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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Dec 11. 2023

내 아이의 열등감

너도 나도 자라는 중

"이 쓸데없는 녀석!!!"

"사라져 버려!!"

딸아이가 아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왜 저리 못 잡아먹어 안달인가.

아들이 크게 잘못한 것 같지도 않은데, 심하게 화가 났다.


"안 할 거야!! 하기 싫다고!!"

"엄마 미워!!"

밀리지 않고 곧잘 열심히 하던 학습지를 두고 엄마와 한바탕 전쟁을 벌였다.

귀엽고 작은 몸집과 어울리지 않는 저 악다구니는 어디서 나온 걸까.

밉다는 아이의 외침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3년이나 걸렸지만.


잠시 6살로 돌아간 것만 같은 아이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독감이 낫더니 몸이 힘들었던 걸까. 

학년 초에 겪었던 자존감 문제일까.

아이 행동을 생각해 보고, 요리조리 퍼즐을 맞춰본다.

답이 쉬이 나오지 않는다.


인지치료 시간.

요즘은 상담시간에 선생님 피드백이 좋다.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날을 빼면 적극적으로 수업하고 영특한 모습을 보인 아이였다.

어려운 과제도 해보겠다고 도전하는 모습도 있단다.

도전? 도전이라니!

학년 초, 뭐든지 다 하기 싫다는 바람에 3년을 배우던 발레도 관뒀다.

그랬던 아이에게 도전적인 모습이 있다니.

그것도 내내 달갑지 않아 했던 인지수업에서 말이다.

내심 놀라면서 선생님과 이것저것 짚어보았다.

범인을 쫓는 탐정처럼.


지난주, 딸아이는 컨디션 난조로 학습지 과제를 거부했다.

쌍둥이 아들은 그 옆에서 매번 성실하게 과제를 풀었다.

열이 39도를 찍던 날 미룬 과제는 다음날 하더니 쉬는 날까지 활용해 모두 해냈다.

학습지는 매일매일 꾸준히 해야 하고, 재미도 있단다.


똑같이 시작한 연산 학습지.

아들은 B 과정, 딸은 A 과정이다.

사람이 각자 다르다는 건 아이들도 알지만, 누가 더 빠르고 똘똘하다는 것도 귀신같이 느끼고 안다.

엄마가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미 마음속으로 서로를 비교하고 있다.

인생 최대의 경쟁자. 쌍둥이.

나는 쌍둥이가 아니라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순 없다.

그래도 4학년이나 어린 동생에게 느낀 열등감은 마흔이 된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이번에 딸아이가 내게 준 과제는 자존감이 아니었다.

'열등감'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아이를 다그쳤던 나를 반성했다.

그 속상한 마음을 왜 몰랐을까.

내 인생 최대의 난제였던 열등감.

아이에게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


집에 오는 길, 아이와 차 안에서 얘기를 나눴다.

학습지를 바꾸자고.

흔쾌히 그러겠다고. 학습지 대신 학원을 다니겠다고 어른스럽게 대꾸하는 아이.

이제 제 나이로 돌아온 것만 같다.

그리고 엄마인 나도.. 너를 좀 더 이해하게 됐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함께 가보자.


우리가 성장한 오늘을 기록하며..

훗날, 너희도 엄마의 오늘을 기억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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