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사주팔자 어플을 지웠다 매일 아침 출근길을 오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의 점은 그만 쳐보기로
누군가 그랬는데 사주는 통계학이라고 나는 미적분을 할 줄 모르니까
우리는 실용적인 학문을 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하던 면접관도 한 번쯤은 생년월일시가 적힌 쪽지를 건네기 마련이다 사주쟁이의 책상 앞에서 마치 구원자를 기다리는 것처럼 초조하게
너를 구하느니 개 돼지를 구하겠다 말하는 구원자에게 우리는 결국 버림받고 마는 것 사십일 동안 헤엄치면서 깨달은 건 방주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가 아니라 미처 복채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숫자가 그리 좋으면 여기서 이렇게 시나 쓰고 있었겠느냐고 문을 두들기며 소리쳐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짐승들의 울음소리뿐 그들이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욕심이 없다던 방주의 주인은 육백 살이었단다 겨우 한그루 남은 전나무를 붙잡고 물살을 버텨내 본다 이 또한 신의 은총이다
현침살이 가득한 사주를 들고 마지막 사주쟁이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어떤 짐승도 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신에게 기도하면서 하지만 벌써 물이 차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