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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띵쏘 May 01. 2016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

너의 부모님을 만나다

배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마르다. 

웃으며 농담처럼

   "배아파서, 집에 가야할 것 같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입 밖으로 내었다. 


처음 뵙는 남자친구 부모님, 

무엇을 사가야할지 몰라 검색해보고

이미 인사드리고 온 친구들에게 물었다. 


고급차, 화과자, 과일바구니...

뭐 하나 딱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너의 아버지가 힌트를 주었다. 

   '케잌 사와'

너는 파X바게트에서 사가자고 하였지만, 

나는 첫인사에 그럴 수는 없다며, 

백화점과 서울유명 빵집을 돌았다. 


대통령이 단골이라는 빵집에서, 절대 내돈주고 먹지 않을 가격의 케익을 사들고

버스와 지하철과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너의 손을 잡고, 너의 손에 이끌려, 그곳에 갔다. 


먼지 하나 없는 집. 

촛불로 데우는 티팟

주먹만한 딸기

하얀 섬유질 한가닥도 보이지 않는 한라봉.


생각지도 못한 환대에 나는, 당황했다. 


아들 가진 부모는 어떤 여자를 데려와도 흠잡는 거라며, 가서 상처받지 말라고 일년전에 이미 결혼한 친구가 말해줬다. 무심한 척 우리엄마는 자기도 아들 있으면서, 딸이 인사간다하니

    "개네 엄마가 뭐라고 하면 그냥 나와" 

하며 되도 않는 조언을 해주었다. 


너는 나보다 어렸고,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업이며, 

뭐 인물이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바르고 착했다.

그리고 집에 가보니, 우리집과는 많이 달랐다. 평범했다. 

가장 어렵다는 평범함이 너희 30평대 수도권 새 아파트에는, 가득 찼다. 


연애도 많이 하였고, 

그 만큼 찐한 연애도 많이 하였다.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날 기회는 적지 않게 있었지만. 

나는 그 기회를 다 피해왔다. 


서른 다된 아들의 귀가시간을 격하게 구속하는 부모님께

이럴바에는 '인사를 먼저 드리는 것이 좋겠다'라고 생각해서 시작된 일이었다. 

가볍게 친구네 집에 놀러가듯이 가면 될 줄 알았는데

혼기가 다 찬 남녀가 인사를 드리러 간다는 것은 서로에게 생각보다 훨씬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너의 부모님을 만났다. 


이번 연애는 조금 다른 것 같아서. 

미래의 우리가 정말 궁금해졌다. 


이 글이 어떻게 끝날 지는 그 어느누구도 모른다. 

그래서 물어보며 시작한다.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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