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자랑하고 싶었다. 내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브런치에 로그인할 때마다
'어떤 글을 쓸까?'라는 부담과 고민보다
내가 겪은, 내가 느낀 것들을 기록해보기로 했다.
오늘 내가 숙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서울의 한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제인이 그만두겠다는 연락이 왔다.
사실 몇 달 전부터 미리 말해왔던 내용이었고,
며칠 전부터 '아쉽다', '얼마 안 남았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었다.
작년 12월부터니까 이제 담달이면 9개월에 접어든다.
게스트하우스의 매니저... 스탭은
정말 많은 숙소에서 뽑기도 하고,
쉽게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3개월 이상 얼굴을 보기가 참 힘들다.
숙소 운영 경력이 많고, 그나마 체계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우리 회사조차도 9개월 이상 함께한 매니저들은
절반도 채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아르바이트.. 파트타임을..
그것도 게스트하우스 업무를 이렇게 오래 했다는 건
그 자체로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다.
제인을 처음 본 건 12월,
우리가 서울의 한 숙소 위탁운영을 맡고 1개월이 지난 시점에
갑자기 매니저 한 명이 그만두는 상황이 생겨
급하게 대체자를 뽑아야 했던 면접날이었다.
제인을 보고 처음 느낀 생각이었다.
그냥 보통 사람들이랑은 조금 다른 차분함이었다.
그리고 뭔가... 그냥 평범하진 않아 보였다.
말하는데 주관이 있어 보였다. 꼼꼼해 보였고.
제인이 마지막 면접 자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제인이 아니라면 다시 공고를 올려야 했고
나름 피가 말리는 상황이었다.
제인은 내가 함께하고 싶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 회사가, 그리고 내가 사람을 뽑을 때의 기준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일에 미쳐보았는가. 얼마나 몰두할 수 있는가 이다.
제인은 그랬다.
영화를 그 누구보다 좋아하고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는 청년이었다.
그 모습이 좋았다. 곁에서 응원하고 싶었고
일하면서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돕고 싶었다.
다행이었다.
됐다. 제인이다. 우리 숙소의 다음 주말 매니저는 정해졌다.
나의 믿음은, 우리의 신뢰는 배신할리 없었다.
제인은 꼼꼼하게, 구석구석, 우리 숙소를 빛내주었다.
숙소에서 가장 바쁜 토요일과 일요일의 낮시간을 책임지며
묵묵하게 땀 흘려주었다.
차분했지만 해야 할 말들은 분명하게 하고 넘어가는
우리 숙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주었다.
그 모습, 숙소에 꼭 필요했던 그 모습,
가족여행을 간다고 한 1주를 제외하고
9개월 동안 빠짐없이 이어졌다.
매일 생각하는 것이지만
성실한 사람을 인터뷰에서 골라낼 수는 없다.
150명이 넘는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인터뷰를 했지만
성실함은 일을 해보지 않고는 확실하게는 모르는 것 같다.
주말에 출근을 하면서 생각해본다.
'나라면 주말에 꾸준히 숙소의 궂은일을 하러 나올 수 있을까?'
뭐 나도 학교 다닐 때 지각 한 번 하지 않았지만
이건 못할 것 같았다. 그만큼 게스트하우스의 주말은 너무 고되다.
제인은 주말에 하는 회식 때는 일찍 집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꾸준했고 성실했다.
덤벙거리는 숙소의 총괄인 나에게
흘리는 것을 말해줄 정도로 책임감이 있었고 좋은 시야를 가졌다.
일적인 이야기 말고도
나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땐
주말에 제인에게 먼저 물어보곤 했다.
'이 영화 봤어요? 이거 어떨까요?'
제인은 영화광답게 색다른 시각으로 영화에 대해 말해주었다.
영화 주제가 나오면 제인은
물 만난 고기처럼 이야기를 풀어갔다. 신기했다.
나도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저랬던 적이 있더랬지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진짜 영화 분야에 있어야 될 사람이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제인이 이제 우리 숙소 일에 곧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가장 묵묵했고, 가장 고된 일만 하고
제인은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게 되었다.
회사를 만들었고, 숙소의 24시간 365일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갈 수 있도록
시간대마다 하는 일을 빠짐없이 정했고
매뉴얼을 만들었고 여러 숙소에 적용해왔다.
숙소에서 만난 매니저들 중에는
매뉴얼대로 '이 시간대는 이 사람이 스탠다드' 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토요일 낮 시간대의 매니저를 떠올릴 때면
제인은 내가 스탠다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나는 인터뷰를 보게 되겠고,
제인만한, 제인 같은 사람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것이다.
뜨거운 여름날이다.
에어컨이 없으면 한 순간도 버티기 힘든 날씨다.
습하고 습해서 가만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때가 되었다.
이런 오늘도 묵묵하고, 성실하게 달려주는
숙소의 매니저들이 곁에 있어서
든든하고 존경스럽다.
숙소를 더 나은 숙소로 만들어가는 우리 회사,
시스템은 우리가 만들었더라도
이 사람들 덕이 크다는 것 잊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다.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는 한 마디, 매일 잊지 말아야겠다.
P.S : 제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시기인 이 9개월을 빌려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힘내서 화이팅해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