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필소녀 Feb 06. 2021

내겐 너무 특별했던 시할머니

보고싶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향년 92세 조정숙 님. 

내게 가장 따뜻하고 든든하고 정겨웠던 분. 

여름에 시골집에 가면 집 앞 감나무 아래서 

수박을 쪼개 먹고 누워 함께 볕을 쬐던 분.

시골에 오더라도 이쁜 옷을 입고 오라고 하시던 분.

배탈이 나면 친손주처럼 배를 문질러 주시던 분.

일 년에 두 번밖에 못 가는 손주며느리에게

매번 착하다고만 하시던 분.

그렇게 착한 손주며느리 되고 싶게 만들던 분.

자식은 꼭 낳아야 한다, 하시다가 언젠가부턴

자식 안 낳았다고 누가 뭐라고 하면 나한테 데려와라, 

너는 내가 지켜주마, 하시던 분.

요양원에 몸이 반쪽이 되도록 누워만 계시면서도

늘 내 손을 잡으며 밥 챙겨 먹었는지만 묻던 분.

친할머니, 외할머니도 아닌 시할머니.


코로나 때문에 가족 누구도 임종은 지키지 못했다.

큰아들이 먼저 하늘에 가 있는 동안,

장손이 상하이에 있는 동안,

손주며느리가 제주도에 있는 동안,

코로나로 자식 손자 손녀가 면회 한번 가지 못하고

일 년이 지나는 동안,

할머니는 홀로 요양원에서 돌아가셨다.


외국 나간 손주 얼굴을 너무도 보고 싶어 했을 마음과,

가족 없이 홀로 눈 감으셨을 순간과,

너는 내가 지켜줄 테니 걱정 말라며 

내 손을 잡아주던 목소리가 떠오를 때마다

천식이 재발한 것처럼 가슴이 막혔다.

슬퍼서가 아니라 보고싶어서.


제주-김포

1월 31일 11시 20분 비행기. 

그렇게 서울을 일 년 반 만에 왔다.


할머니를 볼 수 없는 

할머니 계신 곳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일기는 꼭 논픽션이어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