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또다시 마음상태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어떤 것에도 흥미나 관심이 생기질 않고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 상태. 만사가 귀찮고 일할 때도 의욕이 크게 생기지 않는다. 늘 피곤하고 무기력하고 약간의 우울감도 들고...뭐 암튼 상태가 좋지 않다.
사람들이 내면을 잘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스스로도 잘 극복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일을 여러 번 겪고 그만큼 관심을 가진 덕분에 조금 더 일찍이 알아차리고 대처해서 아주 깊이 가라앉지는 않을 수 있는 것 같다.
이번엔 뭐가 문제였을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랑 잘 안 맞나?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는 상태에서 더 나은 선택지를 찾으려 해봤자 답이 나올 리가 없다.
말하자면 '무엇을 하는지'보다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한 상태다.
그리고 이런 경우 대체로 원인은 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있다.
아무래도 벗어났다고 생각했던 번아웃이 다시 슬금슬금 찾아오려 하는 것 같다.
마음의 병이 참 무서운 게 그냥 단순히 기분이 안 좋은 건지 아님 스스로 참고 극복해내지 못할 '질병' 수준의 문제인지 웬만해서는 구분해내기 어렵다.
나도 완전히 회복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무너질랑 말랑 위태위태한 상태로 버텨왔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살짝 삐끗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에너지가 좀 있으니 이번 기회에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건강한 상태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 하루 번아웃에 대해 간단히 공부하며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해서 앞으로 관리할 영역을 4가지로 구분했다.
(※번아웃이 왔다면 혼자 힘으로 이겨내려 하거나 참지 말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1. 건강 영역
감정은 뇌가 아니라 몸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서부터는 몸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됐다.
실제로 체력이 약하고 피곤하다고 느껴질 때는 기분도 좋지 않고 부정성이 커진다.
뭔가를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려면 일단 체력이 있어야 한다. 건강은 정말정말 중요하다.
건강 영역에서 실천할 것은 2가지다.
운동은 크게 3가지로 나눴다.
근력 운동 / 코어 운동 /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은 스쿼트와 푸쉬업, 코어 운동은 플랭크+데드버그, 유산소 운동은 런닝이다.
근력 운동과 코어 운동은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아침 간단히 하는 것으로 잡아뒀고, 런닝은 퇴근 후 저녁에 주 2회 하는 것으로 배치했다.
이중에서 나는 특히 코어 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코어가 약하면 구부정하게 앉거나 의자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등 자세가 무너지는데, 자세가 무너져있으면 중추신경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에너지를 계속 쓰게 되고 그만큼 빨리 피곤해진다.
난 안그래도 코어가 약해서 허리도 자주 아프고 오래 앉아있는 걸 힘들어하기 때문에 코어 운동을 꾸준히 하려 한다.
(관련 책 <스탠퍼드식 최고의 피로회복법> 추천합니다.)
물을 충분히 마셔주지 않아도 쉽게 피로해진다.
머리도 잘 돌아가지 않아서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그만큼 더 오래 일하게 되고, 스트레스도 받게 된다.
특히나 나는 커피를 너무나 좋아해서 물을 더 많이 마셔줘야 하는데 그동안 심각할 정도로 물을 적게 마셨다.
그냥 많이 마셔야지 하면 안 마시게 되니까 습관을 만들기 위해 물 마시는 타임을 정해뒀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유산균 먹으면서 한번, 출근 직후에 한번, 점심 식사 후 일 시작할 때 한번, 퇴근 직후에 한번.
이렇게 하면 하루에 적어도 4번은 더 물을 마실 수 있으니까 전보단 훨씬 나을 것 같다.
2. 일 영역
번아웃은 의학적으로 일하는 사람에게서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정의되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일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뜻.
일에 있어서도 실천할 것을 2가지 정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신경쓸 게 너무 많았다.
성과를 내기 위한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 외에도 가령, 세무, 물류, 재고관리, 현금흐름, 기타 법률적인 문제 등...
그러다보니 어느새 잡다한 일에 내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투입하고 있었고, 이것저것 정신없이 일하기는 하는데 내가 오늘 하루 뭘 했는지 모르겠는 날들이 이어졌다.
하나를 깊게 파고드는 능력은 떨어졌고 정신만 산만해졌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바쁘게 일하면 성과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계속 힘들기만 하고 성취감은 느껴지질 않고 긍정적으로 일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갔다.
그래서 앞으로는 하루에 가장 중요한 일 딱 2가지만 하기로 했다.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점은 어차피 임팩트가 큰 일 한 가지를 해내면 나머지 자질구레한 일들은 저절로 해결되거나 해결하지 않아도 괜찮아진다는 것이다.
하루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딱 2가지로 제한해두면 그만큼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게 되고 임팩트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해내며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일하려면 내가 하는 일의 가짓수도 줄여야 한다.
지금은 이너플랏 브랜드 운영 외에도 마케팅 대행과 강의 일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해서는 해야 할 일 쳐내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앞으로는 강의 일은 안 하려고 한다.
때로는 해야 할 것처럼 보이는 일을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내가 취약한 부분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사냥감을 잡을 수 있도록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동물이지, 보이지 않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걸 달성하는 방식으로 살도록 유전자가 설계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 목표를 달성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고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을 기르려면 원하는 아웃풋을 내기 위해 필요한 인풋을 계산하고, 현실적으로 본인이 할 수 있는 인풋을 생각해서 목표로 잡은 후에 그것이 어떤 아웃풋으로 이어지는지를 반복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나는 이런 경험이 부족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인풋의 정도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아웃풋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다.
지금까지는 일단 큰 목표를 잡고 최대한 거기에 근접하도록 노력하는 식으로 일했는데, 이렇게 하다 보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게 일상이었고 당연히 성취감을 느끼기도 어려웠다.
앞으로는 조금 낮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며 작은 성취감을 느끼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려 한다.
3. 습관 영역
이 영역 구분이 조금 애매했는데, 내가 나를 망가뜨리는 습관과 일으켜세워주는 습관?루틴이 각각 1가지씩 있다는 것을 알아서 습관 영역으로 구분했다.
전에도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유튜브, 정말 한 번 보면 계속 보게 되고 심심할 때마다 들어가게 된다.
특히 1분이 안되는 쇼츠 영상들은 도파민을 팡팡 터뜨려주면서 도저히 나갈 수 없게 만든다.
이 도파민 중독이 나에게 가장 결정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도파민을 조절하는 법에 대해 공부해보려 한다.
<도파민네이션>이라는 책이 밀리의 서재에 있는지 봤는데 없어서 주문했고, 일단 밀리에 있는 <도파민형 인간>이라는 책을 먼저 읽으려 한다.
우리 세상은 모든 게 너무나 넘쳐나는 과잉의 상태다.
자극적인 콘텐츠나 맛있는 음식들로 너무나 쉽게 도파민을 분출시킬 수 있고, 그런 것들에 익숙해지면 운동이나 일처럼 노력을 통해 도파민을 얻는 방식은 점점 어려워진다.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해내고 싶은 사람에게 도파민 컨트롤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부터 앞으로 4주간 유튜브를 전혀 보지 않는 것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6월 25일까지!)
그냥 안 봐야지 하면 실천하기 어려운데, 언제까지 안볼 것인지 명확히 정하고 선언하면 성공률이 올라간다고 한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해봐야지.
아래의 <도파민네이션>의 저자이신 애나 렘키 교수님과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선 도파민 관리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게 됐다.
요즘 일상이 재미없고 의욕이 없어서 고민인 분들이라면 아래 영상을 꼭 한번 보시길! 그리고 함께 도파민 독립 도전해보아요ㅎㅎ
내 아침 루틴 중 하나가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다.
내가 퇴사 후 사업에 도전하면서 인생 최대의 암흑기를 지날 때... 감사하는 마음의 힘을 크게 느낀 적이 있어서 잊을만 하면, 뭔가 상태가 안좋다 싶으면 감사한 것을 찾고 감사일기를 쓰는 편이다.
최근에도 쓰다가 상태가 괜찮은 것 같아서 안 썼는데 금세 다시 안 좋아진... ;(
잠깐만 주위를 둘러봐도 감사한 것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왜 이리 욕심을 부려서 스스로를 괴롭게 하나 싶다.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매일 아침 감사일기를 꾸준히 쓰려 한다.
4. 행복 영역
이 영역은 아직 미완이다.
회사 다닐 때 가벼운 우울증으로 일주일간 제주도에서 휴식을 취한 적이 있는데, 그때 <오티움>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하는 동안 행복하면서도 나를 성장시키는 능동적인 취미 생활이 '오티움'이다.
당시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오티움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필요성을 느꼈지만, 실제로 만들어내지는 못했었다.
나는 일하는 것이 즐겁고 좋기 때문에 일이 곧 취미라는 생각도 컸는데, 별도로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번아웃에 대해 찾아보면서 발견한 영상.
위 영상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는 오로지 한 가지에만 의존해서 그게 무너지면 내 전체가 무너지는 불안정한 상태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취미생활을 무언가 만들고 싶은데, 내 성향상 정말 즐겁게 느껴지는 일을 취미로 즐기는 게 아니라 '이걸 하면 도움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억지로 취미를 만들 확률이 크기 때문에...머리로 생각해서 만드는 취미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취미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다양한 걸 찾아보고 시도해봐야할 듯 싶다.
이렇게 정리한 4가지 관리 영역 중 기록하며 체크할 항목들은 예전에 잠깐 써본 적 있었던 '마이루틴'이라는 어플을 다시 설치해서 세팅했다.
가벼운 시도지만 한 달 정도만 이걸 잘 실천해도 많이 달라진 나를 만나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나를 이기는 사람이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나를 잘 이겨내고 또 한단계 성장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