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별 Sep 18. 2023

나는 그림자 노동자다

 주문진은 나의 휴식 치트키다. 전에 청춘잡지 난춘에 기고했을 때 이 내용을 썼었는데,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건지에 대한 타당성(이유)는 잘 몰랐는데 책 ’ 도둑맞은 집중력‘에 그에 대한 해답이 나와 있었다. 난 항상 새로운 기술이 최고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에 대한 강한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대한민국 사회가 집단적으로 가스라이팅(주입식 교육)당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그런 가스라이팅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는데 차라리 그런 걸 악용하는 악인이면 미워하는 마음이 들어도 그렇게 큰 죄책감이 들지 않는데 상대방이 ’ 선량한 차별주의자‘면 (착하고 순종적이라 어떤 불합리함과 부당함이 존재하는지, 그러니까 이면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 대화도 안 통하고 답답하고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줄 때 눈물이 날 정도로 죄책감이 들고 싫은데 겉으로 싫다고 말을 못 하는 나 때문에 괴로워했다. 연예인들이 어째서 팬들의 과도한 사랑에 괴로워하는지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더라.


 상대방은 나를 좋아하지만 나는 아닌 경우, 그들에게 나를 좋아해 주는 마음은 고마운데, 나에게 특별한 사람은 될 수 없다고 말을 해주는 것이 낫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죄책감을 덜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랑에는 4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족 간의 사랑, 남녀 간의 사랑, 친구 간의 사랑, 인류애에 기반한 사랑이 있고 그들에게 최소한의 인류애에 기반한 사랑을 내가 베풀 수는 있어도 그 이상은 나도 특별한 사람에게만 베풀 수 있다고 설명해 주기로 했다.


 또한, 나는 사실 기술만능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인데 사람들이 보는 나는 ‘최신 IT 기술을 전하는 재능 기부하는 자선사업가(어떤 이는 호구로 취급)’의 모습일 때가 많다. 그러나 그건 진짜 내가 아니다. 나는 기술만능주의에 반대한다. 나의 MBTI는 내가 먼저 밝히건대 ENFJ이며, 앞뒤가 조금씩 바뀌더라도 NF는 거의 불변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나는 이상주의자이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사회로부터 받은 게 있어서 먼저 나눈 것이다. 자기의 이득만 아는 이에게는 사실 눈곱만큼도 내가 가진 것을 내주고 싶지 않다. 나는 Win-Win을 좋아하는 Giver이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미워하지 않기 위해서 ‘기브 앤 테이크’라는 책을 읽을 것이다. 자꾸 나보고 호구다, 부담스럽다 이런 말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내가 상처 받으니까. 내가 좋아서 주는 것이고 좋아서 주는 건데 그게 사람들에게도 이득이 되고 나에게도 이득이 되어 정말로 기쁜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건 따로 있는데 이런 거 아니냐고 지레 짐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사람이 있어서 당신에게 잘해주는 것이지 이성적 호감이나 친구가 되자는 뜻은 아닌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우정의 원이라는 이론도 찾아봤는데, 진짜 친구는 힘들 때 목놓아 울 수 있는 게 절친이라고 하더라. 내가 너무 힘든 상황에 처하니, 몇몇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고민을 말했는데 그것은 정말로 친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범주에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편안하게,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들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을 알아가고 싶다. 마치 내가 디지털 노마드로 즐겁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24시간 알림에 시달리며 (이런 부당함을 고발하는 책이 도둑맞은 집중력!) 1인 기업으로 혼자 일하는 것처럼 표면 상으로 보이지만, 나는 ‘그림자 노동’을 하고 있는 ‘그림자 노동자’이다. 나는 상대방과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나도 내가 연결을 원하는 사람, 그리고 시간이 따로 있다! 사실 사람보다 시간이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은데 답을 안 하면 불안해하는 사람들 때문에 독촉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 알람 노동에 시달리는 듯하다.


 노동의 의미, 그리고 정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마음 알기가 이렇게 어려울 때가 있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