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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Nov 17. 2024

영국의 사회적 처방을 이끄는 허브, NASP를 가다

사이시옷의 글로벌 스터디 #4 국립사회적처방아카데미 인터뷰

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국립사회적처방아카데미 - National Academy for Social Prescribing (NASP)를 방문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처방'의 중심에 있는 곳인데요, 과연 어떤 곳인지 함께 들여다볼까요?

왜 사회적 처방이 필요했을까?

국가 의료 시스템의 부담을 줄이고, 시민의 웰빙을 개선한다

영국이 직면한 의료계의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WHO에 따르면 2040년까지 평균수명은 83세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정작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약물 처방 현황이었는데요. 1996년에는 한 사람당 평균 10개의 약물을 복용했다면, 2016년에는 무려 20개로 늘었다고 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전체 인구의 1/5이 약물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정부와 의료계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사회적 처방'이었습니다.

링크워커: 사회적 처방의 숨은 영웅들

국립사회적처방아카데미(NASP)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링크워커' 제도였습니다. 지역 보건소(GP)를 찾는 환자 중 약 20%가 고립감이나 우울감 같은 사회적 문제를 호소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의사들은 환자 한 명당 겨우 10분만 상담이 가능한 실정이죠.

여기서 링크워커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환자와 1시간 정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지금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찾아가죠.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스스로 삶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2019년 300명으로 시작한 링크워커는 현재 3,700명까지 늘었고, 2030년까지 9,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니 일석이조네요!

놀라운 성과들

국립사회적처방아카데미(NASP)의 성과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처방 도입으로 지역보건소 방문이 필요한 환자가 450만 명이나 줄었고, 1차 진료기관의 부담도 20-40% 감소했다고 합니다. 현재 영국 의사의 97%가 사회적 처방에 호의적이라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사회적 처방

국립사회적처방아카데미(NASP)는 현재 30개국 및 WHO와 협력하며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매년 사회적 처방 리포트를 발간하고, 각국의 우수 사례를 공유하며 발전하고 있죠. 특히 577만 파운드 규모의 녹색 사회 처방 프로그램이나 치매 환자를 위한 음악 프로그램 등 혁신적인 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실제 사례들과 운영 방식에 대해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Q&A 형식으로 풀어보겠습니다.

❓ 사회적 처방,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국립사회적처방아카데미(NASP)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음악의 힘 펀드(The Power of Music)'와 '녹색 사회처방 프로그램'입니다. 치매 환자들을 위한 음악 활동을 제공하는 이 펀드는 70개 지역 조직을 통해 5,500명 이상에게 도움을 주었고, 2027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녹색 사회처방 프로그램의 성과였습니다. 원예, 자연 보존 작업, 달리기 등 자연 기반 활동을 통해 빈곤지역 주민(50%)과 소수민족(21%) 중 정신건강 케어가 필요한 8,300명을 지원했는데요. 그 결과가 놀랍습니다.

행복도: 5.3점 → 7.5점

삶의 만족도: 4.7점 → 6.8점 (전국 평균 7.5점)

불안 지수: 4.8 → 3.4 (전국 평균 3.2)

더욱 놀라운 것은 투자 대비 효과입니다. 정부가 투자한 1파운드당 2.42파운드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어, 총 1,400만 파운드의 가치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 3,700명의 링크워커들은 어떻게 일하나요?

현재 3,700명에 달하는 링크워커들은 '베스트 프랙티스 가이던스'라는 공통 매뉴얼을 바탕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상담 시 약 90%의 환자들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을 호소한다는 것인데요. 이런 경우 운동, 예술, 자연 활동 중 환자의 관심사에 맞춰 연계한다고 합니다.

❓ 어떻게 하면 사회적 처방을 알고 이용할 수 있나요?

국립사회적처방아카데미(NASP)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회적 처방을 알리고 있습니다. 온라인, 지역 신문은 물론 도서관, 커뮤니티 센터, 상점, 교회, 레저센터 등 생활 곳곳에서 정보를 접할 수 있죠. 특히 '챔피언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진과 테라피스트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대중 홍보 시 '사회적 처방'이라는 용어보다는 '치매 환자를 위한 음악 치료', '그린 액티비티' 같은 구체적인 활동을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시스템보다는 개인이 얻을 수 있는 혜택에 초점을 맞추는 거죠.

❓ 사회적 처방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사회적 처방의 대상은 생각보다 다양했습니다. 노인, 저소득층, 소수민족, 학생 등 폭넓은 계층을 포함하고 있었는데요. 특히 주목할 점은 '의학적 처방으로는 해결할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건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 일반 커뮤니티 활동과 사회적 처방은 어떻게 다른가요?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인데요. 사회적 처방은 단순한 커뮤니티 연결과는 다릅니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엔트리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삶의 문제가 생겼을 때, 링크워커를 통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체계적인 과정인 거죠.

방문을 마치며 : 시사점

국립사회적처방아카데미(NASP)를 방문하면서 든 가장 큰 생각은 '사회적 처방'이 단순한 의료 서비스의 변화가 아닌, 의료보건 시스템 전반을 혁신하는 움직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세 가지 핵심 포인트를 공유하며 이번 방문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1️⃣ 전인적 건강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영국의 사회적 처방은 '질병 치료'를 넘어 '웰빙'이라는 더 넓은 관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균형을 맞추며 개인의 행복감을 높이려는 이 접근법은, 2-3분 진료와 약물 처방 위주인 우리나라 의료체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2️⃣ 혁신적인 '링크워커' 시스템

지역 보건소를 찾는 환자의 20%가 사회적 욕구를 호소한다는 점에 주목한 영국은, '링크워커'라는 새로운 직무를 만들어냈습니다. 2019년 300명으로 시작해 현재 3,700명, 2030년까지 9,000명으로 확대될 예정인 이들은 단순한 생활관리사나 사회복지사와는 다른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심리적 웰빙에 초점을 맞추고, 환자들이 지역사회에 다시 통합될 수 있도록 돕는 '심리적 사회복지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3️⃣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

국립사회적처방아카데미(NASP)가 보여준 또 하나의 강점은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에 있었습니다. 환자 데이터 통합 관리부터 링크워커의 경력 관리까지, 사회적 처방이 지속가능한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모든 사업장에 정신건강 프로그램 운영을 의무화하는 등 법적 제도화를 통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의료시스템의 부담을 줄이고, 웰빙을 개선하다"라는 NASP의 슬로건처럼, 사회적 처방은 단순히 의료비용 절감을 넘어 시민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내고 있었습니다. 영국의 이러한 혁신적 시도가 우리나라의 의료복지 발전에도 의미 있는 영감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