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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수 Jan 10. 2016

#018. 오지은의 우리는 모두 초행길에 서있다.

소통여행가 오지은, 그녀의 여행 이야기


나는 내 삶을 '소통'을 주제로 한 한편의 영화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영화를 찍기 위해서 '공모전', '여행'을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오지은이라는 사람을 채워갈 거야.


내 영화 속 에피소드, 한번 들어볼래?




소통을 위한 여행

 


나는 어렸을 땐 꽤 똑똑한 아이였어. 똑똑하다기 보단 말 잘 듣는 아이라고 해야 하나? 중학교 땐 전교 1-2등을 할 만큼 열심히 공부를 했어. 그리고 늘 가정통신문에는 ‘착실한’ 학생이라는 말이 붙어 다녔지. 

그런 나에게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시점에서 갑자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더라. 처음으로 자아에 대해 고민하게 된 시간이었고, 어쩌면 내 나름의 방황의 시기였다는 생각도 들어.

 '오지은'이라는 사람은 이미 성적표나, 가정통신문에서 '말 잘 듣는 아이'라고 정의 내려버렸는데, 그게 진짜 내가 맞는가 라는 고민을 했지. 그렇게 나 자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연기, 음악, 글쓰기 등 해보고 싶은 것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용기 있게 도전했어. 그렇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 번은 반에서 뒤에서 3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내려간 적도 있었지만, 나는 그 시간 동안 나 자신에 대해 가장 열심히 고민했고, 그 고민을 통해 알게 되었어.

내가  가장하고 싶은 것은 소통,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었다고- 



 대학교에  진학할 때 가장 좋아했던 국어를 더 공부하고 싶었어. 그래서 국어국문학과에 가서 대본도 써보고 소설도 써보고 했던 것 같아.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열정을 쏟아 부은 건 바로 ‘공모전’이었어. 30개 정도의 공모전에 참여했는데, 그냥 상을 받고 싶다기 보단 내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게 좋더라고.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상금!’ 공모전에서 계속 낙방했지만 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모아야 했거든. 그래서 계속 도전했어.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점차 입선, 본선, 장려, 우수 등 상을 받게 되었어. 에뛰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투표로 1위를 받기도 하고 영상 편집기도 아예 모르던 내가 ucc 공모전에서 장려상, 우수상을 받았어.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모전은 ‘아모레퍼시픽 마케팅 공모전 최우수’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뉴 월드 여행 루트 공모전’이야.

 



공모전 상금들을 모아 여행을 준비했어. 내가 고등학교 때 나에 대해 공부하며 느꼈듯이, 나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도 '소통'을 하고 싶었고, 한 달간의 유럽여행 동안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이 뭘까 라는 고민도 함께했지. 그들이 나를 기억하고, 떠올리게 하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볼 때마다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선물을 하기로 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글'을 그들에게 선물하기로 했지. 

내가 국어국문학과 학생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우리는 ‘한글’을 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잖아. 가장 많이 보고, 사용하는 한글을 통해 우리의 정서와 삶을 그들과 나누고 싶었어.


 그래서 캘리그래피를 독학 해 캘리그래피 엽서를 만들어 여행을 떠났어. 처음 만나는 생김새, 살아가는 방법,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직접 만들 엽서를 선물하고 같이 한국에 대해, 한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 나라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어. 작은 정성을 선물하겠다는 생각으로 떠난 여행에서 나는 한글을 통해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또 작게나마 한국을 알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했지.



참 신기했던 건, 프랑스에서 유학생 언니에게 한복을 빌려 입었던 일이야. 한복을 입고  여행하는 게 한글과는 다른 느낌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어. 한복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고, 사진을 찍었는데 참 예쁘게 나오더라고.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가끔 한복을 입고 우리나라 곳곳에 여행을 다니기도 해.  덕분에 KBS 9시 뉴스, MBC 생방송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 

 


나에게 한글을 담은 캘리그래피와, 한복은 ‘소통’의 매개체야. 이젠 여행을 갈 땐 나도 모르게 한복과 캘리그래피를 챙기게 되는 것 같아. 매일 입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여행할 때 사진도 예쁘게 나오고 또 사람들과 더 대화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는 것 같아.





프랑스에서 길을 잃다



나는 여행이 좋아.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떠날 거고, 여행을 갈 땐 캘리그래피를 들고 다니며 언제 다시 만날 지 모를 인연들과 소통을 할 거야. 

내 인생을 한편의 영화라고 생각하면, 그 영화 중 너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장면은 2015년, 1월의 여행이야. 나는 영국-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순서로 여행을 했어. 이탈리아는 로마-피렌체-베니스 순으로 다녔는데, 베니스 마지막 날에 소매치기를 당했거든.


 그날의 일진은 정말 안 좋았어. 2월에 베니스에서는 가면축제를 하는데 나는 가면축제 개막식을 보고 싶어서 개막식 날에 맞춰 베니스를 예약했어. 숙소와 물가도 너무 비싸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엄청난 폭우가 와서 개막식도 미뤄지고 여행도 제대로 못 다녔어. 혼자 있는 외국에서 돈도 없고, 차갑게 넘실거리는 물을 보고 진짜 죽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도 들더라. 그리고 저녁에 호텔 밑 슈퍼에 들렸는데 사람이 유독 많았어. 잠시 초콜릿을 고르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 내 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을  소매치기한 거야.

너무 당황한 나에게 슈퍼에 일하는 아저씨는 cctv를 보여 주셨고, 거기에 누군가 나를 지나치며 핸드폰을  소매치기하는 게 찍혔더라고. 아저씨는 찾을 수 없을 거라고 하시며 경찰서를 알려주셨고  그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폴리스 리포트를 받는 것 밖에 없었어.

다음날 프랑스로 이동했는데 휴대폰 없이 먼 땅에서 혼자 힘으로 숙소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했어. 흑백으로 희미하게 뽑힌 작은 사진 한 장으로 같은 자리만 맴돌았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언어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지만 모두가 관심 없어했고, 절망하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물어본 중국인 모녀는 나에게 같이 처음부터 찾아보자며 도움을 주셨어.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이 찾아줬는데, 결국 그 두 사람 덕분에 숙소를 찾았어.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펑펑 울었는데, 그 날은 절대 잊지 못할 거야. 정말 후회되는 게 있다면 그 모녀의 연락처라도 물어볼걸 그랬다. 마음으로라도 정말 고맙다고 하고 싶어. 






우리는 모두 초행길에 서있다



 나는 대단한 사람, 성공한 사람이 아니야. 그저 평범하게 너와 같이 인생을 고민하며 먼 미래에 대해 한숨짓는 중이야. 어떻게, 어디에 취직해야 할지, 미래에 나는 뭘 하고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 

그럼에도 나는 내 인생이 너무나 재미있어. 

취준생이라고 꼭  재미없어야 할까?라고 생각하며 일부로라도 내 인생에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만들어가고 있어. 


 여행할 때 우리는 어딜 갈지, 어떤 하루를 살게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 계획이 있다고 해도 초행길에서 우리는 그대로 갈 순 없을 거야. 그리고 누구를 만날지도 모르고,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몰라.

분명히 내가 이탈리아에서 핸드폰을  소매치기당하고 프랑스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인생을 살면서 무엇인가 잃게 되는 것들이 있을 거야.

 하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고, 어떤 갚진 경험을 얻게 됐어. 내가 핸드폰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그 중국인 모녀의 도움을 받을 순 없었을 거야. 그리고 내 인생의 에피소드 85번이 만들어지지 않았겠지?


그러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도, 지겨운 오늘도 '한편의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어떨까?






엽서형 일간 캘린더, [오늘도 두근거림]의 18째 이야기, 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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