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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별 Nov 14. 2023

내가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싶지만

그래도 아직 포기하기엔 이를지도 모른다

 마음이 아픈 일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하지만 괜찮다. 산산조각 난 거울 위에도 새로운 풍경이 비춘다는 노랫말처럼.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태어날 수는 없지만, 변화는 가능하니까. 내가 원해서 일어난 일들도 아닌데, 모든 것들이. 사람들이 이해 못 한다고 해도 할 수 없다. 예전에 로레알 인턴 그만두고 ‘내가 나를 이해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되자’고 브런치에 글을 쓴 바와 같이. 다시 시작하는 일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나의 슬픔은 예술로 승화하고 하늘 위로 바람을 타고 누군가 내 슬픔을 멀리 가져가주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있다. 그 정도로 아프다. 내가 갖고 있는 슬픔. 사실 난 뭔가 휘갈길 수도 있을 것 같은, 펜이나 붓으로 미술 도구로 뭔가 만들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않으려고 해서 굳이 내 슬픔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늘 가면을 썼다. 근데 생각보다 크고 아프고 깊은 상처 같아서 그걸로 되려 누군가를 또 찌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밝은 척을 하지 않기로 했다. 가면을 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가면을 벗으면 너무 우울하니까 동굴에 혼자 있기로 결심한 것인데, 내 선택이 옳은 것이기를 바라. 


 사실 난 누구보다 사람이 필요하고, 외롭고, 힘들고 여리고 연약한데 사람들은 내가 밝고 명랑하고 언제나 강한 줄로만 아는 것 같아서 슬프다. 그건 사람들이 보는 나의 좋은 점에 불과하고 나는 상처도 많고 서투르고 약한 것들 투성인데 인플루언서라는 내 직업이 마치 내가 완벽한 것처럼 보이기를 강요하는 것만 같다. 착한 새별이나 어떤 새별이라는 이름 자체가. 가끔 나는 내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갖고 싶기도 하다. 난 그렇게 반짝이지도 새롭지도 않은 것을. 


 난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고 대단하지도 않고 별 거 없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고 그저 ‘하나’를 매일 꾸준히 하는 일을 잘해서 인플루언서라는 일을 하게 된 것일 뿐이다. 


 근데 요새 꾸준히가 아예 안 돼서 나도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운데 누군가 내게 자꾸 돌아오라고 재촉만 안 했으면 좋겠다. 그건 내 밝은 가면이다. 누구보다도 꾸준히 하는 걸 다시 시작하고 싶은 건 나라고 말하고 싶다. 


 모래성처럼 내가 쌓은 탑들이 모조리 사라진 느낌도 든다. 그런데 어쩌겠나. 그것마저도 나인 것을. 내가 RM의 No.2를 좋아하는 건 여태껏 내가 배운 건 한 가지 나는 영원히 나라는 사실이라는 노랫말. 특별하지 않다는 말에 울지 않아라는 가사는 사실 하나도 공감이 안 된다. 난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난 그냥 나고, 그냥 그게 전부다. 


 내가 특별해 보인다면 내가 특이해 보인다면 그렇게 봐주어서 그런 것이다. 누군가 나를 예쁘게 혹은 사랑스럽게 혹은 다르게 봐주기 때문이지, 그게 내가 그런 존재라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이렇게 어렵게 하는 나. 어떻게 해야 할까? (웃음) 사람들에게 상처주어서 미안하고, 나를 몰라서 미안하고 용기가 없어서 미안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 잠시 멀어졌어도 실은 그리 미워하지도 않으면서. 난 아마 너무 쉽게 또 용서해 버릴 거야. 왜냐하면 나도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는 일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오랜 시간 내가 용서하지 못한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과거의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때 왜 넌 그렇게 용기를 내지 못했냐고, 그때 왜 넌 말을 하지 못했냐고. 내가 미워하는 건 결국 나였지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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