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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병자리 Feb 20. 2023

마! 내가 바로 자동차의 역사고  독일의 자존심이다

마케터가 바라본 경험공간 이야기 "벤츠 박물관"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이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남서부에 있는 인구 60만의 소도시벤츠와 포르셰 본사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연관검색어나 추천관광지 1순위로 뜨는 곳이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2006년에 세워졌는데 우리나라에는 갤러리아 백화점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건축가 벤 반 버켈이 디자인했. 8층 규모로 120년 벤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수많은 주제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희귀 자동차, 역사적인 기록, 엔진, 스포츠카,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의 모든 것을 전시하고 있다.

입장 후 가장 먼저 반기는 중앙홀의 높은 층고는 이곳이 얼마나 웅장한 곳인지 보여준다. 그레이톤의 세련된 노출 콘크리트와 그 라인을 위아래를 관통하는 타임머신 같은 엘리베이터를 따라 고개를 들면 한참을 위를 바라봐야 한다. 렌트해 주는 오디오가이드를 끼고, 8층으로 올라가는 타임머신안의 작은 창문 밖 벽에서는 "자 이제 너는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거야"라는 암시를 하듯 영화 '시네마 천국'의 영사기에서 나올 듯 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주 작은 찰나지만 이 경험은 앞으로의 여행이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기대를 갖게 하는 중요한 트리거가 된다. 엘리베이터가 타임머신으로 불리는 이유는, 대개의 박물관처럼 1층부터 관람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맨 위층에서부터 시작되며 그곳부터 연대별로 공간이 구성됐기 때문이다.  


1800년대부터 1900년대 초반, 자동차와 메르세데스의 시작과 다양한 종류의 차량들, 1945년에서 60년까지 전쟁 후의 기적, 80년 초반까지 메르세데스의 부흥과 현대적인 자동차들의 등장, 그리고 다양한 시도와 도전까지 벤츠의 130년 역사를 약 3시간의 스토리로 밀도 있게 압축해 놓은 곳임을 엘리베이터 안내에서 읽을 수 있다.


Pioneer, 자동차의 발명을 화두로 던지는 8층 공간에 처음 진입하면 메르세데스의 최초의 차와 엔진이 약 100평 규모의 공간 중앙에 전시되어 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이 넓은 공간을 인위적으로 채우려 하지 않고, 단 2대의 차와 가솔린 엔진 한대만을 조명으로 하이라이트 하여 관람객의 시선을 유도하는 큐레이팅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차를 제자리에서 돌려 굳이 관람객이 돌지 않아도 가만히 서서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섬세한 배려 역시 칭찬할만하다.


각 층으로 내려가는 공간마다 역사적인 사건과 회사의 기록들을 사진, 그림, 책자 등의 형태로 볼 수 있게 전시하여 마치 벤츠가 세계의 역사적인 기록들의 "one of them"임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전략 역시 박물관 전 층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장치임을 일반 관람객은 눈치채기 어렵다.

비틀즈하고 벤츠하고 무슨 상관이?
비틀즈가 벤츠를 탔었나?

그럼 Facebook은?


평일임에도 불구 많은 관람객들이 있었는데, 실제 가족단위로 많이 오고 단순히 보고 듣는 것을 넘어 실제 체험을 위한 장치들 역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간 브랜딩 관점에서 체험, 교류, 참여는 궁극적으로 고객과의 긍정적인 관계형성에 가장 큰 역할임을 기억하면 다소 부족한 면이 있어 보이지만 굳이 의도적인 억지체험을 위한 장치가 이 공간에는 더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다. 딱 이 정도면 충분하다.

자동차의 심장은 엔진이다. 12 기통, CDI, 블루텍 모 이런 어려운 용어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엔진은 결국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에 가장 중요한 파트다. 이 엔진을 보여주기 위한 메르세데스의 전략은 날것 그대로의 드러냄이다. 전시관 곳곳에 다양한 엔진의 변천사를 막 차에서 꺼낸듯이 다소 거칠지만 인상적인 전시를 통해 많은 이의 시선을 끈다.


하나의 큰 공간에 여러 개의 테마를 담은 곳이라면 이 공간에서 다음 공간으로의 이동, 즉 동선의 배치와 연결고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설에서 "다음 페이지로의 넘어가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관람객이 책을 덮지 않고 계속해서 다음 공간으로 가고 싶어 하는, 뭔가 기대를 갖게 하고, 자발적으로 이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Mercedes-Benz Museum / UNStudio

이런 부분은 구조적인 설계가 큰 역할을 하는데, 메르세데스는 공간과 공간, 층과 층을 연결함에 있어 2중 나선구조로 설계하여 관람객이 수평방향의 이동과 동시에 수직방향의 높이도 변화되면서 상하의 다양한 뷰에서 전시물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계단이 아닌 ramp로 공간과 공간을 이어 주변을 자연스럽게 산책하듯 조망할수 있게 길을 만들고 또한 공간별 성격에 따라 조명을 달리해 필요한 곳에서는 자연 채광을 최대한 살려 눈의 피로를 줄이는 배려심도 보인다.



차를 바라보는 시선과 같은 동선에 배치한 자세한 해설과 짧은 영상은 쉽게 지나칠만한 차량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나선형 구조 설계를 통한 시각적 개방성", "빛과 층고를 통한 공간별 강약조절", "아날로그와 디지털 장치의 조화" 그리고 "과장이나 화려함 없는 단순한 형태의 전시가 주는 originality"까지 이 큰 공간은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강하게 끌어당기는 자석과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간 90만 명 가까운 관람객들이 이 공간에 방문하기 위해 이 도시를 찾고, 입장료 10유로를 아끼지 않는다.


모든 투어를 마치고 오디오 가이드를 반납하면 "The strap is yours"라고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오디오 가이드에 붙어있던 스트랩을 선물로 준다. 단지 목걸이 줄일 뿐인데 이런 작은 기념품은 이 공간에서의 마지막을 미소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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