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군을 제대로 설정하자
넷플릭스에 넷플릭스 로고가 많아진다고 겁을 먹어야 하나?
제작(Original Production) 오리지널, 합작(Co-production) 오리지널, 라이선스드 오리지널 모두 넷플릭스 로고가 붙는다. 우리는 넷플릭스 내에서 넷플릭스 로고가 많아질 때마다 그들의 영향력이 두렵다고 이야기한다.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넷플릭스의 정책(?) 덕분에 한국에선 가입자 외에 넷플릭스의 영향력에 대해 부풀려져 있는 부분도 있다.
미디어 가이가 최근에 생각했던 페이스북 포스팅 몇 개를 정리하고자 한다. 넷플릭스 때문에 골머리 쓰고 있는 담당자들을 위한 글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아시아에서 미국 콘텐츠를 유통하는 OTT 서비스 훅(Hooq)은 반 넷플릭스의 파트너
싱가포르 기반의 아시아 최대 통신사 중 하나인 Singtel과 Warner Media, Sony Television의 합작 OTT 회사인 훅(Hooq)의 Promotion 메일이 날아왔다. 훅(Hooq)은 필리핀을 비롯한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싱가포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SVOD/TVOD 혼합형 OTT 서비스이다.
메일 제목은 Teen-rific shows & movies (10대들의 끝내주는 TV 쇼, 영화 이런 느낌?)
오래된 콘텐츠도 보였지만, 그중에서 Marvel 브랜드의 두 TV 쇼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Runaways로 미국에서 넷플릭스와 전면전을 할 디즈니의 무기가 될 OTT 플랫폼인 훌루(Hulu)가 제작한 작품이다. 또 하나는 디즈니의 Z세대(Generation Z)와 영 밀레니얼(Young Millennials) 취향의 채널인 프리폼(Freeform)의 Cloak & Dagger이다. 둘 다 마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만든 드라마이고, 둘의 세계관은 곧 크로스오버 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다.
훌루의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공급된 사례는 없다.
미디어 가이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zohan.kim) 포스팅을 자주 본 분들이라면, 훌루는 넷플릭스의 미국 내 경쟁력을 깎아서 그들도 생존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자주 보셨을 것이다. 이기려는 생각도 하는데, 힘들겠지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글로벌로는 힘들다. 훌루는 공식적으로 미국 내에서 서비스하는 회사이다. 일본도 동명의 서비스는 있지만 니혼 티브이 소속의 서비스이다. 예전에 팔았다.
훌루가 러너 웨이즈를 제작한 것이나 넷플릭스에게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을 가져온 것만 봐도, 그들이 타깃 하는 콘텐츠들이 영 밀레니얼, Z세대라고 생각한다. 방송이 아닌 오리지널에 한해서이다.
넷플릭스가 사용 데이터 공개를 안 하는 이유 중 하나가 키즈 콘텐츠의 사용시간이다. 미국 NAB Show 때 팍스 어소시에이트 콘퍼런스 중 가장 신뢰가 갔던 부분이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청 데이터를 세분화해서 공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키즈 콘텐츠의 리런(Re-run)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콘텐츠들 보다 상위에 차지하는 것이 키즈 콘텐츠들. Z세대 시청자들은 좋아하는 콘텐츠를 한 번만 보지도 않고, 에피소드를 남겨두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인 오리지널들이 한 번도 키즈 콘텐츠들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프리폼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서로 다른 길을 가기로 하기 전에 새도우 헌터(Shadowhunters) 시리즈를 넷플릭스에 오리지널로 공급하기 시작했으니깐 말이다.
그렇다 이것도 라이선스드 오리지널이다.
해외에서는 스튜디오 드래건의 미스터 선샤인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이해할 것이다.
그런 디즈니, 훌루가 글로벌 판매를 위해서 디지털 OTT 파트너로 Hooq과 손을 잡은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넷플릭스의 힘을 더 키워줄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다. 일본도 넷플릭스가 아닌 일본 훌루에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디즈니의 글로벌 채널, 혹은 이제 FOX의 채널에서도 방영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 없는 전략도 그들은 찾고,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힘이 약한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와 경쟁을 하기보다는 손을 잡기도 한다.
넷플릭스를 잡으려고 만든 오리지널, 넷플릭스에 공급
시크릿 시티는 호주 쇼케이스(Showcase)라는 채널에서 먼저 방송하고, 유료 방송 사업자인 폭스가 만든 OTT 서비스인 폭스 플레이에서 독점 공급한 케이스였다.
호주는 넷플릭스 때문에 대표적으로 고생한 국가 중 하나이다. 아시아에서 뉴질랜드와 함께 넷플릭스가 점령한 국가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마치 북미보다 더한 느낌이다. 넷플릭스 시청률이 FTA(지상파) 시청률을 작년 말에 이미 위협을 했었다.
유료방송 사업자보다 넷플릭스 사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구독자는 공개가 안되었지만 설문조사에 따른 사용자는 9백만 명을 넘었다. 2016년 11월 이미 폭스텔 사용자보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사용자가 더 많다는 시장 조사 결과도 있었다.
결국 폭스텔은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자국 내 OTT인 STAN과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품는 전략을 세우게 된다.
폭스텔 나우(Foxtel Now)와 함께 자체 유료방송 플랫폼에 STAN, Netflix를 모두 가입할 수 있는 결정을 하게 된다. 우리로 따지면 LG UPLUS가 왓챠 플레이와 넷플릭스를 모두 넣는 결정을 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차피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호주라는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비슷한 수준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단순 어그리게이터였다면 이길 수 있을지 모르나, 이미 호주에서는 넷플릭스와 정면 승부했다가 사라진 퀵 플릭스가 있기 때문인데, 캐나다 쇼미처럼 정면 승부를 하지 않고 같이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을 펼치게 된다. (http://it.donga.com/25156/ , 이 이후로 쇼미는 스포츠에 투자를 해서 살아남게 된다)
물론 항복 선언을 하고 있지 않은 Stan은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들 또한 해외 아이플릭스(iFlix - 말레이시아 중심의 동남아 OTT 서비스로 넷플릭스와 경쟁을 하고 있음)
하지만, 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 호주에서 오리지널 자체가 잘될 리가 힘든 상황이다. 동남아의 OTT 파트너들과 협업하여 오리지널 제작 시 해외에 동시에 유통하는 전략(iFlix, Hooq - 이들도 넷플릭스랑 경쟁 중)을 세우고 있다. 손해를 보면서 경쟁을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경우 다행히 캐스팅과 스토리는 괜찮은 편이다. 한국에서도 인기였던 SF 드라마인 프린지에서 열연을 했던 호주 배우인 애나 토브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제작비 이슈로 영국과 같은 전략 (미니시리즈, 6편이 1 시즌)을 고수했다.
폭스텔이 넷플릭스와 관계 개선으로 그들은 호주에서 돈을 잃지 않게 되고, 무리한 투자를 한 콘텐츠를 이렇게 글로벌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타이틀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전략이 되었다.
이 전략은 한국의 스튜디오 드래건과 비슷하다. E&M의 예능은 대립각을 세우지만 글로벌 매출이 필요한 드라마는 넷플릭스와 협력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넷플릭스와 경쟁자가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방법
글로벌 플랫폼 태핑을 넷플릭스를 통해서 하고 있는 아이치이(IQIYI)
아이치이(iqiyi) 많은 분들이 모르는 중국의 1위 동영상 플랫폼이다.
초즌은 참고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유통 중이나 중국에서 아이치이 오리지널로 제작된 콘텐츠를 넷플릭스가 유통하는 케이스이다. 위의 폭스텔과 같은 케이스로 이해할 수 있으나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영상이 시작하자마자 넷플릭스의 로고와 함께 아이치이의 로고가 뜬다. 아시아 공략과 북미 내 중국 커뮤니티를 위해 내년에 넷플릭스는 중국 콘텐츠 수급 및 오리지널 확보에 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 한류/중화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인 드라마피버 차트에도 중국 콘텐츠가 상위권에 올라왔다.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파워도 문제이지만, 우리가 자국 내 시장만 보다가 글로벌 트렌드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더 글로벌 시장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도 노력하고 있다. 한한령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싸울 것인가? 그러면 누구랑 손을 잡을 것인가?
디즈니는 인도의 아이치이, 넷플릭스인 핫스타(Hotstar)를 손에 넣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어마어마한 투자를 한다 해도 핫스타를 이기긴 어렵다. (핫스타의 점유율은 인도에서 70%가 넘는다. 넷플릭스? 1%가 안된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협력을 하지 않겠다면, 싸우기 위해서는 아군 설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랑 싸워서 이기고 싶은 것인지 그냥 지금의 편한 생활이 방해받고 싶지 않은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아시아에서 뷰(Viu - 홍콩 기반의 OTT 서비스로 아시아 10개국 이상에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한국 콘텐츠이다. 많은 돈을 주고 한국 콘텐츠를 구매하고 있으며 체리피커[콘텐츠를 선택해서 구매] 형태가 아닌 볼륨으로 구매하고 있다)에게 공급하는 것이 지상파를 비롯한 한국 방송사들의 행복이었다면 큰일 날 수도 있다.
그들이 대량으로 구매해주던 트렌드는 끝낼 가능성이 높다. 텐센트의 아시아 공략은 결정이 났다. 북미/유럽/남미에서 대단한 넷플릭스도 아시아에서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연 돈이 되는 시장 인지도 다시금 생각할지도 모른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너무 무섭고 같이 갈 생각이 아니라면, 우리끼리 손을 잡는 것만이 방법이 아니다. 그리고 기존의 프레임도 잊어버려야 한다. 얼마 전까지 푹과 티빙은 넷플릭스 이슈가 터지기 전 서로 싸우기 위해 종편을 아군으로 장착했었다. 아시아는 한국 방송사의 꿀인 뷰(Viu)가 있었지만 언제까지 뷰일까. 그들도 유통 가능한 현금은 빠르게 마르고 있다. 지상파 연합인 KCP는 북미에서 코코와라는 플랫폼을 드라마피버, 온디멘드 코리아, 비키에 공급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 사회에서 주류가 여전히 아니다.
넷플릭스와 싸우기 위해서는 주류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우리가 플랫폼을 만들어서 글로벌을?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아시아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북미는 아니다. 한류는 주류가 아니다. 미국 방송사들도 넷플릭스와 10년간 싸우면서 망가질 대로 망가지기도 했지만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기존 관습들을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인정을 하기 시작했다.
HBO, Showtime의 최근의 행보를 공부하자. 그리고, 워너 미디어, 디즈니와 손을 잡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 넷플릭스가 공통의 적이라면 우리끼리 손을 잡지 말고(잡아본 기억이 있는가), 글로벌로 생각하자.
넷플릭스에게 한국은 못 들어온다고 문전박대하고, 뒤로 가서 글로벌로 콘텐츠 유통 좀 부탁한다고 이메일 보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