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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ian Eunyoung Lee Apr 20. 2024

명품 커머스 플랫폼 4위 캐치패션 문닫은 지금..

캐치패션 문닫다 

스타트업 중에 ‘명품’을 주제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3사를 머트발이라고 했죠. 머트발은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의 기업명을 하나로 엮어 부르는 표현입니다. 이들은 주로 해외 명품 부티크와 계약을 맺거나, 명품을 사입해서 판매하거나 병행수입을 중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온라인 앱을 통해 편리한 명품 쇼핑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머트발의 바로 뒤에서 바짝 추격했던 기업이 캐치패션입니다. 


캐치패션은 2019년에 사업을 열었고, 스마일벤처스가 내놓은 플랫폼이었습니다. 초반에는 발란, 트렌비 등과 다른 노선을 걷기 위해 병행수입, 구매대행 방식이 아닌 50여곳의 글로벌 파트너사의 온라인 공식 상품 채널과 제휴해 한번에 해외직구 형태로 제품을 판매 했습니다. 이들은 이러한 구조를 “럭셔리 애그리게이터 플랫폼”이라면서 강조했습니다. 


캐치패션의 구조는 사실 나쁘지 않습니다. 애그리게이터 모델로서 재고나 물류부담 혹은 가품 보상제를 내세울 필요가 없이 그냥 100% 정품이 보장되는 구조였거든요. 그래서 이들은 다양한 브랜드를 발굴하고 상품수를 확보하기만 해도 경쟁 우위에 설 수 있었고, 그들 또한 이러한 점을 강조해 투자도 많이 유치했습니다. 



(출처: 조선비즈) 



그리고 이들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때가 바로 ‘조인성 카드’를 들고 나왔을 때였습니다. 와 스타트업에 조인성을 기용하다니…! 그야말로 서프라이즈였습니다.  



물론 머트발도 A급이라 분류되는 연예인들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면서 피터지는 싸움판이 벌어졌죠. 발란은 김혜수를 머스트잇은 주지훈, 트렌비는 김희애, 김우빈을 쓰면서 출혈 광고 경쟁을 펼치면서 서로가 뺏고 빼앗기는 점유율 경쟁을 해왔습니다. 


캐치패션의 성장 속도는 상당했습니다. 출시 2년만에 누적 거래액이 800억원을 돌파했고, 그로 인해 투자유치도 공격적으로 이루어져 2021년까지 신한캐피탈, SV인베스트먼트, DS 자산운용, VIP자산운용, 한화솔루션 등으로부터 약 38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 중 한화솔루션, 기존의 한화갤러리아는 시드 투자부터 참여해서 지분이 무려 17.69%나 됩니다. 아무래도 대표이사가 한화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온라인 신사업팀을 리드했던 경력 때문에 초기 투자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겠습니다.  


캐치패션은 넉넉한 총알(자금력) 덕분에 네타포르테, 매치스패션 등 글로벌 명품 유통사 40여곳과 제휴를 맺고 판매채널을 서로 연동해서 상품 가격을 비교하는 서비스, 직구 시스템을 기반으로 차별화 전략을 펼쳐왔습니다. 하지만 거래액을 늘리는데에 집중했지만 수익성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에 더해 신규 투자 유치도 어렵게 되면서 캐치패션은 오픈 5년만에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어쩌면 막판에 자금 수혈을 받았다면 다시금 한번 더 달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지도 모릅니다. 2022년 말부터 추가 투자유치에 1년 정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했는데 하필 작년 말에 쿠팡이 파페치를 6500억원에 인수를 하면서 캐치패션의 투자가 불발되었다고 합니다. 글로벌 1위업체였던 파페치도 디밸류가 되어 6500억의 가치를 받았는데, 당시 캐치패션의 밸류 1500억원이 고평가로 비쳐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왔죠. 



(출처: 명품커머스 플랫폼 파페치, 조선비즈) 



결국 2022년에는 40억원 매출에 영업적자 69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3월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직원들의 줄줄이 퇴사, 월급 연체 등 각종 기사들이 나오더니 결국은 서비스가 종료해버렸습니다. 



머트발은 요즘 


(출처: 비즈와치)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3사, 즉 머트발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작년에도 마케터의 시선에서 이들 소식을 잠깐 전하기는 했습니다. 기업간의 광고비 출혈 경쟁이 심해 수백억원의 누적 적자가 쌓이는데 수익성 개선이 되지 않고, 투자 유치는 난항을 겪으면서 큰일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작년 1월에는 이들간의 합종연횡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분분했고 실제 협상테이블에서 논의가 있었다고는 하나 결국 밸류에이션의 일치점을 찾지 못해 작년 8월 경에 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이후에는 투자없이 버티면서 허리띠 졸라매면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업계 시장점유율 1위를 하고 있는 발란을 살펴볼까요?  


발란은 2023년 거래액은 4천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20만명, 누적 다운로드 수는 600만회를 넘습니다. 


매출액은 39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6%나 감소했습니다. 영업손실은 100억원으로 전년 374억원보다 73% 정도 개선되면서 나아졌습니다. 특히 광고 선전비가 386억원에서 101억원으로 2022년, 2023년 사이에 무려 1/4씩이나 줄었던 점은 영업이익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회계감사보고서에 대한 내용이 인용된 기사를 살펴보니, 발란을 담당했던 삼도회계법인에서는 감사의견은 적정으로 주었지만 주석에서 “계속 기업 가치 불확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동부채가 138.6억원, 유동자산이 56.2억원으로 나왔는데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의 2배 이상으로 나오면서 재무상 어려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2분기 연속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작년 4분기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과 투자 유치를 논의중이라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일단은 궁금한 마음이 있습니다.


 저도 발란에서 제품을 3회 정도 구입한 경험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구매 경험이 있다보니 좋은 점, 좋지 않은 점이 모두 보이긴 했으나 이러한 부분들이 개선해 나가면서 브랜드가 성장해 나가는 것이니까요. 열심히 지켜보겠습니다. 


한편 트렌비의 경우 작년 매출은 402억원을 기록했고 전년 동기대비 54.5% 감소했습니다. 트렌비는 작년에 적자규모를 80% 이상 줄이면서 영업손실이 32억원을 기록했죠. 발란과 마찬가지로 트렌비도 광고선전비를 전년대비 무려 76%나 감축해 29억원을 썼습니다. 트렌비의 작년 매출, 이익은 오히려 발란보다 나은 느낌이 드는데요. 이 기업은 자체 명품 검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중고명품 시장에 뛰어든게 신의 한수였습니다.

전략적으로 중고 명품 사업을 강화해 나가면서 이익률을 개선하고 광고비 감축을 통해 전체 재정비를 하다보니 매출 총 이익률은 29%에서 49%로 상승하면서 전반 수익성 지표가 개선되었습니다. 특히 중고명품 사업이 매출 총이익의 40% 이상을 기여했습니다. 


머스트잇의 경우 누적회원수 343만명, 누적리뷰수 100만건의 레코드를 갖고 있으며 작년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5% 감소해 25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머스트잇은 그러나 주목할 부분이 3년만에 흑자전환해 2023년 당기순이익을 6억원을 기록한 것입니다. 2022년에는 순손실 177억원이었음을 봤을 때 상당한 노력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광고 선전비는 2022년 158억원에서 2023년 37억원으로 77%나 줄였습니다.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의 경우 코로나 국면 때 대규모 광고 마케팅 공세를 펼치면서 저마다 유의미한 성장 숫자를 만들었습니다. 비대면 환경에서 온라인 커머스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의 명품 구입에 대한 편리한 경험을 쌓아나가다보니 순풍을 맞기도 했죠. 그러나 출혈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어 가는 과정에 가품 논란으로 한 때 신뢰도 부문에서 상당한 타격을 맞기도 했고요. 


엔데믹 이후에는 3고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환경 속에서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다보니 명품 서비스 업체들도 타격을 입고 결국 4위 업체인 캐치패션이 가장 먼저 두 손을 들게 된 겁니다. 




마케터의 시선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각에서 분석해보자면 (1) 양극화 소비 (2) 명품업체들의 DX 강화 (3)옴니채널의 중요성으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1) 양극화 소비  



(출처: 한국섬유신문)



명품 커머스 업체들도 사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수많은 전략을 펼쳤고, 기존의 이커머스 기업들과도 제휴 협력을 통해 세일즈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캐치패션은 지마켓, 옥션과 손잡고 작년에 오픈 마켓 내에 공식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그 안에서 명품 감정 서비스, 가품보상제 등을 함께 운영하면서 전략적 제휴를 강화했습니다. 트렌비는 11번가와 손잡고 기존의 11번가 서비스인 ‘우아럭스’의 명품 버티컬 서비스 강화 전략을 함께 했습니다. 특히 트렌비가 중고 명품 분야의 엄격산 검수 시스템을 보유한 덕분에 이 기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전략을 쓰기도 했습니다. 



(출처: 비즈와치, 캐치패션와 11번가 협업) 



그러나 지금의 소비 트렌드가 지나치게 양극화 소비로 이루어져 있고, 평균 소비가 실종돼 있습니다. 명품을 찾는 고객들의 수요가 어느정도 있기는 하지만 불황형 소비로 인해 완전한 VVIP 고객들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은 ‘지금 당장 명품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저가형 쇼핑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쉬인 등과 같은 중국의 쇼핑몰이나 다이소와 같은 쇼핑몰을 이용하면서 말이죠. 특히 최근의 테무, 알리 등이 200원-1만원 사이의 말도 안되는 초저가 제품을 들이밀면서 국내 이커머스에 대 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보세로 떼다 팔던 많은 상인들이 있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채널이나 일부 패션앱들의 DAU, MAU 와 구매전환이 뚝 떨어졌습니다. 테무, 알리의 DAU, MAU는 이제 쿠팡을 제외한 모든 오픈마켓을 제낀 상황이 되다보니 국내에서는 역차별이네, 그동안 가격을 잘못 알았네, 알리지옥, 테무지옥이네 와 같은 각종 걱정반 즐거움반 혼란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시장의 한편의 염려는 지금은 알리, 테무같은 기업들이 D2C 모델로 고객과 제조사를 다이렉트로 연결하면서 초저가 가격 경쟁을 펼치고 무료 배송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하지만, 어느정도 고객 락인이 벌어지면 시장 가격은 조정될 것이라고 말이죠.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래서 쿠팡도 와우 멤버십 가격을 최근에 50%이상 올린 7890원으로 바꾸었으니까요. 플랫폼이 독점화될 경우 가격에 대한 통제권을 쥐기 때문에 지금의 혜택이 나중에는 어떻게 바뀔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명품업체들의 DX 강화 


두번째로 명품 업체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명품 시장의 규모는 3,620억 유로로 전년 동기대비 3.7% 정도 성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바로 이전인 2021, 2022년에는 각각 32%, 20%씩 성장했다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지금은 수요가 급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경기 불황과 유통 시장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명품 업체들도 전략들을 수정해 나가고 있습니다. 콧대높던 명품 업체들이 인스타그램을 만들어 고객을 유치하고 있고,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할 수 있는 D2C 온라인 플랫폼을 강화하기 시작한 거죠. 샤넬같은 기업도 카카오 친구톡으로 꾸준히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보면, 명품업체에도 발등에 불이 붙은 느낌입니다. 


이처럼 명품 업체들이 D2C 채널을 강화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하다보니 명품 커머스 플랫폼들의 위상이 줄 수밖에 없죠.  

(출처: 엘르)



그래서 캐치패션도 문을 닫았지만 앞서 영국의 매치스패션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파페치는 쿠팡에 인수되었습니다. 매치스패션은 1987년 영국 런던에서 패션 편집숍으로 시작해서 2007년 온라인으로 확장했고, 작년 12월 영국 프레이저스 그룹에 850억원 규모로 매각되었지만 재정난으로 파산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파페치도 영국산 명품 플랫폼으로 한 때 시총 34조원까지 갔던 글로벌 1위 명품 플랫폼이었지만, 작년 쿠팡에 6500억원에 인수되었죠. 


명품 시장의 수요 변화와 명품 업체들의 온라인으로의 재편이 되면서 기존의 명품 커머스 플랫폼들의 향후 전략의 변경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3)옴니채널의 중요성



마지막으로 옴니 채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명품 소비를 이끄는 Z세대의 경우 전형적으로 온라인에서 제품을 찾고 오프라인에서 구매를 하는 방식의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ROPO라고도 합니다. ROPO는 Research Online, Purchase Offline이라 해서 말 그대로 온라인에서 찾고 오프라인에서 산다는 개념입니다. 


(출처: 데이터넷)  



명품 시장은 여전히 오프라인이 매출의 80%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Z세대들이 정보를 탐색하는 온라인에서의 플랫폼 고도화, 사용편의성, CRM 마케팅 전략을 통해 고객의 쇼핑 경험 극대화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 경험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어서 동일한 브랜딩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옴니채널 전략이 중요해졌습니다.


앞으로는 AI가 결합되어 쇼핑에 있어서도 가상공간에서의 쇼핑경험, 쇼핑도우미(챗봇 등)을 통한 쇼핑 경험, 쇼핑 제안과 결정에 있어서도 지금과는 다른 발전된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라 봅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은 명품 뿐만 아니라 일반 커머스 영역도 마찬가지이겠죠. 


앞으로의 명품을 비롯한 커머스 기업들은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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