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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의 라디오 Jan 05. 2022

청취자는 눈에 보이지 않아,
귀로 들으니까

구독자수, 조회수로만 판단할 수 없는 것들

가끔은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라디오를 듣는지. 우리는 어떤 콘텐츠가 인기가 많은지 숫자를 궁금해합니다. 예를 들어 개봉한 영화가 몇만 관객을 찍었는지! 관객이 천만 명이 되었다면 우와-하고 놀라고 그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하죠. 드라마나 예능도 시청률이 많이 나왔다고 하면, 오~그거 요즘 인기 많더라 하고 화제가 되죠.





유튜브 콘텐츠 조회수가 100만이나 200만을 찍을 때도 '많이 본 콘텐츠'하고 떠오르기도 합니다. 자연스레 알고리즘으로 추천을 해주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뭐든지 콘텐츠를 볼 때 조회수 등 숫자를 궁금해하기도 합니다. 제 유튜브는 구독자 수가 공개되어 있어 적은 구독자 수에 어떤 청취자분들은 "어머나, 줄리님! 유튜브 구독자 수가 슬프네요. 제가 구독을 해드려야겠어요"라고 하시거나 "줄리님 유튜브 잘되지 않는 것 같은데 수익,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볼 때도 있어요. (유튜브 성공비법에서 구독자 수 가리면 더 늘지 않는다고 했단 말이에요! 저도 가리고 싶지만 한번도 가린 적이 없었습니다. 공-개) 정말 보이는 숫자로 판단하게 될 때가 있죠. 저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숫자가 보이지 않을 때는 추측을 하게 되죠. 댓글이 많이 달리지 않거나 글이 많지 않다면 이 콘텐츠를 보고 듣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구나.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라디오는 보는 게 아닌 듣는 매체이니 더욱 그럴 수 있죠.


네이버 라디오 NOW는 실시간으로 청취하는 분들을 라디오에서 보여주지도 않고 저에게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고 인지도가 없던 저에게는 좋은 시스템이었죠. 보통 우리가 콘텐츠를 볼 때 조회수가 많은 영상을 보거나 댓글이 많은 글을 클릭하잖아요. 개인방송 플랫폼도 시청자수가 많은대로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눈에 띄기도 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죠. 반면 시청자수가 적은 방송은 찾기도 쉽지 않고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제 개인방송 플랫폼에서는 청취자수가 많지 않아 어떤 청취자분들은 "줄리님, 라디오 잘 되고 있는 거 맞아요? 너무 듣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요"라고 할 때가 있어요. (맞습니다, 슬픈 이야기 자주 들었어요. 네, 네.) 그러니 제게 청취자 수가 눈에 보이도록 드러나는 건 좋은 에너지가 나지 않았죠.


그래도 NOW [아침깨워줄리]를 할 때는 청취자 수를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라디오를 해나갔습니다. 청취하는 분들이 어느 정도 있는지는 오로지 메시지로 알 수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월모닝, 수모닝, 금모닝(아침깨워줄리만의 인사법)하고 인사해주는 청취자분들, 요일 코너마다 참여해주는 메시지를 보며 라디오를 잘 듣고 있구나 생각했죠. 설날이나 공휴일에 아침 라디오를 할 때는 메시지가 적은 날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듣는 분들이 적구나 저도 추측할 수 있었죠.


그러다 반 년이 지나고 네이버 NOW에서 한 주간의 청취자 숫자 데이터를 공유해주셨어요. 회차별로 어느 정도 청취자분이 있었는지 숫자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오! 생각보다 되게 많으신 거예요. 추측했던 숫자보다 많아서 놀랐습니다. 메시지 하시는 분들이 거의 대다수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죠. 조용히 귀로 듣고 계신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정말 몇 배로 많은 게 아니라 그 이상으로 많았어요. 그렇지 않아도 가끔 아침깨워줄리 청취자분이 "여태 듣고만 있었는데 처음으로 메시지 합니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거든요.



라디오에 참여해서 문자를 보내고 사연을 적극적으로 말씀하시는 청취자분들도 있지만 조용히 귀로 듣는 청취자분들도 많았습니다. 맞죠, 라디오는 귀로 듣는 매체이니까.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외롭지 않았습니다. 말없이 조용히 듣고 계신 청취자분들도 많구나.


팟캐스트도 조회수가 보이는 곳이 있고 보이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그러면 댓글이나 하트 갯수로 얼마나 많이 듣는지 추측할 수 있는데요. 정확한 데이터는 저만 볼 수 있습니다. 댓글도 많이 달지 않아 많이 안 듣는다고 생각했지만 조회수로 보면 상당히 많습니다. 의외로 꽤 많이 듣고 계셨어요. 적극적으로 제 채널에 댓글도 달고 줄리의 라디오 홈페이지에 와서 신청곡 해주시고, 사연도 남겨주시는 분들이 있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라디오는 보고 참여하는 것보다 ‘듣는 매체’이니 참여하지 않아도 듣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라디오에 대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라디오를 들을 때 적극적으로 댓글을 남기거나 실시간 코너에 참여하진 않았었던 것 같아요. 들으면서 '좋다-'라는 생각만 했지 따로 뭔가 표현을 한 적은 없었거든요. 아마도 저처럼 조용히 듣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맞아요, 실시간 라디오에서 몇몇 청취자분들이 "줄리님, 콘텐츠 잘 보고 있어요. 댓글은 부끄러워서 못 달았어요."하고 말씀하시기도 했거든요. 이런 분이 한두 분이 아니라 꽤 됐어요. 댓글을 달지 않아도 잘 보고 듣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라디오의 청취자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귀로 잘 듣고 있는 거죠?

보이지 않아도 느낌으로 느껴보겠습니다. 솨아-










▼ 청취자 수가 보이지 않는 라디오


▼ 구독자 수가 공개된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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