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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웨이 Dec 30. 2024

OTT 뒤흔든 SBS·넷플 연대

[12월 5주차]#SBS #넷플릭스 #티빙웨이브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지난주 넷플릭스의 올해 최고 기대작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됐습니다. "시즌1만 못하다"는 혹평 속에서도 93개국에서 시청 1위를 차지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죠. 넷플릭스와 K-콘텐츠의 위상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대적을 위해 합병을 추진 중인 티빙과 웨이브 진영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달 초 SBS가 넷플릭스와 역대급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웨이브에서 이탈했고, 합병 논의는 1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마지막 레터는 국내 OTT 시장의 경쟁구도를 재점검하는 내용으로 채웠습니다.


전남 무안에서 항공기 추락으로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합니다. 다가오는 2025년에는 더이상 참혹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길 기원합니다.


※와이파이레터는 쏟아지는 ICT 이슈 중 핵심만 꼽아드립니다. '테크 빅뱅'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의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주소록에 shineway2011-gmail.com@send.stibee.com을 추가해 주세요. 뉴스레터가 스팸함으로 가지 않아요. 기고 문의와 협업 제안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SBS, 넷플릭스와 역대급 콘텐츠 공급 계약

SBS 결단의 배경은?… 실적악화, 그룹 워크아웃 변수

티빙·웨이브 합병, 다시 안갯속으로

그래도 합병 가능성 높다… 사실상 마지막 노림수

이미 시작된 넷플릭스의 반격


SBS와 넷플릭스가 20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서 방문신 SBS 사장(왼쪽)과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콘텐츠부문 부사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SBS.


SBS, 넷플릭스와 역대급 콘텐츠 공급 계약


지상파 3사 중 하나인 SBS가 넷플릭스와 한배를 탔습니다. SBS와 넷플릭스는 지난 20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요. SBS 신작 및 기존 드라마, 예능, 교양 프로그램을 국내 넷플릭스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신작 드라마 중 일부를 전 세계에 유통하는 내용입니다. 계약기간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로 무려 6년에 달하죠. 이번 계약에는 SBS가 제작하는 콘텐츠 비용 일부를 넷플릭스가 투자하는 형태도 포함됐습니다.


사실상 뉴스와 스포츠를 제외한 SBS의 모든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공급하는 건데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파격적인 계약입니다. 넷플릭스가 SBS에 지급하는 금액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하나증권(이기훈 연구원)은 계약 규모가 1조원 이상에 달할 것이란 추산을 내놨습니다. 지난해 SBS 매출(9968억원)을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SBS 주가는 역대급 계약 효과에 힘입어 이틀 연속 상한가를 쳤죠. 방문신 SBS 사장은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에 "지상파TV를 넘어 글로벌로 가자는 SBS의 미래 전략에 기반했다. 시청자 접점을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SBS 결단의 배경은?… 실적악화, 그룹 워크아웃 변수


SBS는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경쟁사인 웨이브 주요주주입니다. 웨이브 최대주주는 SK스퀘어로 지분 40.5%를 보유했고, 나머지 지분은 지상파 3사가 19.8%씩 가졌죠. SBS와 넷플릭스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웨이브의 콘텐츠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SBS가 보유한 웨이브 지분 가치에도 악영향을 줄 게 뻔합니다. 그런데 왜 SBS는 넷플릭스와 한배를 탄 걸까요?


OTT 플랫폼 경쟁에서 승리할 가망이 없다는 판단과 콘텐츠 공급을 통한 수익 창출이 절실한 사정이 맞물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OTT 플랫폼 경쟁구도는 뒤에서 살펴보고, SBS가 처한 상황부터 알아보죠. 올해 방송광고 업황 악화와 파리 올림픽 중계 여파로 SBS 실적은 크게 나빠졌습니다. 3분기 누적 실적(개별 재무제표 기준)을 보면 매출 600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 줄었는데요. 영업손익에서는 349억원 손실을 내면서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파리 올림픽 중계로 1년 만에 제작비가 251억원 불어나서죠. 실적만 보면 올림픽 특수가 아닌 충격이었는데요. 오죽하면 2026~2032년 올림픽 중계권 경쟁에서 JTBC에 밀린 점을 실적 측면에선 호재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죠.


SBS를 소유한 태영그룹의 경영위기를 고려하면 충분한 현금 능력 확보가 필요합니다. 지난 5월 말 돌입한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SBS 재무상 잠재적 불안 요소이기 때문이죠. 워크아웃 직전 SBS 자회사 스튜디오프리즘은 TY홀딩스 자회사 SBS미디어넷 지분 전량을 1627억원에 인수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스튜디오프리즘은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퓨처미디어베스트제일차로부터 1300억원을 빌렸는데, SBS가 지급 보증을 섰습니다. 스튜디오프리즘이 빌린 돈을 못 갚으면 SBS가 대신 갚아줘야 하죠. 인수 이후에도 SBS미디어넷 적자가 이어져 SBS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태영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 중 91.6%가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한 담보로 잡혔는데요. 여기엔 그룹 지주사이자 SBS 최대주주(지분율 36.3%)인 TY홀딩스의 SBS 지분 557만주가 포함됐죠. 전체 보유 지분 중 83%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는데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면 해당 지분의 권리는 채권단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SBS 입장에서는 지배권 변동 위험성이 상당한 계약이죠. 물론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SBS 지분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티빙·웨이브 합병, 다시 안갯속으로


SBS가 넷플릭스와 전격적으로 손잡은 시점도 묘합니다. 1년 넘게 이어진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온 직후였기 때문이죠. 사실상 SBS가 넷플릭스 진영으로 이탈하면서 합병의 의미 자체가 크게 퇴색됐는데요. 일각에서는 SBS가 웨이브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옵니다. 실제로 SBS가 웨이브가 결별을 택한다면 웨이브의 지상파 콘텐츠 역량이 후퇴할 수 있습니다. SBS와 넷플릭스가 독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에 당장 웨이브에서 SBS 콘텐츠가 빠지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투자하는 신작 드라마 등 주요 콘텐츠는 웨이브에서 시청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죠.


지난달 말만 해도 티빙과 웨이브가 협상을 마무리짓고, 연내 합병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티빙 최대주주 CJ ENM과 웨이브 최대주주 SK스퀘어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웨이브의 부채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죠. CJ ENM과 SK스퀘어는 웨이브에 각각 1000억원, 1500억원을 웨이브에 투자했는데요. 대부분 투자금은 웨이브가 2019년 11월 미래에셋벤처프라이빗에쿼티와 SKS PE를 대상으로 발행한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상환에 투입했죠.


당시 웨이브는 5년 내 기업공개(IPO) 조건을 내걸었는데, 지금까지 IPO 절차를 밟지 못해 원금과 이자를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해당 CB의 만기일은 11월28일이었죠. 지난해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웨이브는 자체적인 상환 능력이 없었습니다. 만기 직전인 11월27일 CJ ENM과 SK스퀘어는 웨이브의 2500억원 규모 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상환 자금을 댔습니다. 이제 두 회사가 각각 이사회를 열고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안건을 처리하는 절차만 남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죠.


그런데 SBS가 넷플릭스 진영으로 이탈하면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졌습니다. SBS뿐 아니라 MBC와 KBS까지 넷플릭스와 손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죠. 앞서 넷플릭스가 9월 말 웨이브와 지상파 3사 간 독점 공급 계약 만료를 앞두고 기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지상파 3사에 제시했다는 내용이 알려졌는데요. 결과적으로 SBS는 넷플릭스와 초대형 장기 계약을 맺었고, 웨이브와 지상파 3사의 재계약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MBC와 KBS까지 넷플릭스와 계약한다면 CJ ENM과 SK스퀘어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겠죠.



그래도 합병 가능성 높다… 사실상 마지막 노림수


지상파 3사가 웨이브에서 이탈할 수 있는 우려에도 티빙과 웨이브 합병이 무산될 확률보다 성사될 확률이 높습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꼽히기 때문이죠. 웨이브와 티빙은 각각 2019년과 2020년 넷플릭스를 넘어서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했는데요. 넷플릭스와 격차는 더 벌어졌고,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의 추격까지 허용했죠.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월 기준 OTT MAU(월간사용자)는 넷플릭스 1160만명, 티빙 730만명, 쿠팡플레이 633만명, 웨이브 423만명, 디즈니+ 285만명 순입니다.


실적과 재무 구조는 훨씬 더 심각합니다. 2021~2023년 웨이브는 558억원, 1188억원, 804억원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2023년 말 기준 누적결손금은 4828억원에 달했는데요. 외부감사를 진행한 대주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죠. 올해 7월 SK스퀘어는 반도체 중심 투자회사로 체질 개선을 시작하면서 만성 적자에 빠진 웨이브를 정리 대상으로 분류했습니다.


티빙 역시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2억원, 2023년 142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티빙은 올해 한국프로야구(KBO) 독점 중계와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으로 MAU 규모를 200만명 넘게 키웠습니다. 3분기에는 매출 1213억원, 영업손실 71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적자 규모를 100억원 미만으로 줄였습니다. 티빙은 4분기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죠. 쿠팡플레이에마저 뒤처진 웨이브에 비해선 긍정적인 상황입니다. 물론 아직 넷플릭스와 격차가 상당하지만요.



이미 시작된 넷플릭스의 반격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이뤄진다면 넷플릭스와 진검승부가 가능할까요? 일단 티빙과 웨이브 MAU를 단순 합산하면 1123만명으로 1160만명인 넷플릭스와 비슷한 규모로 불어납니다. MAU 1000만명 안팎의 토종 OTT가 출범하는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죠. 다만 티빙과 웨이브 중복 가입자가 포함됐기 때문에 실제 MAU는 단순 합산한 수치보단 적을 겁니다. SBS와 넷플릭스 파트너십으로 이탈하는 이용자 규모도 변수겠죠. MBC와 KBS마저 웨이브와 독점 공급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예상보다 이탈 규모가 클 수 있습니다.


합병 이후 적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올해 티빙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웨이브는 또다시 막대한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합병 법인이 출범하면 웨이브의 적자 사업구조가 상당부분 이전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복 사업과 인력을 조정하는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기에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지 못할 겁니다. 더군다나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할 텐데, CJ ENM이 충분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CJ ENM은 공정거래법 준수(비상장 자회사 및 손자회사 지분 40% 이상 보유)를 위해 추가적인 지분 확보 자금도 필요합니다.


SBS를 포섭한 것처럼 넷플릭스 역시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시를 앞두고 네이버와 멤버십 제휴를 시작했는데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에게 넷플릭스 이용권을 무료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방식이죠. 네이버플러스 월 구독료는 4900원으로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월 5500원)보다 저렴합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시와 맞물려 상당한 규모의 신규 가입자 유입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네이버와 티빙의 멤버십 제휴는 내년 2월로 종료됩니다. SBS처럼 네이버도 넷플릭스 진영으로 이탈한 모습이죠.


이미 국내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절대적인 수준까지 커졌습니다. 넷플릭스 투자 없인 콘텐츠 제작 생태계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잡았을 정도죠. 1년 넘게 논의 중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더 지연된다면 시너지 효과는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승자 독식의 플랫폼 사업 특성상 한 번 놓친 타이밍은 다시 돌아오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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