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노래의말들 163화 방송 후기
안녕하세요. 라디오 노래의말들 DJ 김숲입니다. 방송 때마다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는 이야기와 노래를 모으는데요. 모은 것을 모두 방송에 녹이지는 못합니다. 시간 상의 이유도 있고, 흐름에 안 맞을 때도 있어서요. 1시간 남짓한 방송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담아보고자 합니다. 방송 주제와 관련된 개인사나 스치듯 품어본 질문, 준비하는 마음에 대한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조금 두서가 없을 수도 있어요. ㅎㅎ
163화 '플리 : 듣는 마음'의 주제는 노력과 성장이었습니다. 제목은 '노력도 배신할 때가 있나요?'로 정했는데요.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학생 때였습니다. 아마 고등학생 때가 '노력'이라는 말을 평생에 가장 많이 듣는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류의 말들이 교내 독서실 곳곳에 붙어있었습니다. 당시 제 주변 어른들과 선생님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선택권이 넓어져서'라고 하셨습니다. 수능을 잘 보면, 갈 수 있는 학과도 많고, 나중에 직업을 택할 때도 선택권이 넓어진다고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선택권이 넓어진다'와 '선택을 잘할 수 있다'는 다른 것이 더군요. 대학에 입학하고 한참 시간이 지나서 다시 직업을 '선택'을 해야 했을 때 알게 되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비슷한 말을 많이 듣습니다. 노력을 해서 매출을 올리면, 연봉도 오르고, 인정을 받는 다고요. 더 중요한 질문은 어쩌면 그다음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연봉과 인정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노력을 했는데 그만큼의 결과가 없다면 삶에 무엇이 남는가. 같은 질문이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한가한 소리 하네. 그런 건 각자 알아서 하는 거지!"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역시 맞는 말이지만, 이런 질문을 일상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는 사회라면 각자가 생각할 기회도 더 많지 않을까? 각자가 이런 중요한 질문을 굳이 애쓰지 않아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방송 녹음 중에 교수님은 노력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한국 사회는 노력의 방향이 다들 비슷한 편이라고요. 방향이 비슷한 사회와 다양한 사회 중 무엇이 더 좋은 사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에게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희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못된 방향을 오래 걸어온 사람이라도, 그래서 '이젠 늦었어... 이제 와서 뭘...'이라는 생각이 들지라도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돌이킬 수 있는 존재입니다. 과거의 말이나 행동을 지울 수는 없지만, 방향을 틀어 반대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전과 한걸음 다른 존재가 됩니다. 방향이 옳다면 '나은' 존재겠군요.
여러분은 요즘 어떤 방향으로 살고 계신가요. 저는 평소와 달리 올해 이곳저곳을 다녀보는 중입니다. 다니다보니 잊고 지내던 꿈도 생각나고 못 만나던 사람들도 만나게 됩니다. 이곳저곳이라고는 했지만 큰 방향은 비슷한 쪽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언젠가 더 자세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죠!
그리고 최근에 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코너를 돌 때는 속도를 조금 줄여야 안정적이더라고요. 큽커브일수록 그렇습니다. 인생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방향을 많이 틀수록 감속이 필요합니다. 바쁜 일상의 속도를 조금 줄이고, 조급함도 덜어야 방향을 점검하고 전환할 수 있습니다. 노래의말들이 그런 '일상 감속 구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노래의말들 163화 방송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