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고 마케팅을 하면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게 감각이다.
상품 하나를 만들더라도 평범하지 않고 조금은 다르게,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려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시간과 노력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데, 이때 내가 좀만 더 감각이 좋았으면..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할 법한 고민이다.
감각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던 와중 우연히 한 영상을 보게 됐다.
배달의민족 마케터로 이름을 알려서 지금은 인플루언서가 되신 이승희 마케터님의 유튜브 채널, 감각을 키울 수 있는 본인의 인생책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이승희 마케터님이 추천하는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인생책은?
소개한 책은 바로 이 책, 마쓰우라 야타로의 <좋은 감각은 필요합니다>라는 책이었다.
읽어보지 않은 책인데, 영상에서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공유해주신다.
'호기심의 힘, 흥미를 지닌 것은 기회다.'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이 많고, 궁금하지 않을 때가 많다.'
'자신만의 것이 쌓이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내가 진짜 감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호기심과 감동이 어떻게 '감각'으로 연결될까?
좋은 감각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쌓인다.
비싼 레스토랑에 가면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디테일한 플레이팅, 접대하는 방식, 내부 조명과 인테리어 등 남다른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세세한 것들이 정말 많다.
경험함으로써 아 이런 부분을 신경쓰는구나, 이 부분을 다르게 하니까 특별해 보이는구나 하는 느낌적인 기억이 쌓이고, 실제 비즈니스를 할 때도 그런 디테일이 살아있지 않은 제품을 만들면 뭔가 허전하게 느껴지며 자연스레 더 완성도 높은 제품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
취미를 갖는 것도 같은 류에 속한다.
식물을 기르는 즐거움, 악기를 연주하는 즐거움, 요리하는 즐거움, 운동하는 즐거움...
그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 어떤 포인트에서 왜 좋다고 느끼는지 알고 공감하는 능력이 결국 비즈니스에서도 감각적으로 적용되는 듯 하다.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성향, '덕후 기질'이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이 요새 들리는 것도 그런 사람이 해당 분야에서만큼은 가장 뛰어난 감각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즉, 감각은 깊게 마음으로 느끼는 경험들의 축적이다.
'경험이 중요하다'라는 말은 어디에서나 너무나 쉽게 들을 수 있지만, 그래서 무슨 경험을 어떻게 해야 하는데?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감각이라는 것은 이렇게 호기심과 흥미가 뒷받침된 다양한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체화되는 맥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상에서 호기심과 감동에 대해 언급했을 때 정말 공감했다.
나는 사실 정말 감동해서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어떤 목적을 위해서 행동하는 사람이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이게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어떤 목적을 가진 일인지 자기검열을 하다보니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잘 안하려 한다.
취미는 즐거움 그 자체가 목적인데, 새로운 취미를 한번 가져볼까? 하고 찾아보면서도 선택 기준은 이게 나에게 도움이 될까, 저게 나에게 도움이 될까? 인 것이다.
근데 그렇게 했을 때는 감각이 살아나기 어렵다.
어떤 깨달음이나 감동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 감동을 느낌으로써 감각이 살아나는 것인데, '경험을 위한 경험'을 해서는 감동도 잘 느끼지 못하고 감각도 키워지지 않는다.
어떤 경험을 하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기 이전에 내가 어떤 것에 호기심을 느끼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감각이 좋다고 느껴지는 또 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유튜버 이연님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연님은 자신이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를 정말정말 잘 알아차린다.
대부분의 컨텐츠 내용이 결국 주제는 '요즘 내가 느끼는 것'이다.
근데 그렇게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를 잘 알아차리기 때문에,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서 느껴지는 좋아하는 일이나 행동, 물건 등을 잘 설명할 수 있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현재 구독자가 무려 85.4만명)
또 그렇기 때문에 취향이 매우 확고하고, 라이프스타일이 잘 잡혀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우리에겐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는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저도 모르게 흘러가는 생각과 감정을 놓치지 않고 붙잡을 때,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감각이 살아난다.
한 가지 우리를 어렵게 만드는 건 유튜브인 것 같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쓴 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브 나도 정말 많이 보고, 유익한 정보들이 넘쳐나는 좋은 플랫폼이긴 하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한 가지가 능동적인 사고가 아니라 수동적인 습득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뭔가 좋은 정보가 담긴 유튜브 영상을 15분동안 열심히 봤는데, 보고 나서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에 남지 않을 때가 많지 않나?
그게 능동적인 사고가 들어갔는지 안들어갔는지의 차이다.
글과 영상은 매체의 속성이 근본적으로 다른데, 글을 읽을 때는 속도도 조절하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앞으로 돌아가 여러 번 다시 읽는다든지 읽다가 멈춰서 생각을 정리한다든지 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반면에 영상은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일정하게 흐르는 그 영상의 속도에 따라 일방적으로 정보를 주입받는다.
그래서 영상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고 난 뒤에는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생각을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연결되도록 하지 않는다.
어느정도 적당히 생각하고 나면 이해했다고 착각하고 넘어가는데, 글쓰기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는다.
내 생각의 빈 허점, 논리적으로 흐름에 맞지 않는 생각을 잘 캐치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
정보뿐만 아니라 감정과 감각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연님의 영상을 보면서 아 이런 물건들이 있구나~ 하고 넘어갔겠지만, 영상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을 글로 써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자 여러가지 정보들과 평소의 생각들이 연결되면서 '인사이트'라고 부를 만한 것이 도출됐다.
처음 영상에서 소개한 <좋은 감각은 필요합니다>라는 책에서도 감각 기르기를 위해 글쓰기를 추천한다.
늘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글을 쓰는 습관을 한번 들여보자.
아마 장기적으로 다방면에서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