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가주택 고치기 | 반년 간의 기록.
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재미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삶을 위한 공간 만들기
지금 와 다시 돌아보아도 참 길고, 어렵고, 힘든 날들이었다. 많이 다투고 울고 그리고 웃고 사랑했다. 다시금 기록하면서 되새기고,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되었다.
'공사의 대장정'을 마친 후에도 집은 세월과 함께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새로 칠 해 눈부시던 외벽에 흙먼지가 묻고, 바람이 묻고, 봄내음이 묻어 더욱 멋있어진다. 시골 마을에 있는 오래된 집이다 보니 공사를 마치고 나서도 손 봐야 할 곳이 참 많다. 어찌 보면 바쁜 도시에서 보다 시골에서 사는 것이 좀 더 부지런해야 하는 것 같다. 남편 J는 천성적으로 잠시도 가만히 쉬질 못하는 사람이다 보니, 잠깐 눈에 안 보인다 싶으면 어느새 밖에 나가 뚝딱뚝딱 무언갈 만들고 있다. 그 사이 비가 들이치는 현관문과 창가에 투명한 처마도 만들어 달았고, 텃밭도 이리저리 손 보고, 흙으로 된 자그마한 화덕도 만들었다. 화덕 만드는 일은 여러 사람이 함께 해서 정말 재미있었는데, 완성해 놓고 사람들과 함께 피자도 여러 번 구워 먹었다. 시골에 산다는 것은 이런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내 손으로 무언갈 뚝딱뚝딱 만들 수 있다. 멋지거나 근사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도 못났다 타박하지 않는다. 직접 땀 흘리고, 손에 흙먼지를 묻히며 해 볼 수 있는 것, 살아볼 수 있는 삶. 이 것이 나와 J가 시골에서 살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민박집을 시작하고, 걱정했던 것보다 이 작고 외진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다. 사실, 특별한 관광지 없는 이런 마을 속에 민박집을 하면 누가 찾아오려나.. 하고 걱정했었는데, 역시 진심은 통하는 법이었다. 공사 과정을 블로그를 통해 함께 지켜보고, 응원해주던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왔다. 그들과 그 간의 이야기들, 여긴 어땠었고, 저긴 어떻게 고쳤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나의 오랜 친구들은 이 공간을 보고는, 나를 많이 닮은 공간이라고 얘기했다. 기분이 참 좋았다. 날 닮은 공간이라니... 직접 손으로 일구어 나를 닮은 공간을 만들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방심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공간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들었지만, J와 나는 이 공간이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유하려 들면 얽매이기 마련이다. 100년도 넘게 이 땅을 지키고 서있던 오래된 집을 우리는 소유할 수 없다. 그저 잠시 머무는 것뿐이다. 마음에 욕심이 생기는 날이면, 이런 생각을 되새기고는 한다. 그리고 더 재미있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들을 해나가야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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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채 큰방 (다인실)
2. 골방 (2인실)
3. 작은방 (1인실)
4.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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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세면실
7. 화장실, 샤워실
8. 바깥 다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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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바깥 화장실, 샤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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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카페
11. 데크와 외관
12. 안채 정면
13. 안채 뒷 현관
14. 앞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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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서쪽 조용한 마을 모슬포에 작고, 낮은 오래된 집. '게스트하우스 활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