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지하철 게이트 앞에서 한숨을 쉬곤 했다.
아이폰으로 티머니 교통카드를 쓰기 시작한 이후, 인식이 잘 될 때도 있었지만 종종 오류가 났다. 사람들 줄이 길게 늘어선 출근길, 내 차례에서 ‘삑’ 대신 ‘삐—익’ 하는 에러음이 울리면 순간 얼어붙는다. 뒤에서 쏟아지는 시선들, 괜히 당황해서 몇 번을 다시 대보다가 결국 실물 카드로 도망치곤 했다.
‘왜 내 폰만 이럴까?’
처음엔 케이스 문제인가 싶어서 투명 케이스로 바꿔보고, 티머니 앱을 지웠다 다시 깔기도 했다. 그래도 가끔씩 또 오류가 났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답을 전혀 뜻밖의 곳에서 알게 됐다.
퇴근길에 아내가 내 모습을 보고 한마디 했다.
“당신, 그거 뒷면 말고 윗부분으로 찍어봐.”
순간 ‘뒷면을 대야 인식되지 않나?’ 싶었지만, 뭐든 안 되면 해보는 게 인지상정. 그래서 다음 날 아침, 출근길 게이트 앞에서 휴대폰의 **윗부분**, 그러니까 **카메라 옆을 단말기에 살짝 대봤다.**
“삑.”
한 번에 통과됐다.
믿기지 않았다. 몇 달 동안 씨름하던 문제가, 단 한 번의 ‘위로 올리기’로 해결된 것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아이폰의 **NFC(근거리 무선통신) 칩이 카메라 옆 상단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삼성페이는 기기 뒷면 중앙 근처에 있지만, 아이폰은 구조가 다르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결국 문제는 내 사용 습관에 있었던 셈이다. ‘갤럭시 때처럼’ 하던 방식이 아이폰에선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출퇴근길이 훨씬 편해졌다. 예전엔 지하철 입구만 봐도 괜히 긴장됐는데, 이제는 마음이 여유롭다.
작은 기술 하나가 일상 속 불편함을 이렇게 바꿔줄 줄이야.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겪는 많은 문제들도 사실, ‘위치만 조금 바꾸면’ 해결되는 게 아닐까?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고, 약간의 습관을 고치는 것.
그게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카메라 옆을 살짝 대며 여유롭게 게이트를 통과한다.
삑—
그 짧은 소리가, 이제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경쾌한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