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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샬뮈 Feb 21. 2023

2월의 임플란트

임플란트 과정을 빙자한 마음 널어놓기 

오복 중에 하나가 치아라는 떠도는 말이 있는데, 원래 오복은 시경 <홍범> 편에 나오는 

다섯 가지 복인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라고 한다. 세 번째 복인 강녕이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이니, 건강한 치아는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를 괴롭히던 치아문제는 올해 다시 위기를 맞았다. 그래도 30대에는 잘 버텨서 크게 힘들지 않고 넘어갔는데, 간당간당 버티던 이들을 치료해줘야 하는 주기가 시작된 것이다. 의사는 교정이 늦지 않았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교정을 하는 게 득일지 실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이번에도 결정하지 못했다. 부정교합이라 어금니들이 더 많은 일을 하고, 무리하게 되니 상하게 되면 쉽게 낫지 않게 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한다. 오른쪽 맨 가장자리 어금니는 결국 발치했고, 임플란트를 시작했다.

이 와중에 자잘한 충치들도 보여서 당분간은 치과에 열심히 다녀야 한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 더 잘 관리해 주고 교정까지 해줬으면 어땠을까 아직도 어린 마음에 아쉬워한다. 학교생활 내내 부정교합을 놀리는 남자애들이 있었고, 어떤 날은 부모님 앞에서 펑펑 울면서 교정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나의 부모는 자식들을 그저 먹이고 입히는 것도 전전긍긍하면서 살아온 터라 그들에게 교정을 해달라는 자식에 요구는 사치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엄마 아빠에 치아를 보면서 나를 그렇게 대했듯 그들의 몸도 온전하게 건사하지 못했음을 알기에 미웠던 마음은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태아 즉 자식이 엄마를 선택한다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만들어 줄 세상까지 선택할 수 없다. 그저 선택의 몫으로 주어지는 것뿐. 나는 아직도 부모와 완전하게 화해하지 못한 자식으로 살고 있고, 다른 세상을 만들어 줄 자신이 없어서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  


과거시제에서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어쨌거나 삶은 계속되니까 타고난 게, 만들어진 게 어떤 모양이든 고쳐서 써야 한다. 할 수 있는 한 자연에 가까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치간칫솔과 치실을 매번 써서 구강 상태를 청결하게 해야 하며, 술과 담배는 멀리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어제 임플란트는 발치부터 난관이었고, 뿌리 식립하는 과정에 어마어마한 드릴 소리는 뇌를 뒤흔들 정도였다. 수술하고 다음 날로 넘어가는 새벽에는 통증 때문에 깨서 냉찜질을 했다. 다행히 지금은 통증이 한결 낫다. 



Rest in peace_고마웠어 어금니야

적출물 인수 동의서를 작성하고 받아온 어금니 안쪽을 보니 정말 엉망이었다.

그래도 단단하게 버텨준 것에 새삼 인체의 강인함을 느꼈고,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나에게 말하는 걸 텐데, 왜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을까? 의지대로 되지 않아서 혹은 너무도 모르고 있어서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라 그런가. 아무튼 모든 기관이 도미노처럼 이어진 복잡한 생명체에 갇혀 살고 있는 기이한 기분이다. 이 몸 또한 빌려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은 다른 곳에 깨끗하게 씻어서 널어두고 싶다. 


적어두고 싶은 문장 둘,

“죽음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고, 삶은 우리를 드높으니"-쿠푸왕의 아들 제대로 호르의 <삶을 위한 가르침> 중에서

그리고, “사랑은 따뜻한 햇볕 속에서 움트는 새싹과도 같다"-주희 <근사록>에서

_삶도 죽음도 사랑도 어디에나 있다. 봄이 오면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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