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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웨이 Aug 26. 2024

공공 앱으로 배민 잡겠다?

[8월 5주차]#배달의민족 #수수료 #땡겨요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국내 최대 배달음식 앱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인상으로 촉발된 갈등이 더욱 심화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배민을 탈퇴하고 공공 배달 앱에 가입하자는 점주들의 행동이 포착됐는데요.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수수료 인상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수익성 극대화 행보를 이어가겠단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동안 배달 앱 시장의 갈등을 자율규제로 해결하려던 정부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는데요. 다시 한번 중재에 나서며 공공 앱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우후죽순 생겼던 공공 앱들이 상당수 폐업한 상황에서 유의미한 이용자 규모 확보가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배달 앱 시장의 수수료 난제는 더욱 풀기 어려워지고 있네요.




배달 앱 갈등 더 커졌다… "입법 규제 시급"

배민 수수료 인상에 폭발한 점주들… 철회 안 하는 DH

중재 나선 정부… 공공 앱 활성화가 대안?

효력 다한 자율규제, 역부족인 공공 앱


/사진: 공정한 배달플랫폼을 바라는 사장님 모임.


배달 앱 갈등 더 커졌다… "입법 규제 시급"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인상이 불러온 배달음식 앱 갈등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입점 점주와 배달 기사 등 단체들은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배달 앱 규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는데요. 이들은 배달 앱이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올리고 무료 배달을 강요하는 등 갑질 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 입법 규제를 요구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도하는 자율규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죠.


일부 지역에선 배달 앱에서 탈퇴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울산과 광주, 대구 등에서 배달 앱 탈퇴를 약속하는 점주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 배달 앱이라는 대체제가 존재하죠. 공정한 배달플랫폼을 바라는 사장님 모임(공플모)은 수수료에 따라 앱별 배달음식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행동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외면당했습니다.


지난달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연구소는 배민이 자사 배달 서비스(배민1, 배민1플러스)를 운영하면서 공정거래법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며 우아한형제들을 공정위에 신고했습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유료 구독제 서비스 배민클럽과 관련해선 입점 점주들에게 타사에 비해 최소주문금액, 할인 혜택, 메뉴 가격 등을 불리하게 설정해선 안 된다고 강요했다고 꼬집었는데요. 이런 행위는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거래상 지위 남용인 경영간섭에 해당한다는 게 민변 측 주장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이 발표한 수수료 개편 방안.


배민 수수료 인상에 폭발한 점주들… 철회 안 하는 DH


배달 앱을 둘러싼 갈등은 하루이틀 벌어진 일이 아닌데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달 10일 단행한 요금제 개편이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배민1플러스 중개 이용료를 주문 금액의 6.8%에서 9.8%로 3%p 높이는 내용인데요. 수수료율이 높아지면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점주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경쟁 서비스인 요기요와 쿠팡이츠보다 낮았던 수수료율을 현실화한 조치라는 설명을 달았지만 점주들은 납득하지 못했죠.


점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우아한형제들은 요금제 개편을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지난주에는 갑작스럽게 사임한 이국환 대표를 대체한 피터얀 반데피트 임시 대표 체제를 올해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우아한형제들 최대주주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COO(최고운영책임자)이기도 한 반데피트 임시 대표는 요금제 개편을 강행한 장본인입니다.


그에게 계속 임시 대표를 맟긴 DH의 결정에는 수수료율 인상과 유료 구독제 도입 등 수익성 극대화 행보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습니다. DH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4억유로(약 6000억원)에 달하는 반독점 과장금을 부과받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많은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죠. 입법 규제 리스크보다 당장 현금 확보가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 같네요.


중재 나선 정부… 공공 앱 활성화가 대안?


정부는 지난달 23일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상생협)를 꾸려 중재에 나섰습니다. 이달 13일에는 배달 앱과 점주 단체, 전문가, 관계부처 등이 모여 상생협의 2차 회의를 열었는데요. 최근 불거진 이슈에 대해 각자 입장을 밝히고 상생협 운영규칙을 제정했습니다. 운영규칙에는 구성원 전원이 합의하는 최종 상생 방안 도출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요. 배달 앱과 점주 간 입장차가 분명한 상황에서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번 회의에선 수수료율이 2%에 불과한 배달 앱 땡겨요를 운영하는 신한은행이 공공 배달 앱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신한은행은 공공 배달 앱으로 소비자 유입 지원, 배달 앱 수수료 공시 의무화 등을 요청했습니다. 상생협 출범을 주도한 정부의 지향점이 공공 배달 앱 활성화에 찍힌 사실을 파악할 수 있죠.


공공 배달 앱은 주로 지자체가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요. 전북 군산시가 2020년 3월 출시한 '배달의 명수'가 최초 사례로, 이후 여러 지자체가 공공 배달 앱을 내놨습니다. 현재 경기도 배달특급, 대구시 대구로, 경북도 먹깨비 등이 운영되고 있죠. 정부는 지역화폐와 연동해서 사업을 펼치는 땡겨요도 공공 배달 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서울시·인천시·광주시·대전시·충북도·전남도·세종시 등 7개 지역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효력 다한 자율규제, 역부족인 공공 앱


정부는 지난해 3월 공정위 주도로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를 마련했으나, 배민의 수수료 인상 사태로 자율규제 체제는 효력을 다했습니다. 이젠 공공 배달 앱을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내놨으나 배달 앱 시장의 갈등을 해소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수많은 공공 배달 앱이 유의미한 사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며 문을 닫았기 때문이죠. 수수료율은 크게 낮았지만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 확보에 실패한 결과죠.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수년간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플랫폼 지배력을 확보한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와 경쟁하기엔 공공 배달 앱의 역량이 매우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올해 7월 배달 앱 MAU(월간사용자수)에 따르면 배민 2251만명, 쿠팡이츠 810만명, 요기요 589만명, 땡겨요 101만명, 배달특급 38만명으로 집계됐는데요. 정부가 성공 사례로 꼽은 땡겨요 MAU는 배민의 4.5%에 불과합니다. 각종 논란에도 배민 MAU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죠.



시중은행이 규제 우회 특혜(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를 받아 운영하는 땡겨요를 공공 배달 앱으로 보는 시각엔 논쟁의 여지가 다분합니다. 아직까지 땡겨요는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신한은행은 수익성이 아닌 사회공헌 취지에서 땡겨요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정무적 판단이 깊게 개입됐다고 볼 수 있죠. 만약 땡겨요가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등에 업고 크게 성장한다면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혁금 지정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하는 위험성도 존재하죠.


결국 배달 앱 갈등의 핵심은 적정 수수료율에 대한 시각차입니다. 각자 논리적 근거 없이 주장만 쏟아내는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갈등이 커져만 왔죠. 정부는 중재와 압박 노력을 병행했지만 수수료율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상생협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입법 규제 요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종합적인 시장 분석을 통한 새로운 해결책 모색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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