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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코 Apr 15. 2024

신세계 백화점이 1600평의 디저트관을 연 이유

우울감이 사라질 거예요. 
나의 기린 우유 마카롱 이걸 한 입만 먹어도 당신은 갑자기 춤추고 싶어질 거예요.
소심했던 나는 이제 안녕 이제 무서울 게 없을 거예요.
이 마카롱을 먹다 보면 자존감은 가득으로 채워져요!
(웡카 OST, You've never had chocolate like this 가사 중)


기린 우유 마카롱을 먹은 사람들은 자신감이 솟고, 두둥실 초콜릿을 먹은 사람들은 하늘로 솟아 춤을 춘다. 모두가 행복한 그 순간, 무표정한 경관이 'No Daydreaming' 푯말을 가리키며 웡카를 막아선다. 달콤 백화점에 자신의 가게를 여는 것이 꿈인 초콜릿 마법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웡카>의 한 장면이다.   


티모시 살라메가 꿈꾸던 달콤 백화점이 현실이 됐다. 올 2월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에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가 문을 열었다. 손바꿈 하듯 어디선가 나타나는 디저트 핫플과는 차원이 다르다. 1,600평의 공간에 전 세계 43개의 히어로 브랜드를 모으자 한 달간 무려 140만 명이 다녀갔다. 디저트는 왜, 백화점의 승부수가 되었나.  

스위트 파크 모습 [사진=신세계 백화점]


식품관에서 디저트관으로 갈아탄 백화점

모아두니 편리해서 가는 곳이 백화점. 편리함으로는 이길 수 없는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위기를 맞는다. 절치부심한 백화점은 우아함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테마파크가 되기로 한다. 그 선봉에는 '식품관'이 섰다. 전국에 있는 맛집을 모았더니 다시 편리해진 백화점. '쇼핑하러 가는 곳'에서 '먹으러 가서 쇼핑도 하는 곳'으로 인식의 전환을 만들며 온라인 쇼핑몰과의 구조적 차별화에 성공한다. 


2021년 여의도 <더 현대>는 최단기간 매출 1조를 달성함으로써 백화점이 맞아야 할 고객이 2030임을 분명히 했다. 식품관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성공한 패션 브랜드를 끌어안으며 MZ의 놀이터로 만든 것이 먹혔다. 모아야 사는 백화점은 이제 2030을 모시기 위해 무엇을 모을지 고민한다.  

디저트 언급량이 7년 간 5배가량 지속 상승했다. [출처=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이 15년 만에 식품관을 리뉴얼하며 스위트 파크에 5년 간 공을 들였다. 국내에는 첫 선을 보이는 해외 브랜드부터 로컬 브랜드를 고르고 골랐더니 20대 매출은 4배, 30대 매출은 2.4배가 뛰었다. 디저트 승부수가 판가름되는 데는 단 한 달이면 충분했다.   


더 현대는 디저트 팝업으로, 롯데월드 백화점은 런던베이글뮤지엄으로 디저트의 위력을 경험한 바, 비로소 백화점 3사의 디저트 모으기 전쟁이 시작됐다.    

      

인스타그래머블+스몰럭셔리=디저트

디저트는 인스타그램 세상의 최대 수혜자다. 음식에 보내는 찬사가 '맛있다'에서 '예쁘다'로 향하며 인스타그램에 의해 음식은 점차 미각을 잃어 간다. 누데이크는 아예 대놓고 디저트를 시각 예술로 접근한다. 디저트는 모순적이게도 먹기 아까울(만큼 예쁠) 수록 잘 팔리는 음식이 되었다.  

누데이크 인스타그램 피드 모습 [사진=누데이크 공식 인스타그램]

스몰럭셔리는 MZ가 불황과 불안 사이에서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다. 스몰럭셔리를 좇는 이들 사이에서 오마카세와 파인다이닝 바람이 불었으나 금세 잦아들었다. 오마카세는 좀 밋밋한데 비쌌고 파인다이닝은 비싼데 허세가 읽혔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내린 결론은 자랑하되 허세 없고 화려하되 비싸지 않을 것. 디저트다.   


모으고 작아지고 선물하라

백화점이 식품관으로 승승장구하자 아파트는 아브뉴프랑, 대형 오피스 빌딩은 오버 더테이블을 만들어 찍어 내기 시작했다. 사람 모이는 부동산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규모전이 펼쳐진 것. 맛집 모으기에 이어 백화점, 아파트, 오피스 빌딩의 디저트 모으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왼: 한정선, 찹쌀떡 전문 디저트 가게, 오: 자연도, 소금빵 가게 [출처=한정선, 자연도 공식 인스타그램]


인내심에만 기댈 수는 없는 법, 초소형 디저트 가게의 최대 승부처는 선물용이다. 파리파게트 제주공항점에서만 판매하는 제주마음샌드는 하루 6만 개가 매일 완판 되고 있다. 누적 5천만 개를 넘어선 상황. 신세계 백화점이 고속버스 터미널 옆에 위치한 강남점에 가장 먼저 스위트 파크를 연 것도 선물용 매출에 거는 기대가 반영된 것. 

선물용으로 디저트를 구매하는 분들이 많아요. 기프트 세트 구매율이 높거든요. 스위트 파크는 고속터미널 옆에 자리 잡고 있어요. 지방에서 올라오는 분도 많고, 반대로 서울에서 내려가는 분도 많죠.
신세계 백화점, 스위트 파크 기획자의 인터뷰 내용 중. [출처=캐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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