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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Dec 03. 2023

새로운 친구

- 이것 또한 익숙해지리라!

아내가 어느 날 휴대전화를 제게 가까이 가져다 대며 물었습니다. 


“들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더군요. 그래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내를 보는데, 옆에 있던 아이들이 


“시끄러우니까 제발 그거 좀 꺼주세요.” 


하더군요. 그제야 아내가 반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반은 속상한 표정으로 설명해 주었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어릴 때 들을 수 있었던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더 이상은 들을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휴대전화에서는 아이들처럼 젊은 귀는 들을 수 있는 반면 노화된 귀를 가진 성인은 들을 수 없는 주파수의 소리가 나왔던 거라네요. 자신도 안 들린다면서 제게 들려준 것이었습니다. 


 “나도 안 들려.” 


https://youtu.be/34312wuTvQg?si=L75L7PpmW1_PihE8


믿을 수 없어서인지, 인정하기 힘들어서인지 유튜브에서 이것저것 다양하게 검색해 봤는데 진짜였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청취 기능이 떨어진 ‘막귀'가 되는 것이었더군요. 


저는 제 귀가 그런 ‘막귀'가 되었다는 것이 탐탁지 않았습니다. 혼자서 


'그렇다면 저런 주파수 대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성인이 무선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살 때 음질 좋은 것을 구매하려고 너무 애쓸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굳이 음악을 들을 때 고음질 음원을 찾아서 들을 필요도 없고, 유튜브 뮤직 대신 음질이 좋다고 하는 타이달을 비싼 돈 주고 들을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들을 하며 의기소침해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러다 문득 책상 위에 놓여있던 안경에 눈이 갔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근시로 인해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했고 마흔 살 언저리부터는 노안도 와서 다초점 렌즈를 사용하고 있지요. 어? 이거랑 비슷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그와 동시에 몇 년 전부터는 왼쪽 눈에 ‘비문증'이 생겨서 작은 점 같은 것이 하나 떠다니는 것도 기억이 났고요. 양쪽 무릎의 연골이 닳아서인지 쪼그려 앉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것도 생각났습니다. 머리카락들 사이로 새치가 하나 둘 생겨나는 것도 빼놓으면 안 되겠고요. 나이 들면서 이전에는 할 수 있던 것, 이전에는 좋았던 것이 하나 둘 못하게  되고 망가지고 하는 것이더군요.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그런 것들 하나하나를 ‘하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제 자존감이 형편없이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생각을 바꿔 먹기로 했지요.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겨 먹은 존재입니다. 갓 태어나서 얼마동안의 기간에도 우리 몸은 완전하지 않아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살아야 합니다. 신체적으로 자신 있는 시기는 이삼십 대 정도가 아닐까요? 한창 젊은 시절동안에는 잘 못 느끼지만 마흔 살이 넘어가면서 아주 조금씩 몸의 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이제 늙었어.”하며 마음이 조금씩 무너지지요. 하지만 결국 우리는 그걸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숙명이니까요.

 

세월이 하나씩 앗아가는 것에 절망하지 않고 삶을 계속 살아가려면 지금껏 ‘하자'나 ‘고장'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조금 억지스럽더라도 저는 노화로 인해 생긴 증상을 ‘새로운 친구’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처음 친구를 사귈 때는 조금 서먹하고 조금 불편하고 그렇습니다. 저처럼 슈퍼 I형 인간에게 친구를 처음 사귀는 일은 그토록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지요. 나의 뾰족한 부분과 친구의 뾰족한 부분이 서로 마주치며 닳아서 조금씩 둥글둥글해지면 처음처럼 불편하지 않게 지낼 수 있게 됩니다.


처음 안경을 썼을 때는 어찌나 불편하던지요. 그러던 것이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져서 지금은 날 때부터 안경을 썼던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불편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친구'를 사귀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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