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사용합시다

검정치마

by 현진현

검정치마의 노래, [everything]을 스무 번 넘게 반복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No라면, 유튜브로 가서 들어보고 오셔도 좋겠습니다. 한 시간 듣기 콘텐츠가 있더군요. - 저도 사실 검정치마 같은 분들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몇 번 듣다가 저도 가끔 듣게 되었고, 그러다 지금의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루 종일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있는 것이죠. 무려 24시간을요. 화장실을 간다거나 보고를 간다거나 밥을 먹을 때 외엔 계속 듣습니다. 지나는 사람들이 속으로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저치는 대체 뭘 저렇게 듣고 있담...?]

그렇습니다.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닙니다. 몸으로 듣는 거죠. 몸으로 듣다 보면 노랫말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검정치마의 인생을 체득하듯 그들의 예술이 체득이 됩니다. 고백하자면, 아내를 지금에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서 저는 검정치마를 듣습니다.


카피는 손으로 쓰지 않습니다. 몸으로 씁니다. - 해놓고 보니 뭔가 뻔한 말 같습니다만 반드시 몸으로 써야 합니다. 저는 눈치를 봐가며 출장을 갈 예정입니다. 이번 달에 거제도에 대한 다량의 카피를 써야 합니다. 못해도 세 번 거제도를 찾아갈 예정입니다. 잦은 출장이 맞습니다. 서른 번 정도 가면 더 좋은 카피를 써낼지도 모릅니다. 무작정 갈 수는 없어서 일단 향토사학자를 만날 예정입니다. 그의 얘기를 듣기만 해도 배가 부를 건데요, 만날 예상만 해도 지금 배가 부르네요. 거제는 섬이었거든요. 그러다가 다리가 생겨서 반 육지처럼 된 것입니다. (비행 편이 생기기엔 너무 가까웠죠.) 저는 그게 대체 뭐지?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섬이었다가 섬에서 벗어난 그 존재감에 대해서 궁금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그런 것을 묻고 다녔습니다. 거제에 가면 당연히 해녀도 만나볼 생각입니다. 웬만하면 청년으로서의 해녀도 인터뷰해 볼 계획이고요. 제주도의 해녀가 아닌 거제도의 해녀는 대체 무얼까, 하는 의문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이들이 잡아 올린 멍게는 또 무슨 맛일까? 하는 의문도 당연하고요. (바다마다 빛깔이 다르고 그러니 해산물의 맛도 영 다르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성포 청주라고 이름 붙여드린 술도가도 다시 찾아 멍게 비빔밥과의 마리아주도 검토해볼 작정입니다.

그런 다음에야 사진을 찍을 생각입니다. 무엇을 찍느냐 어떻게 찍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 찍느냐입니다. 언제 찍을까요? 자, 작가님! 사진 언제 찍을까요? 다음 달쯤 어떨까요, 그 사이 소주도 한 잔 하고, 밥도 같이 먹어본 다음에 사진을 찍으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좋겠습니다.

거제도의 밥상에는 대체 무엇이 올라갈까요? 단순한 레토릭의 카피지만 그 워딩 하나하나에 거제의 정수를 담고 싶거든요. 멍게 알이 멍게 알로 보이십니까? 청주가 청주로만 보이십니까? 내 몸은, 우리의 몸은 멍게 알과 청주와 해풍을 맞은 그 밥알을 대체 무엇으로 받아들인답니까? 세 개의 다리가 생기면서 지나온 시간은 대체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요?

아마도 거제도에 머물면서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귀가 아프도록, 그래서 몸이 떨리도록 검정치마의 [everything]을 들었더니 아내를 조금 더 이해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 그렇지만 역시 성과는 검정치마를 잘 알게 된 것이겠지요. 아내에게까지 닿기엔 하루 종일은 너무 짧았습니다.

L1080577.JPG


매거진의 이전글카피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