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바라기 Mar 07. 2022

약점을 인정하면 훨씬 편해지는데

마음 돌보기

동갑인 남편와 나는 대화를 많이 한다. 대화 주제는 매우 다양한데 성향과 기질이 정반대인 우리는 사소한 주제에 대해서도 이견 차가 발생하곤 한다. 나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말이 남편에게는 상처가 되는 말이라거나 나는 꼭 집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인데 남편은 흘러 넘겨도 된다고 생각한다든가 말이다.


최근에 언쟁을 하게 된 사건은 '자신의 약점을 어디까지 인정하는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나는 나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살아가는 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정말 친한 친구는 너 댓명이면 족하다고 생각하며 제 3자가 나에게 '너는 친구가 없어'라고 말한다 해도 '응, 맞아 나는 친구가 없어'라고 순순히 인정할 수 있다. 


이 때 제 3자가 '친구가 없다'고 말한 의도가 나를 깎아내리려 한 말이라 해도, 실제로 나는 친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인정할 수 있고 타격감이 전혀 없다. 누구나 친구가 많아야 하는가? 친구가 많아야 성격이 좋다고 할 수 있는가? 그건 그 사람의 가치관이지 내 가치관과는 다른 부분이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 너 댓명만 있어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에 친구가 많고 적고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 착하고 사람 잘 챙기고 흥이 많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와 뚜렷하게 반대되는 점은 바로 '약점을 대하는 태도'인데 남편은 쉽사리 본인의 약점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자신의 약점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자신을 공격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난 해결책에 대해서 말하려 하지만, 당사자는 공격당한다고 느끼기에 대화가 창과 방패처럼 공격과 방어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기에 크고 작은 약점이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점이 스스로에게는 타인에게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상처일 수 있다. 난 큰 상처든 작은 상처든 '상처'라고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처라고 인지를 해야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상처라는 것 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면 상처부위가 곪아터져서 더이상 손을 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격적 결함이라든지 타인을 대하는 태도의 미성숙함 또는 자기관리가 안되는 점 등 내가 스스로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일단 인정해보는 건 어떨까. 나는 그런 사람이야,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스스로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에 대해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라는 생각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면 억지로 약점을 가리려고 애쓸 때보다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오늘 밤에는 아무도 보지 못하게 꼭꼭 숨겨두었던 내 안의 나를 살며시 꺼내보면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