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디저트 드세요?
제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근사한 디저트 자체가 없었습니다.
아이스크림 잘 먹고, 동네 빵집에서 케이크를 사 먹는 것이 즐거움이었죠.
제가 4학년때 처음 집에서 ‘도나스’를 만들어 먹게 되었는데요.
저희 어머니가 갑자기 ‘도나스’에 푹 빠지게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집에서 도나스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요즘에는 도너츠라 하죠 ㅎㅎ)
(출처: 오뚜기)
어머니들이 음식 하나에 꽂히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나요?
아마 대부분 어머니들이 그럴겁니다.
곰탕을 끓이면 한솥 끓여서 일주일 내내 먹고 그랬던 것처럼, 저희 어머니는 당시 오뚜기에서 나온 ‘도나스 가루’를 사오셨습니다. 그리고 자녀들이 한데 모여 신문지를 깔고 앉아서 도나스 만들기에 몰입했죠.
가루를 반죽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튀긴 후 설탕을 입히는 전 과정이 마치 공장이 돌아가듯 분업화가 되어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하나의 놀이라 생각하니 너무 신이났던 겁니다.
그리고 ‘음식 큰손’ 어머니는 얼마나 도나스를 많이 만드셨는지, 한번에 도나스를 40-50개씩 만들어서, 한 사람이 5개 이상씩 먹어도 한 소쿠리가 남아 이웃집에 주곤 했습니다. 물론 가정집에서 만드는 도나스는 지금의 미니 도나스 크기 정도였지만요.
그런데 문제는 어머니가 도나스에 꽂히니 그걸 정말 자주 해먹었던 겁니다. 나중에는 질려서 보기도 싫을 정도였죠. 그래서 한동안 도나스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도나스가 지겨울 때 쯤 저희 어머니는 빙수 기계에 푹 빠졌죠…….
수동으로 얼음을 넣어서 연필깎이를 사용하듯 얼음을 갈아내고 각종 시판 떡, 고물, 연유 등을 사서 넣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많이, 자주 먹었죠..)
(출처: 연합뉴스)
어쩌면 그 때 이후였을까요?
디저트류에 대해 한동안 찾지 않게 되더라고요 ^^:
그 때부터 시작되었는지 지금도 디저트류는 잘 챙겨 먹지는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입맛도 조금 바뀌었는지 달달한 것, 매운것을 피하게 되더라고요
건강을 챙기려고 했다기 보다 그냥 단 음식이 입에 빨리 물리는 현상이 있어 케이크도 한 조각도 거의 먹을까 말까 하는 정도가 되었죠.
그래서 최근 펼쳐지는 디저트 광풍을 보면서 전지적 시점에서 “그게 그렇게 열풍인 이유가 있나?”라고 싶다가도 마케터의 시점에서 “왜 이게 트렌드를 타는가?” 궁금하더라고요.
디저트에 있어 오픈런에 줄을 서면서 먹어야 하는 그런 미친듯이 솟아오르는 인기가 생긴 건 SNS가 일상 속에 녹아들고나서 부터입니다.
우리 삶에 ‘먹는다’ 라는 것과 동시에 ‘찍는다’는 것이 공존하게 되었거든요.
우리의 현재 세상은 맛있는 것을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내가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릴 어떤 의무감? 혹은 일상의 습관? 탓인지 SNS에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디저트 유행
일전에 <호기심 천국>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디저트 배 따로 있는가? 를 보기 위해 연예인들 중 아주 잘 먹는 친구를 데려다가 위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신기하게 배터질 듯 먹어서 여유공간이 더이상 없어 보였는데, 해당 연예인이 디저트를 쳐다 보니 위가 알아서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 냈던 겁니다.
“‘디저트 배 따로 있다’ 는 말만 듣다가 위에 정말 공간이 생겨나는 걸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좌우간 예전에는 맛있게 먹기 위해 디저트가 있었다면 요즘에는 ‘얼마나 내가 핫한 디저트를 먹었는지 알아?’ 혹은 ‘이거 이렇게 사진 찍었을 때 화려하고 이쁜 디저트야’ 라는 생각들이 결합되어 디저트가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출처: 주간동아)
그래서 작년에는 형형색색 반짝이는 탕후루가 그렇게 인기를 끌었죠. 딸기에 블루베리에 설탕물을 잔뜩 코팅해서 아삭 거리는 식감에 안에는 달콤한 과일이 들어가다보니 그야말로 탕후루 천국이었습니다 .
몇몇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에서는 탕후루 만드는 방법을 시연해 보여주기도 했고, 언급되는 검색량도 꽤 높았습니다.
저는 제 돈을 주고 사먹어보진 않았지만 조카가 배달음식으로 주문해서 옆에서 딸기, 블루베리 2알 정도씩 먹어봤는데요. 사실 두번 먹고 싶지 않은 극강의 설탕맛이었죠
한창 탕후루가 미친듯이 인기를 보이면서 그로인한 부작용도 많았습니다. 길거리를 어지럽히는 탕후루 꼬치들과 바닥에 끈적이게 붙은 설탕물 흔적들로 인해 환경 미화에 대한 이슈가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뉴스가 쏙 들어가버렸죠.
탕후루 업체가 작년에만 72곳이 폐업했고, 현재까지 총 275곳이 폐업했습니다.
무섭게 인기가 식고 있어 업체들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출처: 썸트렌드)
실제 탕후루의 언급량이 작년과 대비해 66.21%나 감소했습니다.
탕후루 키워드가 죽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 자리를 꿰차고 올라오는 디저트가 있었습니다.
아직 ‘대세’라 이야기하기는 어려워도 제법 뉴스에서 얼굴을 내미는 제품이 있는데요
‘요거트 아이스크림’입니다.
최근 인기있는 브랜드는 요아정(요거트아이스크림의정석)이라는 브랜드입니다.
2023년에 166개 점포로 확장되었다가 최근에는 298개로 늘어났습니다.
2021년에 1호점이 생겨 다른 디저트 인기에 묻혀 있다가 ‘헬시플레저’ 키워드를 달고 무섭게 오르고 있는 겁니다.
(출처: 얼루어)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창업자 입장에서도 비용 부담이 낮은 편인 것도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를 오픈할 때 평균 가맹사업자의 부담금이 있는데요. 저가커피 브랜드인 메가커피는 7,092만원, 빽다방 7,357만원인데 비해 요거트 아이스크림은 5,020만원으로 2천여만원 싸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메가커피와 빽다방처럼 회전율과 다양한 품목의 제품이 활성화되진 않다보니 평당 매출은 낮긴 합니다. 참고로 메가커피는 평당 매출이 2,042만원, 빽다방은 2,136만원인데 비해 요아정은 1,219만원입니다.
아마 반짝 성장은 할 것 같습니다. 탕후루가 그랬던 것처럼 최근 해시태그가 넘쳐나도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서로 인증하고 어떻게 토핑을 올리는 것이 최적인지에 대한 팁도 나오고 있거든요. 디저트를 잘 먹지 않는 저의 레이다망에도 걸리는 걸 보면 상당한 속도로 노출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걱정은 탕후루처럼 무섭게 올라오다보니 한순간 꺾이지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헬시플레저’ 키워드를 달고 성장하다보니 탕후루보다는 조금 더 갈 것 같은 생각도 있고요.
요즘 디저트 세계를 보면 양분화 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맛있는 건 맛있어야지! 라고 하여 칼로리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 디저트파와 365일 다이어트로 인해 저당, 저칼로리에 고민을 하는 디저트파가 나뉘어져 있다보니 디저트도 조금은 양분화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때 줄서서 먹었던 노티드 도너츠, 올드페리 도너츠, 마카롱, 뚱카롱, 크로플과 같은 제품은 칼로리를 고려하지 않는 그냥 ‘엄청 맛있고 달달한’ 디저트입니다.
반면 라라스윗과 같은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저당 아이스크림, 저칼로리, 제로슈거, 비건 같은 키워드들이 들어가면서 다이어트족들을 위한 디저트가 나와 한 편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출처: 데일리시큐)
키워드를 잡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MZ세대의 할머니 입맛이라 하여 ‘할매니얼’ 디저트 컨셉으로 약과, 양갱, 호두과자, 식혜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출처: 데일리팝)
지역의 키워드를 잡고 ‘성수 베이글’이 GS25 편의점에서는 불티나게 팔렸죠. 크림치즈베이글, 어니언치즈베이글이 각각 40,30만개 누적 70만개가 팔렸습니다. 베이글 하면 한 때 안국역 인근의 런던베이글뮤지엄(LBM)이 상당한 인기를 끌었구요.
나열된 디저트를 보면 알겠지만 천하통일을 이룬 디저트들은 없습니다. 하나가 뾰족하게 튀어 나와 폭주했다가 다시 꺾이기는 해도 춘추전국시대입니다. 개인의 입맛 취향, 선호하는 식감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디저트들이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빙수의 경우 꽤 오래전부터 ‘팥빙수’를 중심으로 존재해 오다가 요즘에는 망고, 딸기도 넣고 초콜릿, 떡도 넣으면서 빙수 위에 토핑의 변화를 주면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생크림케이크, 초코케이크 등 기념일 등을 축하하기 위한 케익류는 여전히 큰 성장이 없어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출처: 캔바)
마케터의 시선
마케터의 시각에서 디저트 열풍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는 넘쳐나는 디저트 업체들과 마케팅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
요즘엔 무서울 정도로 ‘디저트’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카페, 베이커리 등의 소상공인업체들이 각자의 개성을 어떻게 표출하고 마케팅을 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플 정도입니다.
남과 다른 컨셉으로 보여주어야 하는데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거든요.
아무래도 마케터의 시각에서 살펴보게 되니, 이 많은 디저트 가게들이 사람들의 눈에 쏙쏙 들어오려면 어떤 타깃으로 어떤 채널에서 어떠한 메시지로 이야기를 해야 할까 부터 떠오릅니다
일전에 몇몇 베이커리, 카페 업체의 컨설팅을 해준 적이 있었지만, 현업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정말 치열하고 힘든 싸움들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기업은 운이 좋게 입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줄을 섰지만, 디지털 공간에서 어떻게 풀어내고 마케팅을 해야 할지 모르다보니 2-3년이 지나 입소문 효과가 떨어지면서 요즘에는 점점 사람들이 빠져 나가는데 어떻게 붙잡아야 할지 고민이었습니다.
어떤 기업은 매일매일 SNS에 콘텐츠를 올려가면서 겨우 모객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입소문이 나서 어떻게 일단 판매는 되는데 이들을 유지하는 방법을 몰라 하는 경우도 꽤 있었죠.
요즘에는 스몰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작은 카페들이 주목받기는 하지만, 탕후루, 대왕카스테라, 벌꿀 아이스크림 등에서 봤듯이 그 유행이 오래 가지 않습니다. 포켓몬빵이 세상을 휩쓸것처럼 난리였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합니다.
예전보다 브랜드가 롱런하기 너무나 어려운 시장이 되었고, 그래서 마케팅에 대한 실무적인 부분이 약한 소상공인들은 트렌드를 따라 점포를 내야 할지, 어떤 마케팅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인스턴트적인 소비가 많아지면 사실 마케터 입장에서도 소비트렌드를 쫓아 마케팅 전략을 펼치지가 어렵습니다. 소비자 행동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비용 효율성이 저하되는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게 되거든요.
요즘이 딱 그렇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찍기 좋고 뭔가 근사하게 보여지면 광풍이 불다가도 충분히 소진이 되었고, 이제 해당 아이템에 대해 과도한 노출도로 피로도가 쌓인다 싶으면 즉시 새로운 걸 갈아탑니다. 숏폼 열풍도 그러한 트렌드를 대변하는게 아닌가 생각도 들구요.
그래서 요즘에는 아예 숏폼 드라마도 나오고 있어요. 한편에 90분짜리 보기 지겨워서 10분짜리 스낵비디오로 나왔다가 이제는 2-3분짜리로 한편이 끝나면 좋겠다는 겁니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까다로운 건 소비자는 개인정보를 내어주기는 싫지만 알아서 나를 파악하고 초개인화 마케팅, 나에게 딱 맞는 제안을 하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마케터 입장에서 힘든 시장이 되었습니다.
(출처: 캔바)
소비는 인스턴트적이고, 유행 주기는 짧아졌고, 브랜드 로열티는 낮아진 소비자가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박한 시대에, 마케터는 더 많은 데이터를 더 깊게 분석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마도 그리 오래지 않아 AI 솔루션은 지금보다 더 고도화 되고 사람들을 관심사별, 행동별 분석하는 기술은 고도화될 겁니다.
우리가 선택하지만 사실 선택이 당한건지 모르는 사회 속에 소비를 하게될지도 모릅니다. 디저트의 트렌드 역시 어쩌면 남들이 많이 먹고 인증하니 나도 하나 인증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유행을 쫓아 유행을 심화하는데 일조하는 건 아닐까도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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