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의 망망대해를 항해하기 위하여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고르다가 선택장애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이것도 보고 싶고 저것도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 지금 딱 볼 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찜’ 해놓고 또 다른 영화를 고릅니다. 넷플릭스에는 마땅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디즈니+와 티빙, 쿠팡 플레이를 뒤집니다. 결국 다 포기하고 짧은 유튜브 영상을 봅니다. 그렇게 유튜브 보며 2-3시간을 보내고 맙니다.
이런 경험, 해보신 분들 많을 겁니다. 너무나 선택할 게 많아서 선택을 하지 못한 경험 말이지요. 저는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께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저 수많은 콘텐츠들 사이에서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선택될 것이라 믿고 만드는 것이니까요.
유승완 감독이 <<베테랑 2>>에 대해 인터뷰하면서 그런 고충을 이야기하더군요. 자신을 믿고 100억이 넘는 돈을 투자해 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걱정 때문에 힘겨웠다고요.
저는 책을 거의 대부분 전자책으로 보는데요. 밀리의 서재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좋은 책, 읽고 싶은 책은 넘쳐나는데 제 관심은 한정되어 있잖아요. 업무에 필요한 책도 읽어야 하고 재미있는 소설책도 읽어야 합니다.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기동전사 건담:복수의 레퀴엠’도 봐야 하고요. 로제와 부르노 마스가 협업한 ‘아파트’도 들어야지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마치 콘텐츠가 바다를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망망대해 같달까요. 새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그 망망대해에 한 방울의 물을 보태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 망망대해에서 선택될 것을 믿으며 한 편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정말 천재적인 분들처럼 보입니다. 무슨 자신감으로 수십, 수백억을 콘텐츠에 쏟아부을 수 있는 것일까요.
저의 이런 물음에 답을 해준 이가 바로 크레이그 두비츠키라는 사람입니다. 아내가 소개해준 <롱블랙> 사이트의 어떤 글에서 읽었습니다.
“영혼을 아웃소싱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다 느낍니다. 디자인, 포장, 언어, 스토리 등. 당신에게 진정 열정이 있다면, 당신이 하는 모든 일에서 반드시 그 열정이 새어 나올 거예요.” - 크레이그 두비츠키, 2023년 리테일터치포인트 인터뷰 중에서
자신의 영혼을 콘텐츠에 담으라는 말이었습니다.
그게 영화든, 소설이든,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아니면 하나의 상품이든, 무엇이든 영혼이 담기면 그것이 새어 나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말로 제게는 읽혔습니다. 인공지능이 1초 만에 글과 그림을 뚝딱 만들어내는 살벌한 시대입니다. 인터넷 전체가 인공지능이 산출해 낸 자료들로 넘쳐날 판입니다. 그 절망적일 만큼 효율적인 시대에 인간의 관심을 끌어들일 유일한 방책은 ‘영혼을 담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글과 그림만으로 인공지능을 계속 학습시키면 결국 인공지능이 붕괴한다고 합니다. (<<박태웅의 AI 강의 2025>>)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영혼’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믿고 싶어 집니다.
업무를 위해 챗gpt를 사용해 보면 정말 놀라운 효율성을 보여줍니다. 퍼플렉시티로 검색을 해보면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우리는 결국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더욱더 인공지능을 활용해 살아가게 될 겁니다.
그럼에도요…우리의 정신을 살찌우고, 우리를 흥겹게 하고, 우리를 흥분시키는 콘텐츠에는 ‘영혼’이 담기길 소망합니다. 오직 그런 콘텐츠만 선택될 것이라 믿습니다.
P.S. 열정과 영혼이 새어 나오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모든 종사자 여러분들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