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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수 Dec 07. 2015

#010. 김도훈의 나만의 나이테 쌓기



저기 멀리 지구 어딘가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 입구에는 크고 작은 묘비들이 서있데.

그리고 그 묘비들에는 5, 10, 30, 100 이런 숫자가 쓰여 있다고 하더라-.

이 숫자들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해?


"글쎄.. 숫자라면 나이가 아닐까?"



그 마을에 방문한 어떤 사람이 숫자의 의미가 너무 궁금해서 촌장님의 집에 찾아가 직접 물었더니

촌장님이 이렇게 대답했다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어떤 하루를 정말 열심히 살았을 때 각자의 빗금을 하나씩 긋는단다.

그리고 그 사람의 생을 마감할 때, 묘비에 그 숫자를 담지.

우리는 그 숫자를 그 사람의 진짜 나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얼마나 열심히 이 삶을 살았느냐-가 그 사람의 나이테가 되는 거야'




나는 몇 줄의 나이테를 갖고 있는가?



소위 자주 쓰는 표현에 의하면, 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어. 

좋은 부모님 아래에서 유복하게 자랐고, 공부도 어느 정도 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큰 걱정도 고민도 없이 자랐지.


그런데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던 어느 순간에 갑자기 강박관념이 생기기 시작했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고민이 쌓이는 과정에서 점점 내가 나를 옭아매는 거야. 

'내가 왜 공부를 하지?' 이런 간단한  고민에서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어려운 고민까지, 

생각이 생각을 물다가 어느 순간부터 우울증, 강박증 이런 정신질환이 생겼어. 

처음에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고, 우울한 감정들로 시작된 이 마음의 병이 어느 순간에는 숨이 턱 막혀오기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생각들까지 연결되면서 결국에는 병원에서 한동안 있어야 하는 지경까지 왔지.



마음의 병이 오랜 시간 내 안에 머무르면서 나를 괴롭히는 동안 나는 병원에서 어떤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됐어.

내가 있던 병실 안에는 엄청난 부를 보유한 사람도 있었고, 화려한 외모를 간직한 사람도 있었어. 긍정적인 성품을 가진 사람이 있었던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입만 열면 투덜거리기도 했지.

그런데 이 모든 사람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단어가 '생명'이더라.

생명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이 모든 사람이 평등해지더라고.

그들의 외모, 권력, 재력 그 어떤 것도 소용이 없었어.  그들이 죽음의 문턱을  넘어설 때, 유일하게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그들 삶의 '보람'이라는 것만이 유일한 공통점이었지.

'내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나이테를 그었는가', '얼마나 나다운 삶을 살았는가' 이런 것들 말이야.



그제야 마음이 안정이 됐어. 

생명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고 알려준 이 경험이 나를 옭아매던 강박관념에서 헤어 나올 수 있게 해 주었고,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들어 줬고,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는 생각이 드네. 

내가 죽어버리면 이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거라고, 이 세상의 주인은 나라고 생각하니

세상에서 내가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기더라.


여유를 가지려면 내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자신감을 가지려면 나를 믿을 수 있어야 해.

그리고 나를 믿으려면 나를 사랑해야 되더라.

 



위기가 만들어 준 이유


병을 얻기 전에도, 병을 겪고 난 후에도 내 꿈은 '외교관'이 되는 거야.

달라진 점이라면 마음의 병을 겪으면서 꿈의 이유가 달라졌다는 거야.

예전에는 내가 정치 문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나의 재능으로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외교관이라고 생각했었거든. 부과 권력을 한 번에 얻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정말 힘든 순간을 겪어보니까, 병으로 인해 사회적인 약자가 되어보니까 부족하게나마 다른 사람들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 

정말 어려운 순간을 겪어보고 나니까 누군가에게 내 재능을 나누어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

이제 나는 내면의 어려움을 꿈을 위해서라도 더 단단하게 이겨낼 거야.

그리고 더 이상 입으로 어려운 말만 내뱉는 위선자가 아니라,

진심을 공감하고 소통하는 정치외교를 배워 세상에게 나를 나누어 주는 나무로 성장할 거야-.





엽서형 일간 캘린더, [오늘도 두근거림]의 10번째 이야기,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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