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제출 후 벌어지는 일들과 감정의 쓰나미들
학회에 발을 붙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숙명적으로 거치게 되는 과정. 논문을 제출하고 리뷰를 받는 일이다.
HCI 쪽에서는 ACM CHI에 페이퍼를 제출하고 11월 즈음 리뷰를 받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벌어진다. 리뷰어 4명 (이슈가 있는 페이퍼는 가끔 5명까지 리뷰어가 붙기도 한다)의 점수가 공개되는데, 점수의 분포와 평점에 따라 대략적으로 내 논문이 올해 퍼블리시가 되겠구나 아 올해는 망했구나를 점치며, 리부탈로 뒤집어지는 기적의 케이스를 가끔 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리부탈로 뒤집어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9월 중순에 페이퍼 2개를 서브밋했고 그리고 저번주 금요일 리뷰를 받았다. 한국 기준으로 항상 새벽 4-5시에 결과가 나오는데, 그 긴긴 시간을 기다리는게 싫어서 전날 술을 엄청 먹고 새벽 즈음에 메일을 클릭하는 편이다. 결론적으로 결과는 2개 모두 ####### (육성 욕이라 자체 모자이크 처리). 올해 카이는 글렀구나 ㅜㅜ
아침 7시에 점수를 확인하고 불쾌한 기분으로 다시 잠자리에 들고 10시즈음 일어나면 주변 연구자들한테 메세지가 잔뜩 와있다. 나의 망한 결과와 주변의 좋거나 나쁜 결과를 듣는 심정은 참 복잡 미묘하다. 원래 잘해서 you deserve it 애들이 좋은 점수를 받으면 당연스럽고 축하와 아 나도 저렇게 잘해야지 반성을 하기도 하고, 당연히 잘받을꺼 같은 애들이 같이 몰락을 걸으면 같이 우울해하고 슬픈 동료애를 느끼기도 하며,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좋은 결과를 얻은 복병을 보면 자괴감이 들고 그마저도 열폭 같아 참 기분이 그렇다.
마침 결과 발표 다음날 연구실 출신 친구의 결혼식이라 반갑고 익숙한 얼굴들을 보며 폭망 소식을 전하는데 김모 박사 말처럼 "리젝은 리서쳐 라이프에서 평생 겪어야 하는 일"이기에 리젝에 꽤나 덤덤한 편이다가도 올해 CHI가 돼서 2019년 2020년 2021년 3연타를 치고 싶었는데 쉽지는 않아 화도 나고 반성도 한다.
분산투자가 연구에도 적용되는거 같다. 하나의 바구니에 모든걸 담아 너무 거대한걸 하면 올 수 밖에 없는 좌절의 순간에 너무 vulnerable해진다. 지금 연명하고 있는것도 CSCW 리비전 하나 걸어둬서지 그거마저 없었으면 좌불안석 너무 불안했을꺼 같다.
에휴 얼른 이 창 닫고 리부털이나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