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어 #2
오늘 이런 글을 썼다.
인터넷 신문기자 3년, 작문을 기초로 하는 직업을 5년 째 하고 있습니다.
지인들의 자소서를 첨삭해 주고 서류 전형합격에 보탬이 된 경험이 쌓였습니다.
두서 없는 글을 정리하고 다듬는 일에 자신있어요.
맡겨 보세요!
'크몽'이라는 프리랜서 마켓의 자기소개란이었다.
며칠 전 손 봐 주었던 친구의 자소서가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듬성 듬성한 문장들을 각 맞추어 다듬는 재주로 남에게 좋은 일을 했다니 반가웠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혹시나 이 재주가 돈이 될까 싶어 크몽인지 크롬인지 어플을 호기롭게 받은 것이다.
자기를 소개해보라는 하얀 박스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저렇게 적었다.
나름 '글', 또는 그 비슷한 것으로 생계를 이어온 짧은 시간이 저 문단에 들어있다.
도안 없는 수를 놓듯 애면글면하며 글을 썼던 내 수고도 저 안에 있다.
호객을 목표로 하기엔 도무지 흡인력이라고는 없는 글이다. 이런 글로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써놓고 보니 그냥 저 자체로 맘에 들어서 한참을 바라보다 확인 버튼을 눌렀다.
고객들에게 내 계정을 노출시키려면 유료란다. 에라이, 콧 웃음을 치며 폰을 껐다.
오늘 저 네줄의 문장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