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3일 사용기
브런치에 3일간 2개의 글을 올려보며 느낀 이 서비스의 특징 두 가지.
1. 유려한 퍼블리싱을 지원하는 간편하고 유용한 에디터
2. 명확한 서비스 콘셉트 '당신도 작가, 책을 써보세요!' 어필
그리고 또 하나 느낀 점이 있다.
싸이월드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 내놓았던 '페이퍼'라는 서비스가 떠올랐다.
브런치처럼 간지나는 퍼블리싱을 위한 에디팅 툴이 제공되진 않았지만,
브런치처럼 콘텐츠 생산자들을 '작가'로 명명, 그들에게 싸이월드에서 놀던 엄청난 수의 사용자들을 구독자로 끌어모아 주었다.
페이퍼 작가들끼리 모여 '페이퍼 진'이라는 매거진을 만들 수도 있었고,
페이퍼를 보고 연락 온 출판사를 통해 출판의 기회를 얻은 작가들도 많았었다.
브런치 서비스가 추구하는 방향과 매우 비슷했다.
하지만 나름 잘 나가던 페이퍼 서비스는 돌연 문을 닫게 된다.
아마도 회사 차원에서 수익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명확히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싶다.
플랫폼 서비스로서 콘텐츠 시장이라는 더 큰 판을 보았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장기적으로 내다봤다면 당장의 수익을 바라지 않았어야 할 서비스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당시 사용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정말 아쉬운 서비스다.
브런치는 과연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바라보고 있을까?
단순히 블로그나 카페처럼 사용자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이런 고급진 서비스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좀 생뚱맞을 수 있지만 나라면 브런치의 에디팅 툴과 퍼블리싱 시스템을 패키지화 해서 언론사나 잡지사 등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에 판매하는 것도 고려해 보겠다.
내가 주제넘게 브런치의 돈벌이까지 걱정하는 것은,
좋은 작가들과 독자들이 모여있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 공간이 또다시 시장논리에 의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페이퍼도 그랬지만 그 잘 나가던 싸이월드도 지금 통째로 망하기 직전 아니던가?
정말 오지랖이다.
하지만 이 오지랖은 브런치가 너무 맘에 든 나의 애정 어린 관심이기도 하다.
페이퍼는 사라졌지만, 페이퍼를 통해 데뷔하거나 인지도를 높여 창작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작가들이 꽤 있다.
미술 교사였던 신의철 작가님은 페이퍼에서 연재했던 '스쿨홀릭'으로 네이버 웹툰에 정식 데뷔했고,
'뽀짜툰'이라는 고양이 웹툰을 그렸던 유리 작가님은 다음 웹툰에서 정식 데뷔했으며,
팬티만 입고 있는 본인 캐릭터로 유명했던 '이크종' 임익종님도 지금 계속 활동 중인 걸로 알고 있다.
'뽈스토리'라는 경찰서 에피소드를 웹툰으로 그리다가 경찰청 공식 캐릭터까지 만드셨던 강현주라는 여경도 페이퍼에서 처음 봤던 분.
그리고...
포토와 웹툰을 결합해 '포토툰'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고 연재했던 이퓌뒤님...나....
이제는 창작활동을 쉬면서 간간이 취미로 포토툰을 만들고 있지만, 그때 수천 명의 구독자들에게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들으며 내가 만든 콘텐츠를 보여주고 소통하던 경험은 지금의 내가 있는데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비록 책을 출판하지도 않았고, 작가로서의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한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던 것.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싸이월드의 페이퍼 서비스의 잠재력이었다.
아마도 브런치 서비스도 그 잠재력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 가치를 브런치는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오래오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