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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재 Jun 04. 2023

좋은 오피스란 무엇인가.

하차감은 중요하다. 


좋은 오피스란 무엇일까- 

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하고, 

강의도 하고, 글도 쓰고 했지만. 

왜 오피스가 좋아야 하나? -

에 대한 이야기는 두루뭉실하게 넘어가곤 했었다. 


네이버에서 오피스를 만들때만 하더라도. 

기준점이 네이버였으니까. 

네이버는 경영진도 오피스의 중요성을

논리적이진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고. 

그런 환경을 구축할 만한 재무적인 여유도 있었고. 

뭔가 빨리 대충 만드는게 아니라, 

제대로 잘 만드는 것의 힘도 알고 있는. 

그런 회사였다.


그래서 그곳에서 긴 시간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실무자로써는 꽤 운이 좋은 것이라는 것을

나와서 보통 깨닫게 된다. : ) 


하지만 세상엔 여러가지 해답이 동시에 존재하듯.

네이버는 이랬으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 는 이야기는 실효성이 없다. 


좋은 오피스로 출근한다는 것은, 

마치 좋은 차를 탄다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다.

좋은 차를 탄다고 잘 사는것을 대변하진 못하지만, 

적어도 잘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느낌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아. 우리 회사가 광화문에 있지. 강남에 있지.

빌딩이 좋지. 인테리어가 좋지. 쾌적하지.

협업 파트너를 데려와도 쪽팔리지 않지. 

오히려 자랑할만하지. 이런 느낌. 


친구한테도. 파트너한테도. 

"회사 한 번 놀러와" 라고 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집은 몇채씩 있으면서, 

차는 구형 소나타를 모는 사람이 있고. 

오피스텔 월세 사는데, 

벤츠를 모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포인트가 각자 다른건데. 

적어도 회사로 출근하는 - 그게 직원이든, 사장이든 - 

내가 좋은 곳으로 출근한다는 감각은

그 회사를 다니는

보이지 않지만 꽤 중요한 원동력중 하나다. 


네이버 오피스 만들고 들었던 이야기중 하나가. 

이렇게 잘 만들거면, 차라리 월급을 더 주지- 라는 이야기였는데, 

그건 정확히 집은 몇 채 가지고, 구형 소나타를 모는 사람의 마인드였을거다.


우리는 그때, 생각보다 돈을 많이 쓰면서 만든 결과물이 아니라. 

세세한 디테일을 잡아내어 만든 우리의 피땀어린 결과물이 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다지 다가오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듯 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좋은 오피스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은 채. 

낮은 천장과. 삭막한 데스크와. 허리가 아픈 의자에서.

소리가 밖으로 튀어나가는 회의실에서 일하려고 하면,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한 번 올라간 안목이나 경험은

내려가기 쉽지 않다. 


회사의 철학이나 메세지를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 

그걸 직원들에게 인지시켜,

다시 회사의 행동으로 나타내게 한다는

다분히 이상적인 이야기는

일단 중산층이 된 이후의 아젠다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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