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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ne Mar 31. 2017

"내가 더 힘들어" 게임

그 분들의 한국은 참 좋기만 하다.

 여러 나라를 돌면서 살다보니 여러 교민사회도 접하게 되는데, 국가 별로 도시 별로 상황 별로 꽤 성향이 다르다. 예를 들어 해외 맘 커뮤니티는 특정 당을 많이 비판하는 쪽이고, 몇몇 지역의 한인교회는 국내 대형교회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그룹의 특성과는 별개로 공유하는 정서가 있는데, 바로 "한국 사는 분들은 너무 불평이 많다."의 정서이다. 보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왜 한국 살면서 한국을 그렇게 비하하고 욕하는지 모르겠다, 불평하지 마라 외국은 더 힘들다."정도가 될까? 정치관이나 국가, 계층을 불문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감정이라는데 깜짝 놀랐다.


 긍정적으로 선해하자면 그만큼 조국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인걸까? 글쎄다, 내 생각은 아니올씨다. 위에서 두 의미를 하나로 엮었다. '한국을 욕하지 마라'와 '외국은 더 힘들다'. 대부분 한국이 그렇게 헬조선은 아니야, 좋은 나라야, 라는 말로 시작하지만 본심은 뒤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해외 교민 커뮤니티를 휩쓴 미국 교민의 글이 대표적이다. 이 글은 아주 기이했다. 일견 한국이 이렇게 좋은 나라가 되었다 자부심(?)가득한 인상으로 시작하지만, 한국에선 2%의 낮은 이자로 전세 얻은 아파트에 곳곳에 비데 달려있고 저렴한 택시를 타고 너무 좋고 부러운데 다들 살기 힘들다고 하더라, 만족할 줄 모르고 행복할 줄 모르더라, 진짜 안식과 평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란 내용으로 마무리 짓는다. 대체 어디서 2%의 연이자로 전세를 얻고 사는 분들이 그렇게 많은지, 왜 그 저렴한 택시를 모는 기사님의 삶은 고려를 안 하는지, 그 분의 대한민국은 강남밖에 없구나, 그게 그 분의 한국의 전부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일단 재외국민이 무슨 자격으로 훈수를 두나, 하는 자격 문제를 떠나서, 대부분의 교민은 한국의 사정에 어둡고, 한국사회의 단면만을 필터링으로 걸러 들으니 편견이 생겼을 것이고, 그리고 누구나 다른 환경에서 더 좋아보이는 것에 눈길이 가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외국으로 나왔는데, 겪어보니 외국에서의 삶도 힘들어서 한국의 삶이 더 나았던거 같더라며 그리워질 순 있겠지. 한국에서 소수자로 살아본 적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외국나온 사이 한국도 발전했으니 기억 속의 한국과 다른 배신감(?)도 있을 것이다.

 또한 '탈조선'을 외치며 해외 생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해외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부럽다는 감정을 투사하는 것 또한 교민 입장에서는 불편할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 나오면 생각보다 삶이 쉽지 않다. 내가 한국에서 쌓아온 학벌과 커리어를 해외에서 인정해주지도 않을뿐더러,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이 곳에서는 전혀 당연하지 않기에 바보가 되는 일도 종종 있다. 그렇다, 내가 쓰는 말을 곳곳에서 쓰고, 나와 닮은 사람들이 나에게 익숙한 표정과 행동을 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도 안락하다. 그래서 부럽고 좋다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어려움과 경험을 겪는지는 잘 모르지만, 겉보기에 좋아보이는 이면의 삶은 모르지만, 일단 좋았던 기억이 있으니까, 지금 내가 힘드니까, 결국은 자신의 고통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직접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있다. 여행지에서의 좋은 인상을 가지고 "여기서 살아보고 싶다"라고 말하자, "놀러오는 거랑 사는거랑 달라"라고 답하던 사람이 생각난다.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하는 말에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의 맥락이 있다. 해외 나와 살고 있는 1인으로서 반면교사로 삼고 늘 조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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