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지 Nov 19. 2023

또각또각 흘러가는 이 순간

딸과 나란히 앉아 막대 과자를


언젠가부터 주말의 끝은 자연스럽게 가족이 둘로 나뉜다. 남은 공부와 일을 해야 하는 딸과 나는 카페로, 새 한 주를 쉼으로 충전하고픈 아들과 남편은 TV가 있는 안방으로.


오늘은 날씨가 추워 거실을 카페 삼아 나란히 앉았다. 한 시간쯤이 지나자 역시나 입이 궁금한 엄마는 부엌에서 막대 과자 두 봉지를 꺼내 온다.


또각또각. 오독오독.


똑똑 잘려나가는 느낌이 일품인 막대과자 소리가 시곗바늘 소리처럼 조용한 거실에 일정하게 울려 퍼진다.


간식이 좋은 습관이 아니란 건 알지만, 아이와 함께 한 공간에서 또각또각거리며 각자의 것에 집중하는 이 순간이 다시 못 올 찰나라는 낭만적인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까짓 200kcal가 대수냐 싶다.


또각또각. 오독오독.


그렇게 나란히 앉은 오늘 밤도 흘러간다.

작가의 이전글 손질된 생선은 소중하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