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월간 토마토
‘세계 도시’를 만드는 글로벌 전략과 마케팅
『도시는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
* 저자 강대훈
발행: 월간토마토
"이 책의 글 모음은 세계 총 생산의 70%가까이 차지하는 글로벌 600개 도시에 대해 우리는 어떤 경쟁 우위를 가져야 하는가? 활기찬 시민 경제와 투자유치로 중앙 보조금 없이도 자치 경영이 가능할 수 없을까? 자유무역을 가로막는 세계 블록화, 증대되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필살의 도시 전략은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의 소산이다."
"나는 알렉산드리아의 카페에서 아랍인들처럼 물담배를 피우면서 생각에 잠겼다. 고대로부터 수없이 명멸한 도시 가운데, 문명을 잉태하고 발전시키고 전달한 도시, 전쟁으로부터 통상을 지킨 도시, 종교 재판에 맞서며 이성을 이끌었던 과학 도시, 침략을 반성한 평화 도시, 인문의 꽃을 피운 문화예술 도시, 구체제를 무너뜨린 혁명도시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시작하는 글과 맺는 글 중에서-
본문 발췌
’네옴‘ 프로젝트에 사우디 사막 홍해 인근에 건설하는 친환경 스마트도시 ‘더 라인(The Line)’이 있다. ‘더 라인’은 롯데월드타워(높이 555m) 수준인 높이 500m에 폭 200m의 공간을 유리벽으로 쌓으며 170㎞로 이어가는 선형도시이다. 수평에서 생육하는 농작물을 수직빌딩에서 육성하는 수경재배와 같이 선형식 수직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가상현실 같은 것을 현실로 구현하는 더 라인에는 근린주구, 콤펙트, 스마트시티등의 도시개념을 중첩했다. 선형(linear)과 수직(vertical) 도시는 인류가 시도해보지 않았던 공간양식으로 상식을 파괴하는 개념이다.
이런 개념설계는 돈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술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돈과 기술이 있어도 이런 구상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은 공상과학소설 저편에 아라비아 지역의 신화(또는 무의식)에 맞닿아 있다. 개인에게는 상상, 국가에 신화라는 원천이 있지 않으면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를 잃어버렸거나, 사대숭배로 자신의 신화를 재단한 집단은 돈이 있어도, 기술이 있어도 의식(집단 무의식, 문화)은 빈궁하다.
“베이징시는 쇠락한 산업을 도심에 두지 않았다. 개념을 만들고 예술을 심었다. 대전의 대화공단처럼 일부를 개선해서 공장지대의 수명을 연명시킬 수 있었겠지만, 새로운 공간 개념을 만들어서 창조적으로 변용했다. 예술의 힘은 빈곤과 결핍까지도 창작의 소재로 본다는 것에 있다. 쇠락한 자동차 공장 도시 디트로이트의 공장 지하실에서는 힙합이 탄생했다. 얼터너티브 음악도 공단에서 생겨난 전위 음악이다. 공단이 문화단지로, 그 기세를 몰아 벤처단지로 디트로이트는 부활 중이다. 베이징 798 예술지구는 전통과 현대를 공존시키는 또 하나의 미래가 되었다. 베이징은 전국인민대회가 열리는 정치 도시만은 아니다. 펑키 스타일의 작업자들, 해외에서 들어온 예술가들, 베이징시 인민들, 관광객이 버무려져 있는 중국몽의 실험실이다.”
“허브 도시를 만들겠다는 개념 설계를 제대로 하면, 하부 전략이 튼튼해진다. 인천 자유경제구역의 영종도 공항도시는 호텔 자체를 오락, 위락, 문화 복합의 호텔 시티로 만들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브랜드 호텔들을 이 지구 안에 몰아 넣는다. 최근 도심에 지은 특급 호텔인 인터시티, 라마다, 스카이파크, 오노마 호텔 등은 마당이 없는 빌딩형 호텔 이다. 이런 호텔은 여가와 문화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출장을 다니다 보면 호텔이 왜 중요한지 절절히 느낀다. 호텔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 호텔 자체가 관광을 유발하는 어트랙션(Attraction)이다.”
“1982년부터 시작한 ‘미나토 미라이 21’은 개념 설계부터 이해 당사자들의 협의에 이르기까지 꼬박 18년이 걸렸다. 합의 이후에 건설은 속도전으로 진행하며 1991년에서 1994년까지 불과 4년 사이에 도시재생을 마쳤다. 시행 주체는 정부, 요코하마시, 제3섹터 민간기업 Pacifico Yokohama Corp이다.
도시 개발에 대한 일본의 의사 결정 과정을 보면 민, 관, 관계자가 ‘실행위원회’를 만들고 공부부터 시작한다. 공부(study)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벤쿄카이(勉強会)에 가 보면 지식을 탐구하는 열기가 뜨겁다. 젊은 실무자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지역 유지, 공무원까지 대학원생처럼 밀도 높게 공부한다. 무슨 개발 사업을 하려 들면 학습없이 ‘용역’부터 주는 한국의 관행과는 다르다. 이 같은 위원회는 숙의를 통해 요코하마를 문화, 예술, 관광 관점에서 재생하겠다는 ‘문화예술 창조 도시 - Creative City YOKOHAMA’ 개념(concept)을 정립했다.”
인간이 왕래하고 도시가 교류하며, 시장을 키워나가는 것은 인류의 본능이며 문명의 본질이다. 이때, 구글 검색창에서 도시가 무엇을 드러내고, 어떻게 주목받아 외래인을 끌어들이고, 투자를 유치할 것인가? 이것이 도시 마케팅의 고민이다.
이 전략 수행의 기초적인 수단이 영어이다. 중국도, 프랑스도, 일본 도시도 영어로 자료를 올리고 자신을 홍보한다. 충청권이 유치한 2027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도 세계 본부에 있는 관계자는 한글 네이버가 아닌 영문 Google로 검색 할 것이다. 한국의 도시는 영어 데이터를 축척하고 있었는가? 도시는 영어 홍보를 하고 있는가? 사이버 세상에서는 영어 검색에서 드러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온라인으로 펼쳐지는 세상은 현존하는 세계보다 훨씬 광대하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 신세계 그룹이 일 년에 올리는 총 매출은 약 30조 원 (29,243,000,000,000원, 2019년) 규모이지만, 같은 해 온라인 강자 알리바바가 11월 11일, 단 하루에 올린 매출액은 2,484억 위안으로 한화로 약 44조 원이다.
마케팅은 전쟁이다. 사이버 전쟁에서 이겨야 외래인이 오고 투자가 들어온다. 영어로 된 도시 정보가 빈약하고, 영어 데이터가 없으면 무슨 수로 해외 투자를 유입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시민 모두가 영어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도시의 홍보, 관광, 투자유치, 바이어발굴에 영어는 세계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토콜(Communication protocol)이다.
국제연합 경제사회국(UNDESA)의 ‘2016 세계 도시 보고서’에 의하면 인도에서 인구 10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대도시인 메가시티가 현재 5곳에서 2030년까지 7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뿐이 아니라 중국, 일본, 아세안, 중남미도 경제의 성장축이 인구 1,000만의 메가시티로 바뀌고 있다. 인도의 경제 성장률로 볼 때 이 정도면 인디아공화국 안에 7개의 국가급 경제가 생기는 것이다.
서평
왜 우리는 도시에 주목하는가?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도시’에 산다. 도시는 개인에게 일터이자 삶터이다. 교통수단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등으로 과거에 비해 국가 간 경계가 흐릿해지며, 이제 우리는 ‘국가’보다 ‘도시’에 더 주목한다. 세계 국가 연대는 도시 연대로 전환하고 국가 간 경쟁은 도시 경쟁으로 변화한다. 경쟁력 있는 도시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는, 곧 국가 경쟁력인 셈이다.
도시가 지닌 경쟁력은 그 도시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시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개인에게 도시는 국가보다 더 구체적인 실체로 다가온다. 다양한 위기 앞에 놓인 전환의 시대에 우리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할 핵심 단위인 도시는, 지금 우리가 다시 돌아보아야 할 중요한 대상이다.
이 책 『도시는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가 생동감 있게 살아있는 이유는, 단순히 우수한 전략으로 강한 경쟁력을 지닌 도시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슷한 규모를 지녔거나, 유사한 정책 등을 펼치는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그 차이를 보여 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도시와 거래하며 도시를 관찰한 저자 강대훈은 본격적인 탐색을 시도하며 도시 전략이 어떻게 시민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도시를 종횡으로 누비는 필드워크와 함께 도시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도시 실계(實計)라는, 자신이 만든 도시 탐색 방법을 동원한다. 도시 실계(實計)는 도시 통계를 그 지역의 중산층 사람 수준으로 실제 생활하면서 검증하는 방법이다.
‘도시는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는 도시전략에 관한 여행기이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유럽과 중동, 아시아 등 세계 여러 도시를 종횡으로 누비는 저자 강대훈의 발걸음을 따라 그가 실계해 보여 주는 현장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은 바다 도시 베네치아 상인의 ‘항해 일지’와도 같고, 실크로드를 따라 미지의 왕국을 방문하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여행기들과 차별되는 점은 저자의 생업이었던 무역과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해외 도시들과 거래한 체험 이상, 미래를 위한 도시를 설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국가 차원에서 국제 전략을 다루는 대통령 위원회와 정부 여러 기관의 사업 참여를 통해 번영의 도시 전략과 지역 협력, 평화 질서를 설계하는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책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메가시티, 경제자유구역(INEZ)과 국제도시 개발은 북방 경제와 환황해, 아세안 모두에 중요한 전략 단위들이다. 그러나 도시 생존의 통찰은 수출 전사로서 글로벌 도시들, 경제 전선의 최일선에서 싸우고 무너지고 일어서면서 얻은 것들이다.
이 책은 동네 만들기, 마을 관광에서부터 세계 도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지역, 지방 도시연합의 인구 1,000만 단위의 국가급 메가시티 구상까지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중국에 있는 인구 1,000만 이상의 13개 도시와 800만 명을 훌쩍 넘긴 40개 도시, 신흥국에 국가급 경제로 떠오르는 메가시티를 떠올리면 머리칼이 곤두선다고 말한다. 그것은 1,000만 명 이상의 국가급 초광역 경제권을 가지고 있는 중국, 인도와 아세안, 신흥국 도시를 답사해서 얻은 실계로부터 한국 도시의 위기를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도시 만들기, 도시 전략에 있어 근본적인 관점은 정치인, 행정 관료, 일부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 도시를 먹이로 보는 자본이 아니라, 도시의 주인은 도시 사용자인 시민이라는 실존의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문명의 결과, 도구로써의 도시는 사용자인 어린 아이와 노인, 장애인까지 모든 주민에 편리하고 행복한 체감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에게 시민의 정의는 참여를 통해 도시 만들기를 하는 주민이다.
이 책은 도시 사용자가 만든 도시학 개론이다. 지리와 공간으로서 ‘도시’를 읽어내고 싶은 독자, 세계 도시 흐름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 직접적·간접적으로 도시 정책 결정 과정을 주도하거나 그 과정에 참여하는 독자뿐만이 아니라, 기업인, 학생, 주부까지 도시에 사는 시민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의미 있는 영감을 제공할 만한 책, 『도시는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다.
강대훈 姜大薰 , DeaHoon Kang
[저자 소개] 세계 170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국의 문화와 관광, 도시와 산업을 알리는 영어 뉴스 WalkintoKorea를 발행하고 있다.
기업, 협회, 정부를 대상으로 글로벌전략을 자문하는 마케팅 전문가이다. 25년 이상 제조, 무역, 컨설팅 부문의 사업을 했으며, ICT, 바이오, 농수산식품, 화학, 플랜트 등 산업 전반의 제품을 다루고 수출했다. 한국무역협회 컨설턴트로서 7만 회원사를 대상으로 수출 지원 활동을 했다. 스타트업을 위한 ‘현장형 창업캠프’를 만들어 광저우, 홍콩, 오사카 등 해외 도시에서 글로벌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저자의 상해사무소가 서울시 SBA(서울산업진흥원)의 민간 해외무역사무소로 지정된 것을 비롯하여, 주요 국가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 저서
- 도시는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
- 살아야 판다(글로벌 마케팅 필살기)
- 한국도서관운동론
-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기술마케팅 길라잡이, 공저)
○ 주요경력
- 워크인투코리아(WalkintoKorea) 대표이사
- 글로벌수출입협동조합 이시장
- 전, 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 전, 대통령직속 북방교류협력위원회 산업분과 전문위원
- 전, UCLG(United Cities and Local Governments),
2022 Daejeon Congress, 조직위원회 이사
- 전, 대전광역시 외국인투자유치협의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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