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 그랬어." 남편의 한 마디가 가슴을 찔렀다. "애들은 우리랑 다른 사람이야." 용기 낸 나의 대꾸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남편은 한 번 더 힘주어 말했다. "나는, 안 그랬어." 더 이상의 대화를 포기하고 공부방 시간이 끝난 아이를 데리러 집을 나섰다.
무슨 일이 잘못됐을 때 쓰는 자기변명 같은 한 마디.
눈물이 잦은 아이를 두고 '난 그러지 않았다'는 말을 남편이 내뱉었을 때, 너무 화가 났다. 우리 아이가 잘못됐다는 건가, 내가 그동안 아이를 잘못 대했다는 건가, 우리가 아이를 잘못 키웠다는 건가? 본인은 안 그랬다는 걸 보니 '우리'는 해당 사항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나와 남편이 낳은 우리 아이인데, 본인의 일이 아니라는 저 '안'이라는 부정사에 나는 분노했다. 딸아이 옆에서 화내고 싶지 않아 대화를 멈췄지만, 남편의 한 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못했다.
우리는 아이들의 전학 문제를 얘기하고 있었다. 만 세대가 넘는 신도시에 초등학교가 하나뿐인 곳이다.
이사와 보니 한창 공사 중이었던 학교는 개교가 미뤄졌다.
아이들은 고스란히 한 학년을 과밀 학교에서 보냈다.
교육 환경을 생각해서 전학하자고 고심 끝에 의견을 냈다.
남편은 반대했다.
아이들 적응이 걱정이었나 보다.
예민한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까 봐 염려했을 거다.
특히나 마음이 여리고 정이 많은 아들은 속상한 마음을 눈물로 표현하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시간이 해결할 일이라 생각하며 아이를 다독거렸다.
남편은 달랐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며 아이를 다그쳤다.
때문인지 아이들은 남편 보다 나를 더 따르는 편이었다.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서 더 그렇겠지 라며 이해했지만, 남편이 조금만 더 다정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