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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Apr 10. 2024

사뭇 달라진 밤 수유 풍경

생후 119일 언제 이렇게 컸니

2024.03.25(월)


3월부터 12시간 통잠을 자던 너인데 뒤집기를 시작하고 밤 수유를 다시 시작했다. 밤 수유를 3개월 넘게 했는데도 고작 2주 푹 잤다고 다시 밤 수유를 하려니 너무 졸려 하품을 쩍쩍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수유한단다. 그러다 문득 밤 수유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어 다시 잠자리에 들기 전 메모 어플을 켜고 끄적여봤다.


잠에서 깨는 과정도 ‘배가 고픈데 밥은 어디 있나’ 하며 눈 감고 쩝쩝쩝 뒤척뒤척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아 배고프다 엄마아빠 밥 주세요’하고 눈이 말똥말똥해져 빼엑 소리를 지른다. 우유를 먹는 동안에 네 왼손은 항상 엄마 손가락을 꼭 쥐는데 조그만 손으로 한껏 감싸도 보이던 엄마의 엄지손톱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구나. 엄마 겨드랑이에 끼워진 네 오른팔, 오른손도 이전에는 갈 곳을 헤매며 꼼지락거렸다면 이제는 엄마 옆구리를 만지작거리며 간지럽힌다.


트림시키는 사이 화장실에 다녀온 아빠와 몇 마디 나누고 나니 네가 고개를 한껏 치켜들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엄마 얼굴을 찾는다. 밤 수유할 때는 너에게 자극이 될 만한 부분은 모두 조심해야 해서 애써 그 사랑스러운 시선을 외면하고 먼 곳을 응시하며 계속 트림시킨다. 그러자 이내 네 고개가 엄마 품으로 떨어지는 게 느껴지는구나.


네 몸무게도 어느덧 6.7kg. 이전같이 30분 내내 어깨에 얹어 트림시키기가 꽤 부담된다. 그래서 요즘은 엄마 왼쪽 무릎에 앉히고 엄마 가슴 쪽으로 얼굴이 오게 한다. 이전 같으면 너무 작아 품속으로 무너져버렸을 거 같은데 이제는 엄마 가슴팍에 네 머리를 대고 기댈 수 있을 만큼 컸구나.


고작 3주 만의 밤수인데 ‘언제 이렇게 컸지’ 싶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밤이다.


이제 앞보기도 늠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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