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싫으면 말고.
모바일 사업을 포기한 LG전자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분명히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 부서가 모바일 사업 부서였을거고. 그 훌륭한 사람들을 통째로 다른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결정은 상상을 초월 할 정도로 가혹하고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결정을 지지하는 편인데, 이미 몇년간 승부를 봤지만, 현재의 환경과 인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면, 그 매몰비용과 현실적인 많은 직원들의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바꾸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외부에 있으니 이렇게 쉽게 이야기하는거겠지.
하지만 "손"이 아닌, "집"이라는 플랫폼에서의 LG는 꽤 훌륭한 플레이어다. 백색가전은 LG. 라는 말이 괜히 나온건 아니니 말이다. 예상컨데, 그래서 그 훌륭한 인력들은 아마도 신사업을 만들어내는 곳. 또는 집이라는 플랫폼을 확장할 수 있는 부서들로 대거 이동하여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보자고 으쌰으쌰하고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LG가 다음 먹거리로 먹을 수 있는 시장은 "OFFICE" 아닐까 생각한다. 집과 오피스가 뭐 그리 다른가. 쓰이는 전자제품은 거의 비슷하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 있을테다. 하지만 비슷한듯 꽤 다르다.
집안에서 하나하나 독립된 형태로 존재하던 전자제품을 연결하고 묶기 시작했다. 그게 IOT니까. 이건 이미 빡세게 디벨롭하고 있을테고. 이미 새로 나오는 모든 제품에는 wi-fi 연결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LG전자는 작정하고 달겨들면 세계 오피스 가구 시장 탑티어에 있는 스틸케이스 같은 회사는 금방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있다. 시총도 1조 내외니, 가능하면 사버려서 허먼밀러를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재미난 생각을 해 본다.
요새 IT 회사의 경쟁은 한 사람의 라이프 사이클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할거냐- 의 싸움인건데, 놋북은 이미 LG가 나름 차지하고 있지만, "의자"만 생각해 봐도, 하루에 8시간씩 이상 앉아 있어야만 하는 이 가구에서, 챙겨줄 수 있는건 무궁무진하다. 이 사람의 몸무게와 움직임을 분석한 허리건강. 하루에 앉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른 업무 집중도. 시계가 일어서서 걸으라고 하기 보다, 의자랑 책상이 서서 일하라고 보채는게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지 않을까.
바깥 외기와, 해의 움직임을 분석해서, 일하기 가장 좋은 공기 컨디션을 만들어 줄 수 있고, 에너지도 절약해줄 수 있으며, 한 번 시도해보다 포기했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시간에는 공간의 멸균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조명도, 직접조명을 줄거냐, 간접조명을 줄거냐. 조명의 영향을 받은 개인의 모니터 빛은 어느정도로 해야하고, 개인에게 주는 스탠드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이며, 이 모든 것들을 연동시켜서 가장 눈건강에 좋은 빛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을거다. 저녁이 되어서 전체 조명이 어두워지면, 자연스럽게 스탠드는 빛을 강하게 높이게끔 연동되는거지. 이런게 LG는 기술적으로 하나도 안 어려울텐데, 내가 경험했던 오피스를 만드는 협업 회사들은 이런거 하나 만드는게 상당한 에너지와 녹이 필요하거니와, 한 회사를 위해 이런걸 개발해 줄리도 없다.
또 이미 네이버에서 시도를 시작했지만, 오피스 공간만큼은 어느정도 제어가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로봇을 가지고 뭔가 해 볼 만한 여지도 많다. 일반 도로에서는 아직 접근하기 어려운 것들도, 오피스 환경은 뭐 센서를 넣는달지, 테이핑을 줄을 긋는달지. 여러모로 로봇을 핸들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쉽다.
회의실 조명 셋업할때도 골치가 많이 아팠는데, 일반조명 / 프리젠테이션용 조명 / 줌팅용 조명처럼 씬을 구성해서, 회의실에서 쉽게 제어하게 하고 싶지만, 말은 쉬워도, 이게 은근히 개발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렇게 오피스라는 플랫폼에서는 전자제품을 만드는 감각으로 채워나가야 할 영역이 무궁무진한데, 세계에서 제일 잘한다는 허먼밀러와 스틸케이스도 아직 이런걸 잘 한다기 보다, 가구를 잘 만드는 감각에 가까우니까. 이런걸 LG에서 기가막히게 솔루션 단위로 만들어 내고, 그걸 기존에 있던 전자제품과 싹 다 연결시켜 버리면, 꽤 훌륭한 b2b 비즈니스가 되지 않을까... 라고 희망회로를 돌려본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