와인이 충분한 상태에서 연말이라고 특별하게 와인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경우는 앞으로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4분기에도 점진적으로 회복을 시도하는 시장 형태가 될 확률이 높다.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는 환율, 그리고 여러 가지 불안정한 정치경제적 요인, 민간 경제의 불안 요인들은 온/오프 시장 모두 다 힘든 시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이 바닥을 찍고 있고, 추운 겨울의 상태로 계속 유지되는 형태를 보여줄 것이다. 시장이 더 줄어들지 않는 상황을 반갑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우울하다고 해야 할까? 후자에 더 무게를 싣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금액 기준으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여 3~4% 가량 성장은 해주어야 한다. 지난 2년 가량 시장이 크게 줄어들어 시장에서 체감하는 규모는 50%가 사라진 느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성장하지 않는 숫자는 경제 관점에서 감소다.
3분기까지의 집계를 보며 판단해볼 때 시장은 지금 상태에서 2~3분기를 더 거치다가 서서히 경제 성장 패턴(2~3%)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2021년과 같은 호황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오지 않을 것이다. 그 때의 환상에 젖어 시장 전략을 짠다면 백전백패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모쪼록 와인에 투자하고 사업을 하는 모든 이들이 투자한 금액은 잘 회수되고, 판매한 물품의 대금은 잘 수금되며, 소비자들도 멋진 와인들로 만족하는 4분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