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벽에 반해 이 집을 사랑하게 되었다.
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재미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삶을 위한 공간 만들기
앞에 연재한 '오래된 집에 머물다'는 J와 내가 사는 이 살림집을 먼저 고친 이후에 작은 민박집을 운영하기 위해 몇 달 간 뚝딱뚝딱 고쳤던 안채 이야기였다. 사실, 모든 것들이 새로웠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바로 이 집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갈 살림집을 고치는 데 4달가량을 보냈고, 많은 시행착오를 이미 겪은 후라 조금의 경험이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지금부터 그러니까.. 우리의 진정한 시작. 진정한 노가다의 길로 들어섰던 그 나날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건물이 바로 J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살림집의 처음 모습이다. 안채에 비해 상태가 매우 괜찮은 편이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제법 오래되고, 세월이 묻은 집이었다. 실제로 집을 공사할 때, 예전에 이 집에 세 들어 살았다던 동네 할망이 놀러 와서 예전 이야기를 해주시곤 했다. 할머니는 시집와서 신혼시절에 이 집에 새들어 살았다고 하셨다. 천정이 낮아, 아이들이 많이 자랐을 무렵 화장실에 드나들 때마다 머리를 부딪혀 아이들이 매일 불평이었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사실, 이 집의 진정한 매력은 이 옆모습을 보아야 알 수 있다. 이 집은 사실 돌집이다. 제주에 흔하디 흔한 돌집. 하지만 육지것들에게는 그저 로망일 뿐인 그 돌집 말이다. 나도 처음엔 이 돌벽에 반해서 이 집을 사랑하게 되었었다. 길가에 바로 널찍하게 난 현관문 따위는 염두에 둘 겨를도 없었던 것이다. 나는 꽤나 감정적인 사람인지라.. 이 돌벽과 문 양 옆에 전에 살던 누군가가 달아놓았을 나무 화분에 이미 이 집을 좋아하고 있었다.
안채 마당에는 그리 크지 않은 감나무가 한그루 있었고, 그리 크지 않은 감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옆집 할망이 "너희 집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얼른 털어가라!" 하셨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털어가려는 걸 할망이 두 눈 크게 뜨고 지켰다고 말하셨다. "고맙수다예!!"
얼른 감을 털었다. 하나를 주워 먹어보니, 작은 감인데 떫지 않고 맛이 달았다. J는 단감이라고 했지만, 옆집 할망은 단감이 아니라 무슨 감이라 했는데.. 잘 못 알아들었다. 오래되어 낡았지만, 작고 천정도 낮아 불편하지만.. 이렇게 마당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집이 될 거라는 걸 그때 짐작했던 것 같아. 맨도롱또똣한 공간을 만들자!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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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서쪽 조용한 마을 모슬포에 '민박 맨도롱또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