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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rette Nov 08. 2017

2015 인도차이나 3개국 여행 - 프롤로그

제 1부 미소 짓는 태국

프롤로그


여행기를 쓴다는 건 또 다른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여행이 끝나고 무척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한때 달달 외우다시피 했던 여행 정보들은 어느새 기억 속에서 사라져,

사진을 보면서도 되살려지지 않게 되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렇게나 오래 여행기를 묵혀둔 것이

오히려 정보 전달의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본다.


얼마 되지 않는 과거의 여행기들을 되새겨보고는,

그야말로 여행의 순간들을 '재현'하기 위해 애써온 흔적들이 가득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마치 세밀하게 묘사한 그림이 사진보다 더 현실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나는 내 글을 통해 여행보다 더 여행답게 만들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행은 결코 재현될 수 없다.

그 순간의 감각들, 가령 혀가 아릴 듯한 향신료의 강렬한 향이나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더 이상 떠올릴 수 없다.

남은 건 인상에 대한 기억뿐. 아니 그 기억도 온전히 신뢰하기 어렵다. 


그러니 이 여행기는 과거의 여행이 아닌 오늘 떠나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다.

사진을 통해 발굴되는, 얼마 되지 않은 기억과 대화를 나누어가며 나는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

거진 3년 가까운, 아니 또다시 묵혀두다보니 4년 정도 시간이 흐른 후라서, 지나간 여행의 사진들이 정말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다.

그 신선함을 글로 옮겨보고자 한다.


하지만 분량에 집착하지 않고, 사진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세련된 여행이 아니었고, 멋들어진 사진도 아니며 보기만 해도 훈훈한 사람도 아니다.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지도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물론 글을 쓰고 사진을 선별하는 작업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지만.

여하튼 끊임없이 무거워지려는 내 글을 쇄신하는 것도 또 하나의 목표이다.


사실 예전엔 테마별로 분류한다거나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한다거나 하는 기획들도 생각해봤었다.

허나 내가 여행하는 스타일 자체가 한 도시에 진득하니 머무르지 않기에 포기.

뚜벅뚜벅 나아가는 여행을 가장 사랑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돌아온 브런치는 낯설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쓰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라 기대하며


여행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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