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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ne Apr 17. 2019

유튜브 세대의 소비 선언 #2

1. 유튜브 세대에게 커뮤니케이션이란

목차

#1: 서문 & 0. 모바일 네이티브와 꼰대 https://brunch.co.kr/@kimstone/127

#2: 1. 유튜브 세대에게 커뮤니케이션이란 https://brunch.co.kr/@kimstone/129  

#3: 2.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https://brunch.co.kr/@kimstone/130

#4: 3. 지금 시대의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https://brunch.co.kr/@kimstone/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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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윗세대의 소통이란 것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이루어지는 것이었고, 통신 시대가 들어서면서 온라인으로 하는 교류의 비중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상호교류를 기반으로 하는 정서이다. 모바일 시대로 넘어와서도 나를 포함한 내 윗세대는 옛날 방식대로 매체를 사용한다. 수백번 주고 받았던 문자 메세지만큼 카톡이 중요하다. 유튜브는 텔레비전처럼 본다. 페이스북은 사진앨범(번역하면 정말 얼굴책!)이다. 이해가 어렵지 않다. 커뮤니케이션이 이미 완성된 상태에서 새로운 매체를 받아들이는 세대는 같은 사람이 같은 내용의 커뮤니케이션을 단지 매체를 바꿔가며 사용한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태어나고 자라 전화기를 붙들고 수다를 떨다가도 인터넷 카페와 이메일로 옮겨가고 모바일 메신저와 페이스북으로, 이제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가며 새로운 매체에 적응한다.  

커뮤니케이션의 원형이 존재하는 구 세대 
커뮤니케이션의 원형이 없는 신 세대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미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매체가 커뮤니케이션을 정의하는 세대이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카톡을 통해 사진이 오간다. 화상통화를 통해 조부모에게 옹알이를 한다. 키즈노트를 통해 어린이집 생활이 기록되며 유튜브를 통해 핑크퐁 율동을 따라한다. 이제는 매체가 커뮤니케이션을 정의하고 변화시킨다. 오프라인에서 행하는 행위를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세대가 아닌 것이다. 오프라인 인간 관계가 페이스북와 카카오톡으로 넘어오던 전 세대와 다르게, 요즘 세대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구독, 카카오톡 익명챗방에서 시작된 인간관계를 ‘오프’하면서 연결 짓는다. 


이런 새로운 인간 관계를 이전 세대는 ‘피상적’이라고 여기며, 이런 온라인 네트워크에 갇혀 핸드폰을 쥐고 사는 아이들을 ‘외로운’세대이고, 손으로 잡히는 책장의 여유로움을 잃어버리고 독서할 줄 모르는 ‘정신없는’ 아이들로 보는데, 나는 이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 이런 서술은 철저히 인간관계와 외로움과 정보 습득을, 과거 아날로그 방식으로서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의 원형’으로 학습한 세대에게만 유효하다. 또한 이러한 시각은 새로운 인간관계 형태와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과거의 아날로그 방식으로 회귀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헛된 믿음에 기반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다시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의 원형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질문을 좀 더 던져보자. 


왜 지금 세대는 유튜브를 보는가? 동영상이 활자보다 더 쉬워서? 활자가 좀 더 복잡도가 높은 반면 동영상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비교우위 설명은 커뮤니케이션의 원형으로 활자를 학습한 세대에게 유효한 설명인 것 같다. 동영상이 활자를 대체한 것은 인터넷 이전에도 있었다.  20세기에 텔레비전 방송국이 개국했을 때부터 이미 우리는 동영상의 파괴력을 잘 알고 있었다. 활자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사고하고 형상을 상상해내야 하므로, 이런 면에서 활자보다 동영상이 현상을 전달하기 좀 더 용이한 부분이 있다. 특히 시력이 떨어지고 기타 전반적인 기력이 쇠하는 40-50대 이후 세대에게, 동영상 플랫폼은 훌륭한 대체재가 된다.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은 처음에는 구술 방식이었고, 손글씨를 배우면서 활자화되고, 책을 읽고 교과서로 학습하다가 TV를 보고 라디오를 듣고 인터넷 게시판으로 그리고 이제는 유튜브를 보는 방식으로 옮겨져왔다. 유튜브의 라방(라이브 방송)는 어쩌면 미디어를 통해 구술 커뮤니케이션으로 돌아오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동영상 커뮤니케이션이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하는 의미라면, 이런 해석은 대체될 커뮤니케이션의 원형이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들은 ‘대체재’로서 동영상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원형’으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다시 질문을 던져보면, 왜 지금의 어린 세대는 유튜브를 보는가? 내가 감히 추측하자면 제일 편리한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 ‘편리’는 ‘쉽다’는 뜻이 아니다. 유튜브는 당장 핸드폰을 손에 쥐고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위 중에서 가장 복합적이고 확장성 높은 채널이다. 지금 세대는 유튜브를 보느라 책을 안 읽고 글을 안 쓰는 세대가 아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유튜브를 봤다. 지금 세대는 그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이 너무 많은 세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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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https://brunch.co.kr/@kimstone/130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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