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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nthia Feb 07. 2021

갑자기 집이 생겨버렸다고?

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그러세요

갑자기 집이 '생겨버렸다'고? 집이 하늘에서 떨어지나, 땅에서 솟아나나?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싶으실테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사람이 사는 '집'은 땅에서 솟아날수도, 갑자기 생겨버릴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생겨버렸다고 말하는 것은, 언젠가 당신에게도 꿈에 그리던 당신만의 집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시점이 언제일지, 어떤 방식일지는 당신의 선택과 하늘의 뜻이 운명적으로 맞닿는 어떤 순간에 달려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세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돌아보면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몇번 있있다. 아직 시간이 충분히 지나지 않아 그 중 하나가 이번 집 장만이라고 지금 당장 확신할 수는 없지만, 비혼여성으로서 내 소유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든든함과 확신을 주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거치게 되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결코 쉽거나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고민으로 잠 못 이루는 날도 있었고, 걱정과 조마조마함으로 긴장의 줄다리기를 하는 일도 있었다. 대입 원서를 쓰는것과 같이 짧은 시간 내 눈치게임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한 순발력도 필수이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은 물리적인 실체의 집 뿐만이 아니다. 집을 구성하기 위한 건축, 인테리어, 가전, 가구에 대한 이해, 가장 유익했던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게되었다는 점이다. 비혼 1인가구지만, 최소 집이 20평대는 되면 좋겠고, 침실 외에 남는 방은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 이 공간은 어떻게 꾸미고 싶은지, 벽에는 무엇을 붙이고 싶은지 등...


세입자로서의 집꾸미기와 내집꾸미기 구상은 천양지차였다. 커튼을 달기 위해 천장에 구멍을 뚫든, 벽에 흔적이 남을까봐 3M 강력 양면테이프로 좋아하는 사진이나 지도 등을 붙이기 못할까봐 걱정하는 것 등(꼭꼬핀의 출시 이후로 이런 고민은 많이 줄었지만 말이다).


집을 사는 과정을 거쳐야 진정으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비혼여성으로 집을 가지기 위해 이런저런 공부를 하고, 여러사람들의 조언을 구하고, 은행에서 대출심사를 받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택제도애 안테나를 세우는 과정을 통해 이 사회에서 나의 자산을 일구고 증식하기 위한 안목을 기를 수 있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집 없는 설움, 참으로 많이도 당했다. 특히 기숙사나 하숙집처럼 랜덤으로 정해진 남과 함께 살아가야 할때가 참 힘들었다.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인식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나의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기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살아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반드시 혼자 사는 내 집을 갖겠다'는 열망이 강했다.


사실 돈이 아주 많다면, 이러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좋은 위치에 좋은 컨디션의 집을 매매하면 되니까. 그러나 우리에겐 한정된 자원만이 주어져 있다.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고, 맞벌이 가구는 막강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다. 같이 벌어서 돈을 합칠 파트너가 없는 비혼여성으로서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또한 직장에 전업으로 다닐 경우, 정보수집이나 계약, 은행 업무 등 일 처리에 있어 불편한 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과 핸디캡을 감수하고서라도, 비혼여성이라면 반드시 집 구매에 도전해 보자. 감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추천한다. 아니, 마땅히 그래야 한다! 누구에게나 돈과 시간은 한정적이고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그럼에도 틈틈히 상황을 바라보고, 정보를 수집하며,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일생에 몇번 없을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나의 상황에 맞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면, 저평가된 우량주를 알아보고 과감히 투자하여 더욱 큰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자신의 공간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방, 나아가 집을 가진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그리고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나의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말이다.


'허공의 공간'을 '내 집'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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