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띵쏘 Nov 06. 2016

엉망진창인 나라꼴에, 하마터면 싸울 뻔 했다.

정치색이 다른 너와 나 

광화문과 종로를 한바퀴 돌고 

지쳐버린 정신과 몸을 기대려고 들어간 곱창집에서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막 대통령의 하야를 외친 뜨거운 피가 끓고 있었지만. 

너와 함께 힘껏 무너저버린 정의를 말하고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역사의 오늘을 이야기 하리라는 미래를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너는 달랐다. 


애초에 달랐다. 

연애의 초반, 너와 나는 정치와 색깔로 많이 다투곤 했다. 

너보다 내가 고집을 더 부렸고, 내가 더 색의 명도가 높았으며, 내가 더 말을 잘했다. 

그래서 많이 받아주고 지는 척 해줬던 너인데, 

오늘 광화문에 함께 와준 너를 보고, 같은 마음인줄 알았던 것이다. 

너는 나를 위해 그 자리에 있었던거였다는 사실을 까막히도 몰랐다.


내가 사랑하는 너와 

평생 내가 옳다고 믿고 있고, 세상의 정의를 논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두려웠다. 

행여, 너와 내가 믿는 정의 중 양자택일 해야하는 상황이올까봐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집에 가고 싶었다. 

집에 가려 하는 나를 너는 두번을 잡아 돌렸다. 



"네가 믿고 있는 것이 깨져버릴때, 상처받는 너를 알기 때문에 나는 더 보수적일 수 밖에 없어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네가 날 변화 시켜줘, 나도 함께 믿을 수 있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너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었다. 

자존심도 세고, 고집은 더 센 니가

오늘도 져주었다. 



원래 사람들과 정치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라는데,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실컨 이야기 하며 살고 싶다.

너와 살아갈 앞으로 인생의 숙제이다.


엉망진창인 나라꼴에, 하마터면 싸울 뻔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을 잊지말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