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는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직원들이 인사를 잘 안 한다고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문제 제기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젊은 직원들이 인사를 제대로 안 한다.
인사를 하더라도 눈도 제대로 맞추지 않고 허리도 숙이지 않고 고개만 까딱하고 지나친다.
제 경험으로도 젊은 친구들이 인사를 잘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x세대가 인사하는 것과 달리 아예 눈을 마주치지 않고 인사 없이 지나치는 것을 더 선호하는 듯했지요. 그런 모습이 무척 무례해 보였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당황스러웠거든요. 어떻게 연장자를 이렇게 무시할 수 있나, 그런 분한 마음이 들기도 할 정도였지요. 저는 그때 꽤 여러 방식으로 이리저리 생각해 보고 일정한 방향의 답을 찾았습니다. 그걸 들려드려 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존경의 인사에 대한 것입니다. 존경의 인사는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서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걸 하지 않는다고 대기실 군기를 잡는 연예인 선배들처럼 후배를 불러서 야단을 치고 나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건 코미디입니다. 최근에 대한민국 축구팀과 친선게임을 하러 한국에 베트남 선수들이 왔을 때 박항서 감독이 응원차 방문을 했었지요. 그때 베트남 선수들은 박감독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넸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이었지만 그들은 존경과 감사를 담아 인사했지요. 그건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 감독을 할 때 선수들에게 커다란 사랑과 가르침을 전했기 때문이고 그 결과 비약적인 성적 향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인사를 후배로부터 받길 원한다면 그만큼의 애정과 정성을 후배에게 기울였는지, 그들이 원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려고 노력했는지, 그리고 존경을 받을 만한 큰 성과를 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하겠지요. 존경의 인사를 윽박질러서 받아 내는 것만큼 한심하고 처량한 것은 없지 않을까요? 결국 진짜 존경을 담은 인사를 받는 방법은,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게 제대로 된 인사를 해오지 않는 후배가 있으면 제 부족함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로 삼습니다. 제가 존경받을 만큼의 성취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상기하고 더 노력하게 되더군요. 무엇이든 잘된 이유는 남에게서, 잘못된 이유는 제 자신에게 찾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래도 후배가 선배에게 동료들 간에 일상적인 인사는 건넬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동료들 간에 일상적인 인사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회사 생활은 메마르고 적막하여 숨도 쉬기 어려울 겁니다. 아침에 만나서 힘차고 다정하게 인사하는 것, 그게 조직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요. 분명 필요합니다.
일상적인 인사에 대해서도 저는 이렇게 정리를 했습니다. 하루 일과 중 만났을 때 반갑게 서로 인사하는 것, 그건 선배든 고참이든 상사든 사장이든 그 사람이 먼저 인사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꼭 인사를 젊은 직원이 먼저 하라는 법은 없지요. 근엄한 표정으로 이 친구 내게 얼마나 정성껏 인사하는지 한번 보자, 이렇게 마음먹고 인사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신이 가장 싫어하는 교만일 뿐입니다.
결국 회사 내에서도 직원들의 인사 문제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막상 그걸 가지고 뭐라 하기에는 임원들 스스로가 창피한 일이었기 때문이겠지요. 앞에서 언급한 대로 ‘너 왜 인사 안 해?’ 이렇게 따질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기껏해야 ‘사실 나는 괜찮아, 나한테는 인사 같은 거 안 해도 상관없어. 그냥 너 걱정되어서 이런 말 하는 거야. 너 그렇게 인사를 제대로 안 하면 여기서 살아남기 힘들다. 회사 생활 점점 어려워질 거야.’ 이런 식으로 조언을 빙자한 지적 정도를 할 수 있을 뿐이겠지요. 이제는 이런 방식의 지적 역시 코미디 프로를 통해서 풍자되고 희화화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어서 더 이상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 그 덕에 인사에 대한 작은 깨달음을 하나 얻었습니다. ‘존경의 인사’를 받으려면 그만큼의 ‘자격’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요, ‘일상의 인사’는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라는 점을 말이지요.
물론 마음을 먹는 것과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무척 큰 차이가 있긴 합니다. 지금도 회사에서 가급적이면 먼저 인사하려고 하고 소리 내어 ‘안녕하세요’라고 하고 싶은데요, 자꾸 땅만 보고 걷게 되고 ‘안녕하세요’라고 말할 때는 모기 소리만큼 작게 나옵니다. 먼저 인사를 했는데 상대가 성의 없게 대꾸할 때 입을 수 있는 마음의 상처가 두렵기 때문이겠지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훨씬 더 자주 먼저 인사하고 훨씬 더 자주 크게 인사하고 있습니다. 노력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도달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점점 더 먼저 인사하기가 힘들어지는 세상을 살아가야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