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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별 Feb 27. 2023

그때의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상황이 바뀌고 경험도 달라지니까

 2년 전 본가를 나와 자취를 하겠다고 선언한 건 변화를 위해서였다. 나에게 들어가는 모든 돈을 내 돈으로 지불해야 돈에 대한 관념이 확실히 잡힐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서적으로도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때의 나는 나 자신에게 월급을 많이 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지만, 30대 초반이라는 나의 나이에 걸맞은 지식과 행동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었다. 본가에 계속 살면서 저축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적어도 그때의 나는 새로 태어날 필요가 있었다. 


 당시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족에게 힘든 일이 생긴 상황이었다. 거기에 나에게 결혼까지 생각했던 사람과의 이별이라고 하는 힘든 일이 벌어져서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벌어진 일이 워낙 큰일이라 내가 개인적으로 겪고 있는 힘듦은 이해와 공감을 받을 수 없었다. 내 생활이 안정적이었다면 날이 서 있는 말들을 받아줄 여력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그럴 수 있는 힘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일단 나는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돕는 것이 먼저였다. 그래야 조금 나에게 힘든 소리를 해도 견딜 수가 있으니.  


 잠시 가족들과 거리 두기를 택한 것은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자취를 하면서 친구들과 아는 언니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가족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을 통해 많이 위로받고 나를 알아가며 관계에 대해서 재정립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심리 상담도 받고 운동도 시작했다. 1인 기업으로 홀로 서기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코로나19와 일련의 일들로 지쳤던 마음을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치유받을 수 있었다. 심리 상담을 마치고 가족들과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전보다 훨씬 나은 형태로 관계가 재정립되었다. 


 내가 집을 나오자 이모들이 본가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작년에 엄마가 언니를 따라 지방에 내려가면서 본가는 셰어하우스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올해에는 대학에 다니는 사촌 동생이 들어오겠단다. 불황의 여파로 높아진 금리, 월세 보증금도 월세도 많이 올라서 나도 계약이 만료되면 다시 본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지금 사는 곳에 더 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잠시 대화를 나눌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1인 기업의 형태로 근무하며 1인 가구로 살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 엉뚱한 곳에 밑줄을 긋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유료 독서 모임에도 참여했는데, 긍정적인 부분이 많지만 일상의 안정감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친구들을 매주 만나자니 여러모로 서로에게 부담이다. 언젠가는 1인 가구로 살게 될 확률이 높은데, 소통을 원하는 마음을 어떤 식으로 풀면 좋을지 다소 고민이 되는 부분이지만 일단은 본가의 셰어하우스에 나도 입주하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자취를 하면서 가장 기대를 했었던 부분 중에 하나인 돈에 대한 관념도 어느 정도 형성이 되었다. 처음엔 수익이 얼마 나지 않으니, 카페에 오래 머물면서 일을 했고 코로나19로 인한 규제가 풀리고, 카페가 모임의 장으로서의 역할로 돌아오면서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고정비 지출이 크지만 공유 오피스의 1인 사무실을 임대해서 이용하는 중이다. 월세를 내 돈으로 내더라도 원룸에서는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을 배웠다. 공간 분리가 되면 사무실을 다니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가? 에 대해서는 잠깐이라도 경험을 해야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듯하다. 


 고정비 지출이 많아지자, 점심은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사업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없는지 살핀다. 본가에 있을 때는 엄마 찬스로 할인되는 것들이 많아(공과금, 식재료비, 생필품 구입비 등) 당연하게 여기며 두루뭉술했던 돈에 대한 관념이 오롯이 나의 몫이 되면서 장을 보는 기술도 늘었다.


 여전히 부동산이나 연금저축 등에 관한 지식은 아직 배우는 단계이기도 하고 모르는 것이 많지만 그래도 계속 본가에 신세를 지면서 요즘 세대는 부모님 세대보다 어렵다고 신세 한탄을 하면서 유튜브를 보는 데 시간을 쏟았던 내 모습보다는 훨씬 마음에 든다. 현실을 하나씩 배우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은 해나가는 것이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고 말이다. 


 문제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질 때에는 당장은 손해 보는 일인 것 같아도 늘 하던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택하는 것이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공유 오피스의 1인 사무실 임대도 고정비 지출이 부담스러워 오랜 시간 미뤘는데, 반년 동안 지속 되었던 불면증이 1인 사무실을 계약하면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만약 내가 계속 본가에서 일하며 가족에게 많이 의지했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이런저런 시도 끝에 나름 규칙을 정해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몰랐던 주변 사람들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 더욱 감사함을 느끼게 된 것도 사실이다. 올해가 되면서 수익의 큰 변화가 생겨서 또 다른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는데 예전 같으면 스트레스는 있는 대로 받고 실효성 있는 행동은 별로 못했을 것인데, 2년 동안 어떻게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 때문인지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아직 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다소 아쉽지만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하며, 빠른 시일로 독립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서 수익 창출 방법을 찾고 또 사람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로 또 같이 걷는' 방법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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