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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ne Apr 17. 2019

유튜브 세대의 소비 선언 #3

2.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목차

#1: 서문 & 0. 모바일 네이티브와 꼰대 https://brunch.co.kr/@kimstone/127

#2: 1. 유튜브 세대에게 커뮤니케이션이란 https://brunch.co.kr/@kimstone/129  

#3: 2.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https://brunch.co.kr/@kimstone/130

#4: 3. 지금 시대의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https://brunch.co.kr/@kimstone/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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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의 UCC를 혹시 기억하는가? UCC는 User Created Contents의 약자로, 사실상 온라인에서 제작 가능한 모든 유저 콘텐츠를 지칭할 수 있지만, 2천년대 중반 각종 동영상 플랫폼에서 유저 제작 콘텐츠를 홍보하고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는 등 동영상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 동영상을 지칭하는 단어로 통칭되었다. 또한 2000년대 중반 이후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뒤쳐진 다음이,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에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서비스로서 전략을 세우고 TV팟을 프로모팅하면서 내세웠던 단어이기도 하다.  


한 때 UCC가 있었다. 출처: 다음 커뮤니케이션


 왜 다음의 UCC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이, 유튜브는 살아남아서 결국 승승장구하게 되었을까? 유튜브의 성공에 대해서 굳이 여기서 다시 논할 것은 아니니, 영어권 서비스가 필연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글로벌 확장성이라든지, 모회사의 서포트(국내 업체들은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단기 투자 챌린지를 강하게 받아왔다. 참고로 2006년 16.5억달러에 인수된 유튜브는 2007년부터 수익화를 시작했지만 유튜브의 손실은 2010년 전까지 매해 수억 달러로 추정된다. 또한 상당한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 국내 회사와 달리 유튜브는 일체의 망 이용료 부담을 하고 있지 않다.) 등을 언급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 외 국내 동영상 서비스들의 실명제 전환이라든지, 유튜브 수익화 시점, 통신망의 속도 변화 등 동영상 서비스가 현 IT 서비스에서 존재감을 키우기까지의 과정 또한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아닌것 같다.  


 다만 유튜브가 의도를 했든지 안 했든지 간에, 당시 다음이 광고했던 UCC가 지금의 유튜브 콘텐츠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이 잘못했고 유튜브가 잘했고 이런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명시해둔다. 왜냐하면, 200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유튜브가 콘텐츠 측면에서 지금의 콘텐츠 방향성을 원래부터 잘 분석해서 지향했다고 믿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강남 모 클럽 등지에서 열리는 구글 행사에서 데려오는 글로벌 유튜버들보다 아프리카 BJ들이 더 핫했으니까. 지금의 유튜브는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동영상 및 유튜브 채널/공유 포맷에 맞춰 함께 개발해온 결과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태초에 뭐뭐하는 법 UCC가 있었다. 출처: 국가브랜드위원회


다음이 광고하던 UCC는 정보교환의 개념이었다. 당시에는 다른 매체와의 차별점으로 시청각자료로서의 강점이 강조되었었다. 뭐뭐하는 법. 이런 식으로. 그런데 시청각자료가 모든 경우에 있어 무조건 가장 우월한 자료이긴 힘들다. 예를 들어 나같이 성질 급하고 속독하는 스타일은, 유튜브가 굉장히 비효율적인 정보 교환 매개로 느껴진다. 30초면 텍스트로 읽을 수 있는 내용을 뭐하러 3분동안 데이터를 낭비해가며 비디오로 본단 말인가? 


아마도 나같은 사람은 타겟 유저가 아니었을 노하우 UCC... 출처: 금융감독원


이걸 그냥 지금 세대는 동영상이 더 친숙하고 정보 습득이 쉬워서, 라고 해석해버리면 이전에 논의했던 것처럼 “동영상이 활자보다 쉬운가?”라는 하나마나한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동영상이 활자보다 쉽냐 안 쉽냐는 질문은 오히려 구 세대에게 유효하다. 우리에게 편리한 논리를 신 세대에 생각없이 적용하지 말자.  


분명, 지금 시대의 유튜브는 풍부한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단순 시청각자료로서의 강점 하나로 유튜브가 시대를 바꿨다고 보긴 어렵다. 지금 세대는 유튜브를 정보만을 얻기 위해서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르다.  


ASMR이 ‘정보'겠어요? 출처: 유튜브 Relaxing Sound ASMR


이전 세대의 삶에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고 손글씨로 쪽지를 주고받고 필기를 하며 전화나 문자로 연락을 하던 이 모든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지금은 모바일로 옮겨왔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모바일에서 이루어지는 행위가 기존의 모든 다른 행위를 대체한다는 뜻이며, 모바일에서 이루어지는 행위가 기존의 모든 다른 행위가 수행하던 기능을 포괄한다는 뜻이다. 즉, 사람과 감정을 교류하고, 소식을 전하며, 친밀함을 느끼고, 애정을 쏟으며, 정보를 얻고, 학습을 하고, 정보를 전파하고, 의견을 나누며, 업무를 진행하는 모든 행위를 하기 위해 핸드폰을 집어든다.  


뻔한 얘기로 결국 돌아온다. 요즘 아이들은 왜 유튜브를 트는가. 애초부터 어려운 얘기가 아니었다. 유튜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옆에 있었듯이, 지금 태어나는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 옆에서 태어났다. 우리가 식당에서 켜져있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을 등지고 밥을 먹듯이 지금 태어나는 세대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밥을 먹는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 왜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틀어놓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듯이, 지금 태어나는 세대는 질문 없이 스마트폰을 켠다.  


스마트폰을 통해 할 수 있는 수없이 다양한 행위 중에서도 가장 파괴력 높은 매체는 동영상 시청이고, 동영상 매체 중 가장 강력한 플랫폼인 유튜브는 이제 동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의 영역 자체를 넓혀가고 있는 것 뿐이다. 이것이 이상하고 기괴하며 비효율적이고 교육적으로 좋지 않으며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 내가 그저 시대에 뒤쳐졌을 뿐이다. 지금 세대는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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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지금 시대의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https://brunch.co.kr/@kimstone/131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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